이에 매하는 어떻게 해서든지 오산고보의 폐교는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동분서주하며 상황의 타개를 위한 방법을 찾는 데 노력을 다하였다. 우선 오산고보의 폐교를 막기 위해서는 마스도미와 같은 재산가들의 자금출원이 필요했지만, 그 정도 수준의 경제력을 갖춘 거부들을 찾기란 어려웠다. 고창지역은 원래 빈한해서 단독으로 맡을 사람은 물론 없었으며, 재산가들에게 있어서도 뚜렷한 경제적 이윤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봉사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에 천문학적인 거금을 투자한다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라는 것을 매하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마스도미의 사례를 통해 경험했듯이 뛰어난 재력가 한 사람의 힘으로 학교를 운영한다는 것은 다시 한 번 동일한 위기를 초래할 위험이 많았다. 이런 까닭에 오산학교의 재건을 위해 무엇인가 뚜렷한 계획과 그에 따른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그동안 어렵게 일구어 놓은 중등학교 과정의 민족교육에 대한 매하의 꿈은 물거품이 될 형편에 처해 있었다.

매하는 오산고보에 가해지는 심각한 경제적 압박 속에서 그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재단의 설립을 고안해냈다. 다수의 소액 기부자들이 모여 민립학교의 설립을 이루어내자는 것이었다. 물론 큰 액수를 낸 자본가들도 있겠지만 이들의 자본비율을 제한하여 학교 운영에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고, 나머지는 소액의 기부금을 낸 지역민 다수로 운영하려 하였다. 매하의 이러한 발상은 곧 민족의 교육을 민족의 손으로 이루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민립학교 설립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지역민들에 의해 설립된 민립학교는 학교운영의 권한과 책임이 지역민들로부터 나오는 것이니만큼 그 기반이 튼튼할 수밖에 없었다. 설사 많은 돈을 기부한 인물이 있더라도 그 액수가 지역민들이 낸 돈의 비율을 넘지 않게 하면 소수의 몇 사람에게 학교가 휘둘러져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고창군민들의 손으로 민족을 위한 중등학교를 설립하고 그들의 뜻을 모아 민족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매하의 구상은 당시로서는 정말 파격적인 계획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