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농장의 수입만으로는 학교의 경영이 어렵게 되었다. 오산고보는 이상에 치우친 학교 설계여서 벽지 산간 지역에 위치하여 교통이 극히 불편한데다가 행정적으로도 편벽(偏僻)하여 복잡했다. 총 가구 123가구의 농촌이라서 학생 수용에도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과수원의 운영도 교통이 불편하여 수지 타산에 이상이 생겼다. 질이 좋고 풍성한 사과는 수학되었어도 상품으로서의 판매에 문제가 생겼다.

당초에는 해로(海路)에 의한 출하계획이었으나 항구 개발이 벽에 부딪쳤고, 60리 떨어진 정읍역 철도편도 대전에서 다시 떼어 실어야 했으므로, 상품은 손상되고 시일이 걸려서 수송이 문제였다. 원격지에 대한 수송능력이 문제가 되니 타산이 제대로 맞지 않아 학교 경영에도 문제가 생기고, 김제 농장의 쌀농사도 세계대전 후의 경제 공황으로 쌀값이 제대로 들어서지 않으니 경영을 총 책임진 매하의 고생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또 마스도미는 대단한 애처가로 한국의 농장에서 해친 건강이 호전되지 않자 아내를 일본으로 돌려보냈으나 자식도 없이 쓸쓸한 처지에서 늙은 홀어머니를 모셔야 했으므로 그런 상황을 그저 아내에게만 맡길 수 없었던 마스도미는 결국 일본에 머물게 되었다. 이로써 김제 농장은 양아들이, 과수원은 농장 관리인이, 학교는 교장 대리가 맡아서 하게 되어 제반 어려움을 타개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또한 마스도미는 사람을 의심하는 것을 가장 큰 죄로 여기는 사람이라 더더욱 사업에 악착같이 매달릴 수만은 없었다. 경제적 도움 못지않게 조선 내의 일본인 사회에서 거물급 인사에 속했던 마스도미의 영향력에 기대고 있었던 오산고보의 운영 상태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마스도미가 선언하기를, “사립 오산고등보통학교는 오산 천지에 언제까지라도 아름다운 역사를 장식하여 계속시킬 생각이었지만, 개인의 사정에 의하여 부득이 1921년도 말에 폐교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라고 폐교를 선언하게 되었다. 이에 오산고보는 정식인가를 받은 지 2년이 채 못 되어 최악의 위기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이제 막 교육의 혜택을 입기 시작한 조선인 학생들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사태가 아닐 수 없었다. 이에 마스도미는 학생들의 학업이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산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하여 공부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자신이 전부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그럴 경우 오산고보학생들의 학업은 지속할 수 있었겠지만, 매하가 구상하고 있던 민족의 동량들을 지속적으로 양성해낼 수 있는 안정적인 교육기관의 성장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