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오산학교는 비록 설립자가 일본인이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조선인에 의해 운영되는 조선인을 위한 교육기관이었다. 이때까지 조선인을 위한 조선인에 의해 세워진 지방의 사립 고등보통학교라야 이승훈이 설립한 평양의 오산고보 정도밖에 없었으니, 고창의 오산고보 설립은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고, 민족교육사적인 쾌거라 할 수 있었다. 남도의 그 어느 지역에서도 이루어내지 못한 일을, 시골의 작은 고을 오산에서 이루어냈으니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와 같은 민족사적 업적이 이제 갓 교사생활을 시작한 30대의 젊은 양태승의 강력한 권유와 도움을 통해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오산학교의 운영에 있어서 마스도미와 매하의 실제적 관계는 어떠했을까? 흥덕학당과 오산학보를 세운 것도 마스도미였다. 하지만 선교를 우선시했던 마스도미는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한 목적 이외의 교육 사업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사실 마스도미는 조선사회에 기독교 보급을 위한 잡지발간, 각종 전도 집회의 계획, 교회의 설립과 운영 등에 더 많은 힘을 쏟고 있었다. 그러므로 교육이나 농장경영에는 힘을 쏟을 여력이 없었다. 때문에 중등학교의 설립은 그의 관심 밖에 있었다.

이에 매하는 교장대리의 지위에서 오산학교의 관리나 교육활동 전반에 대한 총괄적 지휘를 해나갈 수 있었다. 결국 오산고보의 설립과 운영은 조선에 중등교육을 실시하고 말겠다는 매하의 열정에 힘입은 것이었다. 이처럼 오산고보의 설립과 운영에 매하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사실은 훗날 오산학교가 재정적 위기에 처하자,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매하가 보인 헌신적인 노력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매하의 각고의 노력 끝에 오산고보가 설립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매하가 꿈꿔왔던 민족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제대로 된 교육시설 전반을 갖추는 데에는 여전히 미흡했다. 그리고 오산학교가 마스도미 한 사람의 자본에 의해 세워졌기 때문에 마스도미의 경제적 상황이나 정치적 조건에 따라 학교의 운명이 좌지우지 될 요소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