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하 선생과 마스도미의 만남은 대략 1911년경으로 짐작된다. 이는 1935년 양태승 선생이 마스도미의 죽음을 추도하는 추념사에서 “회고하건대 24년 전 어느 날 경성 여사(旅舍)에서 선생을 만나 뵌 것이 첫 사귐이었습니다”라고 언급한 데에서 알 수 있다. 당시 마스도미는 진정한 선교를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좀더 체계적인 교육과 학습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신학공부를 계획하고 있었다. 이때 매하는 심리학강습소에 다니고 있었는데, 신학공부를 계획하고 있던 마스도미도 이 학교를 다녔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두 사람의 만남은 심리학강습소에서 이루어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부유한 농장경영인이었던 마스도미와 젊은 조선청년 매하의 첫 번째 만남은 보통의 학우로서 맺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점차 동학의 입장에서 두 사람은 격의 없는 교류를 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그들이 함께 개척해 나갈 미래의 꿈과 이상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계속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매하와 마스도미의 만남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마스도미의 조선 정착과정이 식민통치와 결코 무관하지 않았으므로, 민족교육을 부르짖었던 매하가 일본인 자본가 마스도미의 지원을 받았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하의 조선독립에 대한 열망과 마스도미의 기독교적 계몽의식은 쉽게 결합되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매하의 지사적인 면모와 인간적인 매력에 마스도미가 강한 인상을 받았으며 이에 대해 큰 신뢰를 보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이해된다.

마스도미는 불과 4년만에 온갖 신지식을 섭렵하고 스스로 선택한 민족교육의 길을 개척해나아가는 조선 청년 매하의 모습 속에서 강한 신뢰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스도미는 매하의 열정, 젊은 기개에 반하여 그를 적극 지원하기로 결정하였으며, 매하도 기독교적 인류애와 조선의 사회사업에 깊은 열의를 가진 마스도미의 도움을 굳이 거절할 필요가 없었다.

당시 완고한 양반 가문에서 한학을 배우고 신학문으로서 과학과 수학을 전공한 양태승이 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일대 변신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마스도미와 인연을 통해 일본에 건너가 새로운 학문과 문명을 배우고, 이를 토대로 우리 민족을 일깨워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민족교육을 구현하려는 일념으로 그 길을 택한 것이다.

민족교육운동가 매하와 기독교 이상주의자 마스도미의 만남은 향후 각자의 삶에 있어서 커다란 전환점을 제공해주었다. 그들은 삶의 계획과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있어서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였으며, 뜻을 같이하는 평생의 지기가 되었다. 두 사람의 교류는 식민지 조선인과 침략자 일본이이라는 이중적 구도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인간 내면의 깊은 신뢰와 애정이 내재되어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