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도미는 일제 침략기에 조선으로 이민한 일본인이었지만 당시 일반적인 일본인들과는 다른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그는 대대로 양조업을 했던 일본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상당히 자유분방한 사상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시모노세끼 상업학교를 마친 뒤 군에 입대하여 노일전쟁에 참여하였는데, 그때 우리나라의 김제평야를 지나다 넓은 농토가 피폐해 있는 것을 보고 전쟁이 끝나면 한국에 농업이민을 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당시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조선과 중국에 대해서 침략적 태도를 견지했던 것과 달리 마스도미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인류애를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1906년 7월 마스도미는 일찍부터 일본인들에 의해 개항되어 조선침략의 전초기지로 활용되었던 군산항을 통해 들어왔다. 원래부터 부유한 자본가 집안 출신이었던 그는 조선 이민생활에 비교적 쉽게 정착할 수 있었다. 마스도미는 조선에 도착하자마자 러일전쟁 당시부터 눈여겨보았던 김제평야에 상당한 규모의 농토를 구입하여 농장을 경영하면서, 고창군 부안면 오산리에도 적지 않은 규모의 과수원을 조성하였다.

마스도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마스도미가 기독교와 접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그의 아내 테루꼬 때문이었다. 테루꼬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으며, 마스도미가 조선으로 농업이민을 온 직후인 1907년 그와 결혼했다. 마스도미는 부인의 영향으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되었는데, 이를 통해 비록 일본인이기는 하지만 기독교 박애정신으로 조선사람을 보살폈다. 그는 농장과 과수원뿐만 아니라, 교회와 학교 그리고 정신병원을 지어 가난과 질병에 허덕이는 조선사람을 위한 봉사재단을 설립할 생각까지 지니고 있었다.

아무튼 마스도미는 종교생활을 시작한 이후 제국주의 내지인이 아니라 기독교사상을 전파하는 종교인으로 변모해갔다. 기독교인이 된 마스도미는 자신의 모든 결정을 종교인의 입장에서 내리게 되었다. 기독교적인 것이 곧 박애정신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마스도미의 경우 유독 그러한 성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마스도미는 조선인을 피지배 식민지인이라기보다는 선교의 대상으로 보게 되면서부터, 초기에 대규모의 농업자본을 확대해가던 식민지 경영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조선사회를 기독교적으로 변화시키는 사업에 주력하게 된 것이다.

마스도미는 먼저 자신이 자리 잡은 김제평야 일대를 벗어나 1911년부터 학교와 자선병원을 세우기 위한 기금마련을 위해 고창군 부안면 오산리에 과수원을 조성하였다. 그리고 11월에는 홍덕학당을 개설하는 등 활발한 사회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홍덕학당의 설립이 교육활동의 일환이기는 하였지만 그것을 통해서 결국에는 교회를 짓고 선교를 하겠다는 종교 사업에 목적을 둔 것이었다. 전통적인 문화요소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조선사회가 기독교적인 가치관이 자리 잡기에는 척박한 토양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마스도미는 그러한 현실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교윢사업을 선택했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이나 영국의 선교사들이 학교를 짓고 교육사업을 통해 선교활동을 퍼나간 사실과 맥락을 같이한다. 즉, 기독교사상과 전통문화의 괴리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당시 조선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신교육을 전파하는 방식을 선택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