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강습소는 당시 정국학교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사설 교육기관이었다. 하지만 그 교육 내용이 심리학인 것을 보면 교육과 정으로는 대학교육에 근접한 과정이었음은 쉽게 짐작된다. 한편 사립 정리사는 일제의 조선 방탄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던 1905년 이후 시작된 민족자각운동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교육기관의 하나로서, 1907년 유일선(柳一宣)이 수학과 물리학 등을 교육하기 위해 만든 학교였다. 이 학교는 심리학강습소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단과대학과 비슷한 과정으로 운영되었다. 차이점이라면 정규의 사립학교의 형태를 갖추었다는 점이고, 중등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교육하는 비교적 고등의 교육기관이었다는 점을 같았다.

그리고 이 학교의 학생들은 졸업 이후 거의 대부분이 교사가 되어 각지의 학교로 배출되었다. 매하와 비슷한 시기에 정리사에서 공부를 했던 인물들 중에는 국문학자 주시경(周時經), 1920년대 민립대학설립운동을 벌였던 교육자 최규동(崔奎東)등이 있었다.

정리사를 졸업한 인물들은 대부분 교육에 뜻을 두고 교육자로 서의 길을 걸었다. 매하가 정리사에 입학한 것 역시 그가 교육운동가의 길을 선택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융희학교에서 받았던 교수법에 바탕을 둔 교육기관에서의 교사활동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매하의 고창고보 설립계획은 이때부터 움트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미래를 위해 치밀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나갔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나갔으며, 다양한 학습과 경험을 축적해나갔다.

당시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신식교육을 받았다는 것은 그들로 하여금 민중들을 깨우쳐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부여받은 것과 같았다. 이는 일제의 식민통치를 극복하고 조선의 독립 쟁취를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이 교육이라는 사실을 주지하고 있던 당대 지식인들의 공통된 자각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