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융희황제(순종)의 대한제국이 겪는 시련처럼 융희학교 역시 그렇게 역사의 주도권을 상실한 채 경영상의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매하가 1회 졸업생으로 배출된 1910년, 융희학교는 결국 문을 닫고 만다. 매하가 졸업한 것이 그해 7월이었고, 일제에 의한 한일합방이 8월, 융희학교의 폐교가 9월에 있었으니 융희학교의 운명은 융희황제의 그것과 일치한 셈이 되어버렸다.

이렇듯 기울어져가는 국운 앞에 선생은 다시금 나라의 앞날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게다가 선생이 융희학교를 졸업한 때가 1910년이었으니 국치의 뼈아픈 그날을 똑똑히 지켜보며 분명 조국의 독립을 쟁취하고 새로운 국가건설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짐했다.

한편 매하는 융희학교 재학중인 1909년 2월 고향에 잠시 내려와 담양군 창평면 장전리, 전주이씨 양녕대군의 후손인 이익선 선생의 장녀 이옥승을 배필로 맞아 혼인하고 슬하에 2남 2녀의 자녀를 두었다.

양태승은 융희학교를 졸업한 뒤 배우고 가르쳐 인재를 양성하여 힘을 길러야만 국권을 되찾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좀 더 높은 수준의 학문을 익히기 위해 심리학강습소(心理學講習所)에서 보통심리학(普通心理學)을 공부하는 한편, 이듬해인 1911년에는 사립정리사(精理舍)에 입학하게 된다. 20세의 늦은 나이에 서양학문에 눈을 뜬 매하였지만 신학문에 대한 욕구는 그 누구보다 강렬했기 때문에 끊임없는 배움의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