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하는 20세가 되던 1908년 6월 융희학교(隆熙學校, 현재 중앙고등학교의 전신)에 입학하였다. 당시 그가 입학한 융희학교는 구한말의 대표적인 지식인 중의 한 명이었던 유길준(兪吉濬)이 세운 학교였다. 유길준은 1984년 청일전쟁의 결과로 들어선 김홍집(金弘集) 내각의 중요 인물 중의 한 명으로 내부대신에까지 올랐으나, 1986년 2월 아관파천(俄館播遷)이 일어나자 실각하였다. 그는 김홍집 등 친일내각의 주요 인물들이 성난 민중들에 의해 살해당하는 상황에서 일본으로 망명하였다. 유길준은 이후 1907년 11월 귀국하여 흥사단(興士團)을 설립하고 융희학교를 세우는 등 조선의 개화와 실력양성에 나섰다. 조선의 개화를 위해 도움이 될 국가로서 러시아를 선택하느냐 일본을 선택하느냐의 기로에서 일본을 선택했던 유길준이었지만, 일본에 의한 국권침탈이 자행된 이후에는 애국계몽운동에 앞장섰다. 그러한 가운데서 성립된 것이 바로 흥사단, 대한경제회, 한성부민회 등의 조직이었고, 대한제국의 연호를 딴 융희학교도 설립되었던 것이다.
매하는 1908년 6월 융희학교가 모집한 첫 학생들 중의 한 명이었으며, 이 학교에서 교과과정을 마친 몇 되지 않은 학생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융희학교는 그가 졸업한 뒤 얼마 뒤인 1910년 9월 기호학교(畿湖學校)로 고쳤다. 그는 20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신학문을 접한 탓에 남달리 많은 노력을 공부에 쏟아부었고, 그 결과 2년 만에 융희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게 된다.
당시 매하가 융희학교에서 배운 학문의 내용은 대개 신학문이었다. 현재 매하의 가문에 보관되어 있는 융희학교와 관련된 자료에는 융희 3년(1909) 7월의 2학년 ‘진급증서(進級證書)’, 융희 4년(1910) 4월의 3학년 ‘진급증서’, 그리고 융희 4년 7월의 ‘졸업증서(卒業證書)’가 있다. 여기에서 2개의 진급증서는 각각 1학년과 2학년의 학업을 마치는 시험을 통과했으며, 상급학년으로 진급을 허락함을 증명하는 서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