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오후 2시경 인사동(仁寺洞)에 있는 태화관(泰華館)에는 손병희 등과 함께 민족대표로서 참석하여 독립선언서를 회람하고 만세삼창을 외친 뒤, 출동한 일본경찰에게 체포되어 서대문 감옥에서 옥고를 치르던 중,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심한 고문으로 56세의 나이로 옥중에서 순국하였다. 정부에서는 그의 공을 기리어 1962년에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하였다.

양태승은 양한묵 선생이 능주에 세무 관리로 재직 중일 때 7세의 어린 나이로 잠깐 만난 적이 있었을 뿐이지만, 3·1 독립선언문의 작성을 주도한 33인 중 유일하게 감옥에서 순절한 그를 집안 어른으로서뿐만 아니라, 대대로 내려오는 양씨 가문의 절의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존경하였다. 또한 매하가 향후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중요한 사표로 여기면서 양한묵 선생의 행적에 큰 관심을 나타내었고, 그의 의로운 정신과 투철한 실천력을 몸소 배워나갔던 것이다.

지금까지 살핀 바와 같이 양태승의 가문은 대대로 일신의 안위보다는 항상 외로움을 추구한 충절의 가풍을 지닌 호남지역의 대표적 사족이었다. 양태승이 평생 민족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후일 일제의 희유공작을 피하여 속리산에 은거해버린 사실은 바로 이와 같은 가문의 전통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즉, 양태승은 화순 다라실에서 태어나 제주 양씨 가문의 뿌리 깊은 외로운 정신과 나라 사랑 정신을 이어받은 토양에서 향후 조선의 민족교육을 이끌어 갈 거목으로 자라나게 된 것이다.

양태승 선생이 태어난 1889년은 일본군에 의해서 조선이 개항된 지 13년째 되는 해였다. 양태승은 부친 양회규(梁會奎)와 여흥 민씨 부인 사이에서 맏아들로 태어났다. 매하의 부친 양회규의 자는 보윤(甫允)이며 호는 우매(又梅)인데, 어려서 말과 글을 일찍 깨우쳤으며, 출중한 용모와 비범한 재주를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정암 조광조의 후손인 판서 조종필(趙鍾弼)의 추천으로 벼슬살이를 권고받았으나, 때가 아니라 여겨 일절 사양하고 학문을 닦고 덕을 쌓는 일에만 전념하였다.

그러던 중 을사조약(乙巳條約)이 체결되자 동지를 규합하여 을사오적(乙巳五賊)을 성토하는 공동 상소를 올렸다. 이 또한 제주 양씨 가문이 대대로 지켜온 애국충절 정신의 소산이었다. 이후 그는 비분강개한 마음을 지닌 채 화학산(華鶴山) 청룡리(靑龍里)에 한동안 은거하기도 하였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소년 양태승의 가슴 속에는 일본에 대한 분노와 조국의 미래를 걱정 하는 우국충정이 점차 자리 잡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