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해 12월 풀려나 다시 의병활동을 도모하다가 이듬해 체포되었다. 그리하여 장흥(長興)에서 옥고를 치르면서 단식투쟁을 하다가 끝내 순절하였다. 이후 그에게는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1963년 대통령표창, 1977년 건국포장이 추서되었다. 현재 쌍봉마을 입구에는 당시 ‘쌍산의소’를 기념하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으며, 1994년 1월 31일 전라남도 기념물 제153호로 지정되었다. 양태승은 이처럼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가문의 투철한 역사의식과 어떠한 난관도 마다하지 않는 실천력에 바탕을 둔 절의정신의 영향을 받으면서 나라를 잃어가는 암울한 현실 앞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고 웅비를 꿈꾸며 자라났다. 특히 당시 소년 양태승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은 민족대표 33인 중에서 유일하게 옥사한 양한묵(梁漢黙)선생이었다.

그의 본관은 제주(濟州)이며, 자는 길중(吉仲), 호는 지강(芝江)이고, 부친은 양상태(樣相泰)이다. 지강은 1894년(고종31) 33세에 탁지부(度支部)주사에 임명되어 능주에서 세무 관리로 근무하다가, 1897년(광무1)관직을 내놓고 동학에 입교하여 진보회를 조직, 구국 민중운동을 지도한 인물이었다.

양한묵은 37세 되던 해에 일본으로 건너가 유학하던 중, 당시 일본에 망명 중이던 손병희(孫秉熙)를 내량(奈良)에서 만나 동학(東學)에 입교하였다. 1904년(광무8)에 노일전쟁이 발발하자, 이 기회를 이용하여 국권을 되찾고자 동경(東京)에서 손병희·권동진(權東鎭)·오세창(吳世昌)·조희연(趙羲淵) 등과 만나 보국안민의 방책을 협의 결정하고, 국내에 훈령하여 이용구(李容九)로 하여금 진보회(進步會)를 주관케 하여 일대 민중운동을 일으키게 하였다. 1905년(광무9)에 귀국하여 친일파로 변절한 이용구에 대항키 위해 헌정연구회(憲政硏究會)를 조직했다.

이듬해 손병희·권동진·오세창이 귀국하여 서울에 천도교종부(天道敎綜部)를 설치하자, 그 집강진리과장(執綱眞理課長)에 취임하였으며, 1909년(융희3)에는 법도사(法道師), 1911년에는 직무도사(職務道師)를 역임하였다. 1919년 2월 25일경 손병희(孫秉熙)·오세창(吳世昌)·권동진(權東鎭)으로부터 독립만세운동 계획을 듣고,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약속했다. 27일 최린(崔麟)·오세창·임예환(林禮煥)·권병덕(權秉悳)·나인협(羅仁協)·홍기조(洪基兆)·김완규(金完圭)·나용환(羅龍煥)·홍병기(洪秉箕)·박준승(朴準承) 등의 동지와 함께, 재동 김상규(金相奎)의 집에 모여서 독립선언서와 기타 문서의 초안을 검토하고, 그 취지에 찬동하여 민족대표로서 서명 날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