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냐 존재냐 양자택일이 있을 수 없다.

“소유적 인간”은 자기가 가진 것에 의존하는 반면, “존재적 인간”은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 자기가 살아 있다는 것, 기탄없이 응답할 용기만 지니면 새로운 무엇이 탄생하리라는 사실에 자신을 맡긴다.

현대적 의미에서의 능동성은 활동과 단순한 분주함을 구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두 종류의 활동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소외된” 활동과 “소외되지 않은” 활동 사이의 구별과 같은 것이다. 소외된 활동을 할 때 나는 나 자신을 행동의 주체로 체험하지 않고 나의 활동의 결과로 경험한다.

존재적 실존양식은 오로지 지금, 여기(hic et nunc)에만 있다. 반면 소유적 실존양식은 과거, 미래라는 시간 안에 있다.

인간이 소유하고자 하는 어떤 대상에 대해 조금만 숙고해 보면 소유할 수 있는 대상 자체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작용 자체도 영원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영원히 소유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단지 무엇인가 소유하고자 해서 얻게 되는 그 순간은 인간에게 잠시나마 행복을 가져다주는데 이는 인간의 원초적 영역인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은 이러한 새로움의 영역을 소유로 채우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며 잠시의 행복 뒤에 더 커다란 소유를 원하게 되고 그러한 반복이 결국 “무엇인가 소유하지 않는 삶을 견디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존재란 무엇인가? 살아있는 순간, 현재 그 자체를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이는 소유하지 않음을 의미하고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은 잃어버릴 것이 없다는 의미이다. 잃어버릴 것이 없으므로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불안이나 소유에 대한 집착이 없으므로 대상이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느끼고 대할 수 있어 온전한 공감이 가능하다. 공감이 존재한다는 것은 나 이외의 다른 대상과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소외는 존재할 틈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