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가 있던 날. 오 관장(가운데)을 방문한 오 관장 지인들과 함께 포토존에서 기념촬영

기자가 운주사(雲柱寺)와 천불천탑을 처음 대한 건 1983년 초가을 어느 늦은 오후였다.
지구 반대쪽 먼 나라로 공부하러 떠나기 직전, 한국을 좀 더 가슴에 담아두고자 전국 배낭여행을 하던 중 들렀던 운주사는 지금은 상상이 잘 안 되는 산골의 고즈넉하고 운치 넘치는 고찰(古刹)의 모습으로 여독(旅毒)에 지쳐있는 여행객을 맞아주었다.

운주사 입구에서 대웅전 까지 걸어 들어갈 때, 포장이 안 되어 자갈과 흙이 발길에 서걱서걱 걸리던 길, 기자를 반겨주며 석양(夕陽)과 하루 인사도 나누면서 곳곳에 늘어서 있는 천불천탑, 감이 몇 개 매 달린 작은 감나무 옆의 요사채에는 호롱불이 밝혀지고 있었고,,,, 다음날 다시 찾아와 만난 거대한 山 위의 와불(臥佛)...은 외국에 가서도 두고두고 잊지 못할 풍광으로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한국에 가면 꼭 다시 찾아가 보아야지,,했던 운주사와 천불천탑.

∎천불천탑(和順千佛千塔 )사진문화관

보물 제798호로 지정된 운주사 원형 다층석탑을 형상화한 카메라옵스큐라((Camera obscura)관의 외관(外觀)이 인상적인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운주사 입구에 위치한 '천불천탑 사진문화관'

2017년 4월 21일 운주사 천불천탑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전시·교육·휴식 공간이 어우러진 화순군립 천불천탑 사진문화관이 문을 열었다.

오 관장이 지인에게 천불천탑사진문화관에 기증한 자신의 카메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문학관을 개관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오 명예관장은 조심스레 말하는데 “2014년 도곡에 있던 집에 2층이 화재로 전소해 버렸어요. 그 때 친분이 있던 구충곤 군수의 중단된 운주사 유물박물관을 사진박물관으로 만들어 보자는 제안으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건물의 용처는 운주사유물박물관이었지만 전시물이 빈약하여 중단된 상태였는데 마침 운주사를 비롯한 남도의 문화를 집중적으로 촬영해 온 저의 사진 콘텐츠가 풍부함을 알게 된 구충곤 군수의 용단으로 사진문화관으로 급선회 하게 된 것입니다.”

총사업비 54억 원이 투입된 천불천탑 사진문화관은 지상 2층 규모로 1층 제1전시실에는 카메라옵스큐라, 전시실, 영상실, 수장고, 사무실 등이 들어섰다. 2층 제2전시실에는 오상조도서실, 포토랩, 카페, 쉼터 등이 자리했다.

문화관은 카메라 30점과 운주사 관련 사진 작품 110점, 사진관련 도서 1000권, 필름 1000컷를 무상으로 기증한 오상조 명예관장의 기여로 조성됐다.’

∎오상조 관장과 사진

지리산이 뻗어나가는 산자수려(山紫水麗)한 전북 장수(長水)가 고향인 오상조 관장은 서울의 대학에서 사진학을 전공하는 사진학도로서 방학에 고향에 내려오면 소박하게 살아가는 마을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곤 했다. 오 관장의 흑백사진 속 마을사람들은 100년 전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남도사람들의 원형을 보여주는데, 그는 자신스스로가 同시대의 삶과 문화의 흔적이 관심이 많다는 것을 간파하고 자신이 끝까지 가지고 가야 할 사진의 主題가 바로 ‘南道의 情緖를 대변하는 南道의 文化’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하여 그의 작품은 사회고발적인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문화적인 다큐멘터리 성향을 지니고 있다.

오 관장이 남도의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1982년 전주대학교 강사로 나갈 즈음 전주대박물관으로부터 전라북도 국보와 보물을 촬영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자료를 찾아가면서부터 였다. 문화재의 90%인 불교문화유적을 촬영할 때 태봉사 삼존불 촬영당시 상황을 그는 지금도 선연하게 기억한다. “삼존불의 크기가 아주 작거든요. 촬영 후 암실에서 전지작업을 할 때 작은 삼존불이 인화지 위로 서서히 커다랗게 상이 살아나오는 순간, 마치 오래 된 석불이 환생하는 듯 충격과 환상에 빠져들었습니다. 그 순간이 저를 사찰과 석불 사진을 찍게 만든 거 같아요.” 1년간의 문화재 작업이 끝나고 오 관장은 다음해 구교(舊敎)와 개신교(改新敎) 촬영의뢰도 받게 되면서 완주 되재 성당, 나바위 성당, 전주 전동 성당, 순교자들의 흔적 등을
찍으며 문화적인 사진에 심취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상조 관장과 운주사 인연

오 관장이 운주사와 처음 인연은 1984년 광주대학교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시작되었다.
기자가 운주사를 처음 만났던 시기와 불과 1년 차이가 난다.
문명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은 자연상태 운주사의 석불과 와불을 오 관장의 마음가는대로 자유롭게 작업하고 명상에 잠길 수 있었던 그 시절을 오 관장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한다.

행복한 마음의 사진가의 앵글에 잡힌 피사체는 당연히 평화로운 표정일 수 밖에. 현재 전시중인 63점 사진에 표현되는 운주사의 석불과 석탑은 천불천탑의 설화에 맞아 떨어지는 각양각색의 모양이며 세월의 바람에 씻기고 흔들리며 못생기고 불편한 자세가 되었을지라도 자연스럽고 친근한 모습들이다.

오 관장은 자신의 사진 철학 바탕은 ‘인연과 집념’이라고 표현한다.
전주에서 광주로 오게 되고, 운주사를 알게 되면서 화순과의 인연도 닿아 이제는 화순에 거주하게 되었으며 그래서 구충곤 화순군수와의 우정도 쌓게 되고 더 나아가 오늘의 천불천탑사진문화관도 개관하게 된 것이다.

∎오 관장의 포부

오 관장은 불과 2년 전만 해고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현실이 된 지금 아직도 꿈을 꾸는듯하다고 한다. 하지만 운주사 유물을 전시하려고 짓기 시작한 건물이라는 당초의 계획에는 어긋났지만 운주사 사진으로 개관전시를 하니 나름 깊은 의미와 어떤 운주사와의 운명 같은 걸 느끼게 된다고.

내년 후반 대학에서 정년퇴임을 하고나면 사진문화관의 콘텐츠를 더욱 풍부하게 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할 거라는 오 관장은 그동안 열심히 찍어온 느티나무들을 다가오는 9월에 전시할 계획인데 마침 느티나무가 화순의 군목(郡木)이라며 화순과 자신과는 어쩔 수 없는 인연의 고리로 엮어진 거 같다고 한다.

끝으로, 오 관장은 앞으로 천불천탑사진문화관을 통하여 화순군민들이 전시공간으로서 문화를 공유하기를 바라고 자신은 사진 아카데미를 열어 수강생들에게 화순을 주제로 한 사진발표회도 갖게 하고 싶다고 한다. 또 사진 아카이버(archiver)를 짜고 싶고, 사진가들에게는 암실작업도 하고 세미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여 우리의 사진을 전 세계적으로 홍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수 십 년 간 대학 강단에서 사진학을 강의하며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아 온 그는 사진문화관 운영을 통하여 사진교육과 사진문화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되어 보람을 느끼지만 ‘사진가’로서의 본연의 태도는 죽는 날 까지 지킬 것이라는 오상조 관장.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진의 매력은 기록과 보관에 있다고 봅니다. 순간을 찍어 기록하고 영원히 보존할 수 있다는 것...대단한 일이지요.”
오 관장의 말 속에서 문득 ‘사진 속에서는 찰나가 겁이고 겁이 찰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천년의 신비가 숨 쉬는 운주사의 천불천탑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 ‘천불천탑사진문화관’은 필시 ‘찰나(刹那)와 겁(劫)이 공존하는 공간’이랄 수 있겠다.

오 관장의 삶과 영혼, 사진철학이 카메라와 글귀

오관장의 작품: 석불,1992

오상조 관장:010.3633.2338
사진문화관:061.375.7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