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2008년 2/4분기 약제평가 추구관리' 결과에 따르면 우리지역 관내 의원들의 급성상기도감염(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최저 5%미만에서 최고 90%이상까지 큰 폭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화순군 병·의원 가운데 항생제 처방률 90% 이상인 곳이 사평하나의원 94.94%, 준호이비인후과의원 94.28%, 을지의원 91.05%이고 항생제 사용을 최소한으로 억제한 곳이 이동규소아과의원 1.05%, 최의원 3.48%으로 나타났다. 물론 항생제 처방률의 높고 낮음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하지만 동급 의료기관과 같은 과목 사이에서도 처방률이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같은 소아과에서도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낮은 항생제 처방률을 보인 의원 중 하나인 A의원 B원장은 “처음부터 항생제를 쓰지 않는다. 상태가 나빠지거나 안 좋은 경우에만 극도로 제한하여 항생제를 투여한다.”고 했다.

항생제 처방률이 90%가 넘은 C의원 원장은 “항생제를 안 쓰고 오래 가는 것보다는 항생제를 처방하여 빨리 낫게 하는 것이 신념이다”고 하면서 “건강보험심평원의 기준과 원칙은 애매한 점이 있다”고 하였다.

한 의원 관계자는 “항생제를 사용함으로 인해 환자들의 상태가 빠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환자들에게 잘 치료하는 의원이라는 인식을 심어 환자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하기 위한 한 방법일 수 있다”라고 하였다. 이는 불필요한 항생제 남용의 실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항생제 복용으로 낫지 않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내성균이 생겨 정작 항생제 치료가 필요할 때 약발이 듣지 않는 것이다. 이는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더 강한 처방을 초래하게 된다.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내성률도 상당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내성률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10% 안팎이었으나 20년간 무려 7∼8배로 급증했다. 의약분업의 명분 중 하나가 항생제 남용 억제였으나 그 효과가 미미하기만 하다.

항생제 남용을 막기 위해 심평원에서는 처방을 많이 한 병원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처방률 공개 후 조금 줄긴 했어도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항생제 남용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사안인데도 화순보건소의 대책은 전무하다. 항생제 사용의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고 남용 실태를 보다 세밀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하지만 화순보건소는 항생제 과다 처방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아 군민 건강에 심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순천시의 경우 항생제 과대 처방으로 인한 부작용과 폐해를 일찍 인식하고 관련 단체와 함께 ‘항생제 처방율 저감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순천시는 항생제 오·남용 방지를 위해 지역 내 우수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의·약·정협의회를 구성하기도 하였다. 그 결과 07년 당시 항생제 처방율은 평균 56.7%로 전국 평균치보다 1.67%포인트 높았으나, 작년 1분기에는 전국 평균 48.06%보다 5.02% 낮은 43.04%로 나타나 6.69%의 항생제 처방률을 낮추는 큰 성과를 거뒀다.

화순보건소는 ‘항생제 과다 남용’이라는 세균의 공격에 아무런 항생제도 가지고 있지 않은 듯하다. 화순보건소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화순보건소 관계자는 “항생제 과다 처방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서 알고는 있지만 항생제 과다 처방에 대해서 준비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의원들이 항생제 처방이 필요하지 않은 급성상기도감염에도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향이 있고 주사제 또한 응급하거나 먹는 약을 삼킬 수 없는 환자에게 투여하는 게 기본원칙"이라며 "우리나라의 항생제, 주사제 처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의료기관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약제평가 결과는 심평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의 일문일답 형식의 항생제에 관한 지식이다.

감기 등 급성 상기도감염에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나요?
감기 등 급성 상기도감염은 대부분 바이러스가 주원인이며, 바이러스에 대한 항생제 사용은 치료효과가 없고 내성만 키우므로 권장되지 않습니다. 다만, 고열, 인후삼출물, 경부임파샘염 등 세균감염 징후가 있는 상황에서는 항생제 사용이 필요합니다.

항생제를 잘못 쓰면 어떤 부작용이 있나요?
항생제가 오·남용될 경우에는 내성균이 생겨 점점 고단위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고 정작 항생제가 필요한 질병에 걸렸을 때에는 선택할 수 있는 항생제의 범위가 줄어들게 되어 건강을 위협할 수 있으며, 의료비용도 상승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급성 상기도감염에 항생제 사용이 외국에 비해 많은가요?
우리나라의 경우 급성 상기도감염으로 의원에 내원한 환자에 대한 항생제처방률은 약 60%로 미국 43%, 네덜란드 16%, 말레이시아 26%에 비해 약 1.5배～4배 정도 높습니다.

급성 상기도감염에 항생제 적정사용을 위한 심사평가원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심평원에서는 급성 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2001년부터 분기별로 항생제처방률을 평가해왔으며, 2002년 진료분부터 그 결과를 공개하여 국민의 합리적인 의료이용?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병원의 자율적 개선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국민들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항생제 사용에 대한 홍보 등을 추진하고, 급성 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사용 평가를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그 결과를 제공하는 등 항생제 적정사용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화순관내 의원 항생제 처방율(가나다 순)
김창완소아과의원 50.10 소아과
능주의원 5.64 외과
대동의원 7.42 일반
명인외과의원 72.84 외과
사랑의원 52.38 일반
사평하나의원 94.94 일반
안병현백준이비인후과의원 71.70 이비인후과
오금탁내과의원 18.97 내과
윤채중내과의원 20.00 내과
을지의원 91.05 진단방사선과
이동규소아과의원 1.05 소아과
준호이비인후과의원 94.28 이비인후과
차메디컬의원 71.09 산부인과
천석배내과의원 8.74 내과
최의원 3.48 일반
푸른소아과의원 69.13 소아과
한양내과의원 60.82 내과
현대외과의원 31.51 외과

항생제처방률은 감기등 급성상기도감염에 처방한 항생제 비율이다.
분기내 급성상기도감염 진료건수가 100건 미만인 병원은 제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