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된 12명의 환자식당 직원들이 5일 오전부터 병원장실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화순전남대병원 환자식당에서 일하는 외주업체 노동자 중 고용 승계를 받지 못하고 해고된 12명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5일 오전부터 병원장실을 점거해 복직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한가지였다. “다시 일할 수 있게만 해달라”

문제의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화순전남대병원의 환자식당 급식을 맡은 외주업체 ‘리푸드 시스템’의 부당한 대우를 개선하고자 환자식당 직원 29명은 2006년 8월에 보건의료노조에 가입하면서 부터 노·사 갈등은 시작됐다.

노조원들은 사측과 법적인 싸움까지 하면서 체불임금과 국민연금의 과다징수한 부분을 환수조치 하는 등의 성과를 끌어냈지만 결국 리푸드 시스템은 2007년 12월 직장폐쇄를 함으로써 이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2008년 1월 법원에서 리푸드 시스템의 직장폐쇄가 불법이라는 판결을 받아 현장에 복귀하였으나 새로운 도급업체인 (주)두메푸드 시스템은 당해 2월1일자로 조합원 13명을 고용하지 않고 집단해고를 하기에 이른다.

노조의 8개월여의 투쟁 끝에 결국 사측은 13명 해고자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하겠다는 합의서를 쓰고 2008년 8월에 4명과 12월에 2명을 복직 시켰다. 그러나 나머지 노조원들은 채 복직을 안한 상태에서 (주)두메푸드 시스템이 도급을 중간에 포기하는 바람에 새로운 도급업체인 (주)용진이 2009년 1월1일부터 환자식당의 외주업체로 낙찰받아 일을 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주)용진은 직원들 중 한국노총 조합원 27명에 대해서는 노조탈퇴를 조건으로 고용을 승계하였으나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에게는 노조 탈퇴 여부나 면담 한번 없이 작업장에 공고문만 붙여 해고를 통보했다. 여기에는 ‘용진’이 ‘리푸드 시스템’의 자회사일 것이라는 추측이 일고 있는 가운데 노조원들은 ‘리푸드 시스템’ 당시 보건의료노조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 했으나 노조원들의 거부로 무산됐었던 일이 이번 해고에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1년 단위로 사측과 재계약을 하며 일하다 해고된 한 보건의료 노조원은 “우리가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될 이유는 없었다”며 “이유가 있다면 보건의료노조에 가입 돼 있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다시 일하는 것이다”며 “그러나 이 모든 원인을 제공한 병원측도 피하기에 급급하고 사측은 사장 얼굴도 못봤다”고 털어 놨다.

또 다른 노조원은 “(주)용진은 ‘리푸드 시스템’의 상무였던 김동운 씨가 식당 입찰 일주일 전에 회사설립 신고를 하고 공개입찰 하여 낙찰받은 업체다”며 “리푸드 시스템이 공개입찰에서 낙찰받기 위해 급조한 회사로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화순전남대병원 총무과장과의 면담을 통해 병원측의 입장을 들어 보았다.

고용승계를 받지 못하고 해고된 외주업체 직원들이 병원장실 무기한 점거농성에 들어간것에 대한 대책은 없는가?
이 문제는 당사자인 (주)용진이 발벗고 나서야될 문제인데도 업체측에서는 현 상황에 대해 좀더 고민해보고 대처하겠다며 안나타나고 있어 병원측에서도 딱히 해답은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환자식당 급식 업체는 몇군데나 입찰 했었나?
(주)용진을 포함해 총 2개업체가 입찰에 참여 했었다. 두곳 모두 새로운 업체지만 식당 급식부분에서 경험이 있다고 판단된 (주)용진을 선택하게 됐다.

해고된 노조원들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업체와 계약해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병원측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병원에서 내건 조건에 부합됐기 때문에 선정됐을 뿐이며, 어디까지나 생각은 생각일 뿐이다. 급한건 노·사 문제가 아니라 환자 급식이 아닌가.

외주업체와 해고된 노조원들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해 문제를 풀 의지는 없는가.
당사자들간 풀 문제이지 제3자가 개입 하기는 힘들다. 노·사간의 문제보다는 노·노 간, 즉 노조와 비노조 직원들 사이에 뿌리 깊은 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업체측에서는 직원들간의 반목을 해결 할 여력이 없는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병원 입장에서는 그러한 문제 보다는 환자급식을 하는데 있어 차질없이 해줄 업체를 선정하는것이 우선 아니겠는가.

애초에 병원에 필요한 인력들을 화순전남대병원에서 떠안았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 안됐을 텐데 어떤가.
현재 기업경영에 있어 핵심업무가 아닌것은 모두 ‘아웃소싱’하고 있다. 광주 전남대병원도 50%가 이렇게 하고 있고, 개인 병원이나 신설 병원 등도 모두 이와 같은 방식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는 인건비 절감차원 외에 다른 내·외적인 부분들까지 있으며, 비핵심업무에 대한 아웃소싱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가고 있다.

해고된 노조원들이 복직을 요구하며 병원장실 점거 농성을 계속 하겠다는 입장인데 어떤가.
상당히 위험한 생각들이며 서로간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원장실 점거 농성보다는 회사측과 대화 채널을 열어 해결했으면 한다.

한편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강현옥 사무국장은 “화순전남대병원이 개원할때 화순지역의 고용창출을 약속했다”면서 “병원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화순군민들은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인데 이것을 고용창출이라고 할 수 있는것인가”라며 질타했다. 또 “지역 근로자들에게 해고와 복직을 오가며 고통을 주는것이 과연 병원의 설립 취지와 맞는지 묻고 싶다”며 “화순전남대병원은 개원 초기의 정신을 이미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강현옥 사무국장은 “병원측이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것만이 근본 해결책이다”며, “차선책으로라도 병원과 외주업체 간의 계약 체결 당시 ‘사측이 근로자에게 부당한 대우를 할 경우에는 계약을 해지 할 수도 있다’는 등의 조건부 계약을 하는 것만이 비정규직의 불안한 고용 상태를 그나마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환자식당에서 일하는 외주업체 직원들은 시급 3,770원을 받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으며, 사측으로부터 말한마디 없이 해고 당한 보건의료노조원들은 그나마 일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한 채 원장실 점거 농성이라는 막다른 길을 택했다.

제3자의 입장이라며 뒷짐지고 있는 병원과 면담 자체를 거부하며 연락을 끊고 있는 업주 사이에서 이들이 어떤 해결 방안을 끌어낼지는 미지수이다. 1년동안 2번 해고의 아픔을 겪었고 또 다시 기약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속에서 과연 누가 명쾌한 해답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