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진폐환자 생활보호 대책의 일환으로 진폐 제도 개선 과정에서 진폐 판정을 받은 진폐 환자에 대해 월 4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진폐환자들은 기초연금 40만원은 1인 가족 최저 생계비에 불과하다며 2인 가족 최저생계비인 월 73만원을 보장해 줄 것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후 강원도 태백의 황지연못에서 열린 ‘진폐법 개악반대 총궐기대회’

‘불치병’인 진폐증을 앓고 있는 진폐환자 5백여 명이 ‘최저 생계비 보장’을 요구하며 성난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진폐재해자협회 소속 진폐환자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도 갱목시위를 벌이며 “정부가 제시한 기초연금 40만원은 1인 가족 최저 생계비에 불과하다”며 “2인 가족 최저생계비로 월 73만원을 보장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또 대통령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생존권 투쟁의 결과 정부가 진폐 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오히려 진폐법 개악이 추진되고 있다”며 “진폐환자들의 피멍 든 가슴에 희망과 웃음을 안겨 달라"라고 호소했다.

한국진폐재해자협회 주응환 회장은 이날 집회에서 “진폐증으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사람답게 살다 죽을 수 있도록 해 달라”며 큰 북을 치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눈물로 호소하는 신문고를 울렸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진폐 제도 개선과 관련한 쟁점 중의 하나는 진폐환자 생활보호 대책으로 도입되는 기초연금 문제다. 정부는 진폐판정을 받은 진폐환자에게 생활보조비 형태로 기초연금 월 4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노동부 조병기 산재보험과장은 “현재 진폐증에 대한 보상은 일시금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연금으로 전환하고 또 환자가 사망한 뒤에 주로 보상하고 있는데 이를 생전에 보상 받을 수 있도록 보상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조 과장은 “진폐보상연금의 경우 기초연금과 장해연금으로 보상하는 데 기초연금은 모든 진폐자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할 예정”이며 “연금 수준은 기초 생계비를 고려해서 월 40만 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폐환자들은 월 40만원은 1인 생계비에 불과하다며 진폐환자 대부분이 2인 이상 가구인 점을 감안해 최소한 월 73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림대학교 의대 산업의학과 주영수 교수팀이 올해 5월과 6월 강원 남부지역 재가 진폐환자 1,2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9.9%가 직업이 없고, 2인 가구 월 평균 수입이 56만 6,500원에 그쳐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구당 부채가 1,833만 원으로 나타났다. 한림대 주영수 교수는 “재가 진폐환자들이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실정이다.”며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기초 생계비에 준하는 지원이 조건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업급여와 요양비를 지급받는 요양환자와 달리 치료와 보상의 사각지대에 놓인 재가 환자들에게 생활보조비 형태의 기초연금을 지급한다는 정부의 방침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진폐환자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액수를 2인 가족 최저 생계비인 월 73만원으로 책정해 달라는 노동계와 진폐협회의 요구에 대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재원 마련이 쉽지 않고 기초연금을 부담할 주체인 경제계의 입장을 고려할 때 노동계의 요구대로 기초연금 액수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진폐재해자협회 성희직 후원회장은 “세상의 중심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진폐제도 개선을 하면서 경제논리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발전에 기여한 진폐환자들의 인권과 복지 측면에서 접근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09년 상반기 국회에서 진폐 제도 개선을 위한 법 개정 논의가 이뤄질 때 기초연금 문제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CBS 조기선 기자 rainmaker@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