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진폐재해자협회 전남지회 이원조 회장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겠다”

18일 화순 중앙병원에서 단식농성 중인 진폐입원환자들을 찾은 자리에서 (사)전국진폐재해자협회전남지회(이하 진폐협) 이원조 회장은 이같이 말하고 “정부의 진폐환자를 거리로 내모는 정책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38개 병원 3천7백여명의 진폐 환자들은 15일 강원도를 시작으로 ‘진폐요양제도 개선안’을 반대하며 단식에 들어갔으며, 화순군도 17일 부터 고려병원(97명), 중앙병원(93명), 성심병원(22명)의 진폐환자들이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이는 노동부가 지난해 12월부터 노사정 및 전문가들로 ‘진폐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해 진폐요양 및 보상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를 거쳐 휴업급여와 유족 및 장해 보상을 폐지하고 연금으로 지급하는 개정안을 마련, 입법예고해 놓았기 때문이다.

진폐협 전남지회 이원조 회장에 따르면 현재 진폐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중인 환자들은 평균 임금의 70%를 휴업급여로 지급 받고 있으며 유족 보상의 경우 진폐환자가 사망했을 시 배우자→자녀(배우자가 없을 경우)→손자(자녀가 없을 경우) 순으로 1,300일 분의 급여가 지급됐었으나 개선안에 따르면 배우자에게만 지급되며 배우자가 없을 때에는 보상금은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휴업급여도 폐지돼 월40만원 수준의 연금으로 대체된다고 밝혔다(단, 기존 장해・유족연금 수급자 및 요양환자의 휴업급여 등의 기득권은 보장하며 신규 진폐환자는 개편된 진폐요양제도의 적용을 받을 예정이다).

노동부의 요양・보상체계 개편안의 주 내용은 현행 진폐보상체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인 진폐・장해 판정, 진폐요양, 유족급여 지급기준・절차 미비, 보상체계관련 문제점 등에 맞춰 진폐・장해판정시스템 개선, 진폐요양시스템 개편, 진폐유가족급여 지급요건・절차 개선, 진폐재해자 보상체계 개편 등이다.

이번 개편안의 가장 핵심적인 골자는 진폐 판정 절차를 단순화하고 합병증 인정 범위를 넓혀, 재가환자(진폐협 추산 7만여명, 노동부 추산 4만여명) 등 그동안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사람들에게까지 지원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재가 환자들 입장에서는 그나마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재가환자는 진폐증이 의심이 되지만 정부에서 정한 9가지 합병증에 포함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진폐판정을 받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해서 요양치료조차 할 수 없는 환자들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기존의 병원에 입원해 요양중인 환자들을 ‘합병증 별 표준진료지침’을 마련해 검사를 함으로써 증세가 가벼울 경우 입원 대신 통원 치료 및 입원 종결을 유도해 보상비 부담을 줄여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화순 중앙병원에서 진폐환자들이 이틀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원조 진폐협 전남지회장은 “과거 석탄산업이 활황일때 광부들은 석탄 1톤당 800원씩 보험료를 납부했고 그 재원으로 다른 업종의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갔었다”며 “다른 국가사업에는 몇조원씩 써 대면서 석탄산업이 내리막길을 걷자 이제는 우리를 쓰레기 취급해서 병원에서 내보내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진폐협에서도 “정부가 마련한 진폐요양 보상체계 개편안은 산재보험 재정 증가를 빌미로 병상의 환자를 내쫓고 그 예산으’로 비요양 환자들에게 생계비를 지원하려는 음모”라며 “이는 산업전사 파멸정책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바 있다.

전국 3천7백여명의 진폐환자들이 단식농성에 돌입 했고 이 와중에 농성중이던 환자가 연속 사망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부는 17일 대책회의를 열고 담당자 등을 현지에 급파해 사태를 파악하고 있으나 환자들의 불신과 조직적인 반발로 인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부와 진폐환자들이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날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침묵하고 있는 재가환자(진폐판정을 받지 못한 진폐의증 환자)들의 향방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