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2만 7천여 명에 이르는 재가 진폐환자들은 같은 진폐증을 앓고 있는데도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진폐는 물론 생활고로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광주 CBS의 연속 기획보도 "산업화의 그늘, 진폐환자의 끝나지 않는 고통"

두 번째 순서로 "진폐와 생활고로 이중고를 겪는 재가 진폐환자"에 대해 보도한다.

버스도 들어오지 않는 전남 화순의 궁색한 시골에서 진폐증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정두씨. 김씨는 부인 장점순씨와 함께 부부가 화순의 탄광에서 일했다. 김씨는 막장에서 탄을 캤고, 부인 장씨는 탄을 고르는 선탄작업을 했다.

그러나 김씨는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진폐환자가 아닌 진폐의증 환자이다.

김씨는 "진폐 급수가 나오지 않으니까 답답하죠. 다른 사람은 다 나오는데, 정부에서 진폐의증이라고만 하고, 내려 보내고 내려 보내고, 입원하면 약을 줄까, 약도 주지 않아요."라고 하소연했다.

탄광 막장에 인생을 바쳤지만 이들 부부에게 남은 것은 가난과 진폐의 그늘 밖에 없다. 김씨는 시골집에서 열흘에 한 번 약을 타기 위해 병원에 가야 하는데 힘겨운 고난의 길이다.

김씨는 “버스가 없어서 십리를 걸어야 한다.”며 “걸으면 다리도 아프고 숨이 가쁘고 해서 대여섯 번 쉬는 바람에 한 시간 이상 걸린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탄광에서 함께 골병이 든 부인의 약과 자신의 약을 사는 데 5만 원 이상이 들지만 화순군에서 지원하는 약값은 한 달에 2만 5천 원.

숨은 가쁘고 몸은 병들어 일은 못하고 자식들은 형편이 어려워 생활비를 보태줄 처지도 아니어서 이들 부부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진폐증에 걸린 광부들은 요양승인을 받은 요양환자와 요양승인을 받지 못한 재가 환자로 나눌 수 있다.

요양판정을 받으면 정부로부터 휴업급여와 요양비 등의 각종 혜택을 받지만 재가환자들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재가 진폐환자들이 요양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한 9가지 합병증과 고도의 심폐장애가 있어야 한다.

이런 불합리한 진폐법의 진폐 요양승인 규정 때문에 재가 진폐환자들이 쓸쓸하고 힘든 노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김은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환자를 담당하는 주치의 의견이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진폐의증 환자도 제약이 있고, 호흡하는 데 장애가 있는데 진폐의증이라는 이유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진폐 요양승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김 씨 처럼 근로복지공단의 요양승인을 받지 못해 치료와 보상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진폐환자들이 전국적으로 2만 7천여 명에 이른다.

전체 진폐환자의 10%에 불과한 요양환자와 달리 나머지 90%의 재가환자는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셈이다.

때문에 재가 진폐환자들은 같은 진폐증을 앓고 있지만 요양환자와 달리 생활고라는 짐까지 짊어지고 이중고에 눈물짓고 있다.

남편과 함께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장점순씨는 “약값이라도 쓸 수 있도록 똑같이 공평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며 “돌아가시면 뭐 하것소. 돈이 사람을 살린다고, 급수라도 나오면 약값이라도 될 텐데, 복이 없어가지고.”라며 신세를 한탄했다.

광주CBS 조기선 기자 rainmaker@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