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대사께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낙산사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가을이어서 어떤 여인이 벼를 베고 있었습니다.
이를 본 원효는 벼가 잘 읶었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사실은 벼가 읶었기 때문에 베고 있을 것 인데 여인은 아직 덜 읶었습니다. 하고 대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더 가니까 어떤 여인이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원효가 목이 말라 여인에게 물 한 그릇을 주라고 말했습니다.
그랫더니 월수를 빨고 있던 물을 떠 주는 것입니다.
당연히 먹을 수가 없지요. 왜 그 물을 주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인이 대답하기를 더럽고 깨끗한 것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답니다.
이 이야기는 관세음보살을 보겠다는 사람이 관세음보살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유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 입니다.
벼가 읶지 않았다는 대답은 공부가 덜 됐다는 이야기 이고 월수가 섞인 물을 받으며 더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별심이 있다는 것이고 분별심이 있으면 관세음보살을 볼 수 없다는 비유입니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자장율사는 중국 오대산에서 기도 중에 문수보살을 만나 계율을 받았고 우리나라에 돌아와 계율을 보급시키신 분입니다.
그때 문수보살님께 언제 다시 뵈올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물었답니다.
문수보살님은 신라에서 보자고 하셨습니다.
자장율사는 돌아와 불교를 중흥 시킨 것 말고도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왕이 재상이 돼 주라는 청을 했지만 거절했습니다.
당시는 왕의 말을 거역하면 죽는 것인데 “하루의 계를 지키고 죽을지언정 계를 파하고는 살고 싶지 않다” 고 말하면서 거절 했다는 것입니다.
자장율사는 나중에 승통의 지위에 올랐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문수보살님을 다시 만나고 싶었습니다.
열심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태백산 칡넝쿨에서 만나자는 대답을 받았지요.
자장율사는 시자 한 사람 만을 대리고 태백산을 찾아 칡넝쿨 사이에 움막을 짓고 100일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100일이 다 되가는데 하루는 자장율사가 움막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고 시자는 밖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거지가 찾아왔습니다.
머리는 길어서 흥크러진 상태고 다 떨어진 누더기 승복 차림에 망태기 하나를 메고 있는데 그 속에는 죽어있는 개 한 마리가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거지가 “자장” 있느냐 하고 말하는 것입니다.
시자가 생각할 때 임금님도 스승님의 함자를 함부로 부르지 못하는데 왠 거지가 우리 스승님 함자를 함부로 부르는 것을 듣고는 화가 나기도 해서 퉁명스런 목소리로 스승님께서는 기도 중이셔서 만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그 거지는 한사코 만나야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입니다.
만나야 겠다느니 못 만난다느니 목소리가 높아지며 시비를 부렸습니다.
움막 안에서 기도를 드리던 자장율사가 밖에서 소란한 소리를 듣고는 왜 그러느냐고 물었습니다.
시자가 어떤 거지가 와서 스님을 뵙자고 합니다. 하고 말 했습니다.
그 말은 들은 자장율사께서는 “아마 미친 사람인가 보다 잘 달래어 보내라” 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거지가 “돌아가리로다, 돌아가리로다. 아상이 있는 자가 어찌 나를 보겠느냐” 하고는 메고 있던 망태기를 던지니 죽어있던 개가 사자로 변했고 그 거지가 사자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그 말은 들은 자장율사는 움막에서 뛰쳐나와 거지가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절하며 울다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 오는 것은 세상에서 아무리 위대한 사람으로 보이더라도 순간적으로 아상에 사로잡히면 진리를 보지 못한다는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깨달음의 길, 붓다의 길, 보살의 길을 우리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관세음보살님은 휘황찬란한 황금 옷을 입고 머리에는 황금 관을 쓰고 멋진 모습으로 하늘에서 내려오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세상에서 자장 작은 사람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십니다.
성경에 의하면 하나님도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자에게 하지 않은 것이 나에게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관세음보살님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실지 모릅니다.
엄청 부르다가 정작 내 앞에 나타나면 쫒아 내지는 않은지 돌이켜 봐야 합니다.
여러분을 괴롭히는 적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마냥 잔소리하는 부인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애인의 모습일 수도 있고 못살게 구는 상사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나는 나에게 괴로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려고 노력합니다.
-아직 잘 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