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민신문=박준희 기자] 화순 지역경제 한 축을 맡아온 화순광업소가 2023년에 조기 폐광될 예정이다. 산업화의 1등 공신이라 불렸던 탄광은 갈수록 줄어드는 수요와 환경 규제로 인해 폐광이라는 절차를 밟게 되었다. 이에 정부는 폐광지역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이를 계기로 1995년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폐특법)‘이 만들어지게 되어 지난 2001년에는 화순군이 추가 지정되었다.

대체산업 창업 시에는 재정 및 금융상의 지원이 이루어진다는 ’폐특법‘의 주요 내용을 기반으로 화순 키즈라라는 2012년 1월 폐특법에 따라 폐광지역인 화순의 경제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설립되었다. 한국광해관리공단 250억원, 화순군 205억원, 강원랜드 200억 원 등 3개 기관이 총 655억 원을 출자하여 세워진 기업이다. 세무회계상 법인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론 공공자금이 투입된 준공공기관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키즈라라는 수 년이 지나도 간판조차 걸지 못했다. 설립 초창기였던 2012년에는 화순리조트(대표이사 김창호)라는 법인명을 이용하여 다른 폐광지역처럼 숙박시설과 골프, 스파시설을 갖춘 부동산 개발과 숙박사업을 추진했으나 실패했고 이후 2013년 바리오화순(대표이사 김창호, 문종안)으로 법인명을 변경하여 힐링을 테마로 한 발효리조트를 추진했으나 이 역시 폐기되었다. 후속으로 준비한 농업형 개발사업도 사업성 부진을 이유로 실패했다. 이후 새로운 어린이 직업 체험 테마파크를 모토로 2019년 키즈라라(대표이사 최영근, 문팔갑)로 법인명을 변경하며 2021년 개장을 목표로 하였으나 수 차례 미뤄진 끝에 다음달 11일 개장할 예정이다.

결국 2012년에 화순경제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시작된 사업은 10년 넘도록 지역경제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수백억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었지만 현재까지 어떠한 결과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10여 년 동안 사업 진행이 가능했는지도 의문일 따름이다.

키즈라라가 지체된 첫 번째 원인은 공적 자금을 관리하는 ‘도덕적 해이’에 있다. 어떠한 결과물도 없이 섣부른 방향성 설정과 아이템 결정에 치중하다 보니 10여 년간 사업선정과 법인 유지에만 공적 자본금 낭비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 원인은 법인의 대표이사 선출이 투명하지 못한 낙하산이라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경영진이 교체됐고, 집권당 출신 정치인의 낙하산 인사가 자리를 차지했다. 실제로 이명박정부 시절 2012년 초대 대표는 한나라당 지역위원장 출신인 김창호 대표. 그는 사실상 정치권과 광해공단의 합작으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박근혜정부 시절에는 새누리당 소속 나주·화순 당협위원장인 문종안 대표이다. 문재인정부에서는 MBC 제작본부장 출신인 최영근 대표가 임명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세 번째 대표인 최영근 대표만이 비지역(화순) 출신이며 MBC 경력을 가져 어느 정도 전문성을 담보했다는 평가가 있기는 하다. 낙하산 대표이사는 대부분 정치권 관계자들로 지역경제 활성화의 전문가가 아니다. 투명한 절차를 통해 적임자를 선출하고, 법인의 구성을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하여 폐광지역의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새로 대표이사로 임명된 문팔갑 대표는 박주선 국회부의장의 영향력을 등에 업은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 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로서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곳“ 이라는 키즈라라의 모토를 실현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문팔갑 대표는 고향사랑과 고향발전을 위해 키즈라라 대표직을 사퇴하고 전문성 있는 인사가 선임되어 경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줄 수 있는 용단도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물론 화순군, 화순군의회 등 지역이 주도하여 현재 정치권 낙하산 선임 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 및 투쟁이 선결되어야 하기도 하다.

화순군과 화순군의회는 200여억원의 화순군 예산이 투입되었음에도 아무런 역할이 없이 끌려만 가고 있는 현실에 많은 군민들이 개탄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당연직 이사로 키즈라라에 참여하고 있는 박철원 군수는 키즈라라 진행상황과 대책 및 대안에 대한 질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화순군은 구복규 군수 취임이래 그의 이미지 개선에만 치중한 문화, 축제, 예술분야의 장밋빛 청사진만을 부각할뿐 정작 혈세가 수년째 낭비되는 이런 시급한 사안에 대해서는 어떠한 해결책이나 진전사항도 내놓지 못했을뿐더러 ’곧 개장할 것이다‘ 라는 대답으로 현재 당면한 문제에 대해 회피하기에만 급급했다.

덧붙여 화순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임지락, 류기준 전라남도 도의원 역시 지역 현안에 대해 그저 무관심으로 대응하여 문제를 타파할만한 노력이나 어떠한 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는데 군을 이끌어나가는 지도층들의 안일한 대처와 무관심이 오늘날까지 이런 문제를 초래했다는 평이다.

세 번째는 경영진과 화순군의 안일한 대처이다. 군민의 혈세가 방치되는 동안 화순군과 의회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그저 방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내년에는 꼭 엽니다‘ 라는 말만 반복한 채 여러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개장을 미뤄온 지도 벌써 수년이다.

화순군의회 관계자는 ”민선 8·9기 의원들도 키즈라라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최근 현장조사를 다녀오기도 하였다“며 ”현재 권익위와 경찰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현재로써는 그렇다 할 입장을 내기 어려운게 사실“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반면 화순군 부군수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관련 사항에 대해 질문한 취재인의 문자 연락에도 묵묵부답이였다. 키즈라라가 정상적인 인사 체계를 갖추지 않은 상황이 분명함에도 어떠한 해명의 기회조차 잡지 않은 것이다.

덧붙여 건축법을 비롯한 관련 법령의 위반과 경영진의 비리 내용을 폭로한 내부고발자의 폭로까지 더해져 ”집안싸움을 하다 보니 개장이 늦어져, 어린이들에게 체험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화순군 주민 A씨는 “개발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게 벌써 10년 전”이라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대체 이 10년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지 모르겠다. 200억이라는 돈이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 않느냐. 본인들 돈이였으면 그렇게 허송세월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군민의 혈세가 투입된 키즈라라의 경영을 감시하는 단체 설립에 대한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한치의 티끌도 없는 투명한 예산 집행과 법인 운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문팔갑 키즈라라 대표이사는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은 매우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화순은 내 고향이다. 광부들의 피땀눈물이 섞인 돈을 허투루 쓸 수 없다”며 “책임 의식을 갖고 화순의 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해 키즈라라를 이끌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10년을 다시 돌이킬 수는 없겠지만, 철저한 진상규명과 감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고 관련 인사들의 책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의 인사 체계 또한 바뀌어야 하고 이를 개선할수 있는 별도의 법률적 방안 역시 필수적으로 여겨진다.

화순광업소의 폐광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다가올 키즈라라의 개장에도 차질이 없어야 한다. 폐특법의 조항으로 창출할 수 있는 많은 경제적 효과를 벌써 10년간 놓쳐온 것은 사실이지만 철저한 준비를 통해 경제적 창출 효과를 누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