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A아파트 조감도

화순 A아파트의 일부 조합원들이 예상치 못한 추가분담금 요구에 울분을 터트린 일이 있다. 당초 계획한 층수가 줄어들면서 세대수를 맞추기 위한 추가분담금이 결정됐는데, 대행사의 실수로 생긴 일에 더 이상 손해를 볼 수 없다는 일부 조합원들과 조합의 결정에 함께 해달라는 조합장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것이다

2019년 9월, 화순 A아파트의 업무 대행사는 3개동 29층, 총 308세대인 점을 강조하며 조합원들을 모집했다. 당시 A아파트는 인근에 위치한 H아파트를 참고하여 층수를 설정했다. 준주거지지역에 자리잡은 H아파트는 최저 28층, 최고 30층이지만, 일반상업지역에 지을 예정인 A아파트는 용적율과 건폐율이 월등히 높아 더 높은 층수도 설정할 수도 있었다. A아파트는 전문가들의 자문까지 받아 최저 29층, 최고 32층으로 설정하고 화순군에 허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2020년 11월, 예상과 다르게 화순군은 A아파트의 층수를 25층으로 허가했다. 도시조망권과 인접 도로폭 등 여러 요건을 고려한 결과였다. 실제 H아파트의 경우 왕복 4차선 도로와 인접하여 도심지 바깥에 위치해 있고, A아파트의 경우 비교적 도심지 가운데에 좁은 도로들이 아파트 주변을 감싸는 모양새다. 군 관계자는 “군에서도 되도록 원하는 층수를 허가해주고 싶지만, 전남도 도시계획 심의위원회의 결정사항을 따라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문제는 층수가 줄어들면서 세대수도 줄어든 것이다. 주택법 상 상업지역에 공동주택을 짓고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300세대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이미 3개 동이 예정된 부지에 추가로 동을 지을 수는 없기에, A아파트는 2개 동 건축면적을 조금씩 넓혀 작은 평수의 세대를 추가하기로 했다. 세대수는 겨우 맞췄지만 줄어든 평수로 인해 연면적이 줄어드는 문제는 감수해야 했다.

변경한 설계를 바탕으로 올해 6월부터 공사에 들어갔고, 조합은 지난 9월 총회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3천만 원의 추가분담금을 요청했다. 이를 위해 계약서를 갱신해야 했는데, 일부 조합원들은 층수 설계부터 추가분담금까지 일련의 과정들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설계 층수가 변경된 것은 명백한 업무대행사의 잘못이며 이로 인한 피해를 조합원들이 온전히 책임지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한 조합원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추가분담금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지만, 층수 변경은 업무대행사의 잘못이라 생각한다. 조합원들은 29층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저렴한 분양금을 보고 조합에 들어온 것이다. 편의시설이 추가된 것도 아니고, 업무대행사의 잘못으로 생긴 피해를 조합원들 돈으로만 메우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높은 분담금에 난색을 표했다. 또한 “명백히 따지면 추가분담금이 아니라 계약위반에 따른 변경이 맞다”며 “조합장은 조합을 대표해야하는데, 오히려 대행사만 감싸는 모양새다.”라며 조합장에 대해서도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A아파트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장은 “추가분담금이 최대한 안 생기도록 해야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 실망시켜 드렸다. 다만 분담금을 반대하는 분들뿐 아니라 아파트를 빨리 짓기 원하는 분들의 뜻까지 모으는 게 제 역할이다. 나 역시 같은 조합원이고 화순 사람이다. 추가분담금이 얼마나 부담되는 금액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다. 방향의 문제다. 반대하는 분들은 처음 분양금을 기준 삼으니 낼 수 없는 금액이라 생각하고, 찬성하는 쪽은 힘들어도 함께 감당하고 아파트를 짓자는 생각이다”라며 추가분담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분담금의 규모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다.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화순에 위치한 또 다른 아파트의 분담금을 기준 삼았다. 해당 아파트는 아파트를 다 지은 뒤 32평 기준으로 천여만 원의 분담금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조합장은 8천만 원에서 1억 원의 분담금이 발생한 광주의 지역주택조합 사례를 예로 들었다. 지역주택조합은 일반 분양에 비해 낮은 분양가로 선점이 가능한 대신 성공 가능성이 낮은 게 단점이다. 실제로 조합이 생긴 지 몇 년이 지나도록 공사에 들어가지 못한 곳도 많다. 지역주택조합의 낮은 성공 가능성까지 고려해봤을 때 현재 A아파트의 진척상황은 괜찮으니, 힘들어도 추가분담금을 부담해달라는 것이 조합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타 조합에 비해 잘 진행된다는 사실이, 면죄부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게 일부 조합원들의 입장이다. 또한 이들이 층수 설계 변경의 책임소재를 찾는 이유는 꼭 추가분담금이 높아서 뿐만이 아니다. 분담금을 낼 수 없다면 조합을 탈퇴하면 되지만, 추가분담금을 넘어서는 수준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계약서 상 특정 이유로 조합을 그만두게 된다면, 조합이 입은 손해에 대한 위약금으로 전체분담금의 10%, 업무추진비, 연체료, 중도대출금, 이자 등을 내야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층수변경으로 인해 분양받은 층이 사라진 조합원들은 별다른 위약금 없이 조합에서 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조합원들은 “업무대행사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한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탈퇴 시 계약서 상의 위약금을 전부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약금을 인질로 삼고 조합에 남으라고 협박을 받는 셈이다. 함정에 빠진 느낌이다.”

현재는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의 조합원들까지 부담을 감수하고 추가분담금을 낸 상태다. 그러나 불신이 쌓이다보니 나중에 또 어떤 이유로 추가분담금을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게 이들의 불안감이다. 층수변경에 대한 속사정 역시 조합과 업무대행사에서 ‘충분한 설명’을 했다곤 하나 일부 조합원들에게는 미심쩍은 변명으로 다가올 뿐이다. 심지어 25층으로 층수가 낮아질 걸 예상하고도 조합원 모집을 위해 29층으로 홍보한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A아파트 조합장은 평수가 줄어드는 손해를 감수하고 그럴 일을 할 필요가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결국 갈등을 끊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불신과 불안감이다. 한 조합원은 “지금도 매일 같이 아파트 공사현장을 찾아가는 조합원들이 계신다. 공사가 하루라도 진척이 안되면 그렇게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중도금 대출 때문이다. 아파트 건설이 이제 막 들어간 상황이라 조합원들은 개인 자격으로 중도금을 대출받았다. ‘혹시나 아파트 건설이 무산되면 어떡하나’는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는 것이다. 속이 타는 건 조합장 역시 마찬가지다. 함께 아파트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조합원들이 자신을 믿지 못하면 그만큼 추진력을 잃기 때문이다. “이미 실망을 시켜드려서 죄송하지만, 믿고 함께 가달라는 것 외에 드릴 말이 없다. 지금은 저마다 불안감에 속이 타들어가시겠지만, 아파트가 잘 완성되고 조합원들 모두가 웃으며 새 집에 들어가셨으면 한다.”

좀 더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하고자 한 뜻은 같았으나, 과도한 불안감에 압박을 느끼는 조합원들이 생겨나고 있다. 과연 A아파트가 지역주택사업의 성공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을지, 아니면 조합원의 희생을 강요하고 세워진 허울좋은 실적으로 남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