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상옥 회장

생전 사회공헌과 나눔을 실천한 최상옥 남화토건 회장이 지난 2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3세. 故정주영 회장과 함께 한국 건설업계의 1세대 주역인 고인을 향한 지역 각계각층의 애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 스무 살, 해방 후 한국 건설의 기둥을 세우다

유당(裕堂) 최상옥 회장은 1927년 일제강점기, 전남 화순군 화순읍 벽라리의 소농 집에서 3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렸을 적부터 손재주가 뛰어났던 최 회장은 15세에 도장 가게를 첫 직장으로 가졌다. 이후 부친의 지인이었던 일본인에게 목재 가공기술을 배우고, 기능공들의 출퇴근 관리와 경리 일까지 담당하며 현장 실무를 배웠다. 그 경험은 이후 건설사를 세운 초석이 되었다. 마침내 최 회장은 1946년 당시 스무 살의 나이로 남화토건을 설립하였다.

◆ 끈끈한 ‘신뢰’로 푼 돈 궤짝

하지만 한국전쟁을 겪으며 생활은 궁핍해졌다. 그 와중에 1951년 겨울, 화순 능주 북초등학교 신축공사를 맡았다가 재시공하는 바람에 큰 빚을 떠안게 되었다. 큰집 사촌 형이 본인의 단단히 묶여 있던 돈 궤짝을 열어 위기를 넘기게 해 주었다. 이는 최 회장에 대한 신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이후에도 척박한 풍토와 격변의 세월이었다. 그는 험난한 길을 걸어오며 회사를 탄탄한 중견업체로 키워내 한국 건설의 주역이자 마침내 건설사(史)의 위인으로 남았다.

◆ 최우선 가치는 ‘성실’과 ‘정도’

고인은 생전에 ‘성실’과 ‘정도경영’, 고객에 대한 ‘신뢰’를 최선의 가치로 추구했다. 또한 그렇게 얻은 이익의 사회환원을 중시했다. 이 같은 기업문화와 자산을 바탕으로 가장 사랑받는 향토기업이자 장수기업을 일궈냈다. 업계 평균치를 웃도는 경영 수익구조와 안정된 재무구조는 신뢰받는 건설기업을 일궜다는 평가를 뒷받침한다.

과거 한 매체의 인터뷰 요청에 현직에서 물러 난지 10년이 넘었다며 한사코 사양할 정도로 업계에서 '평소 검약하고 겸양하고, 또 봉사하는 덕목을 갖춘 기업가'라는 평을 받아왔다.

◆ 고향 화순에 기부와 후원도 ‘성실’하게

고인은 검약했지만 남을 위한 기부에는 통이 큰 모습을 보였다. 매년 화순군장학회에 장학금을 전달해오며 고향 화순의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았다. 또한 2010년부터 대한노인회 화순군지회를 통해 읍·면에 거주하는 저소득 노인에게도 쌀을 지원해왔다. 2018년 고향인 화순군 화순읍 동구리 호수공원에 지상 2층 규모 '석봉미술관'을 30억을 들여 신축, 화순군에 기증한 남동생 최상준 회장과 함께 고향 화순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평소 “생활하는 데 불편함만 없다면 그 밖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해야 마땅하다"라는 뜻을 품었다고 전해진다.

◆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체육인

고인은 기업경영은 물론 사회적 봉사에서도 존경받는 건설인의 표상이었다. 체육육성, 육영사업, 문화재단, 각종 사회단체의 단체장으로서 그 역할과 정성을 다했다.

남화토건은 1963년 광주 무등경기장의 건설을 맡았다. 당시 남화토건은 광주·전남 건설협회 회원사 20여 개 중 공사실적이 가장 뛰어난 업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무등경기장은 2013년까지 광주 기아 타이거즈의 홈구장으로 사용되었다.

1983년에는 사단법인 대한검도 회장의 중책을 맡아 이후 무려 15년 동안 역임하면서 기금 15억 원을 늘리고 44개 검도회 경기단체를 사단법인으로 법인화시켰다.

◆ 명문 사학 세워 지역 인재 육성

육영 사업에도 뜻을 두고 학교법인 유당학원을 창립, 1972년 서석고, 1987년 서석중을 각각 설립해 광주의 명문 사학으로 자리잡게 했다. 또한 유당문화재단을 설립하여 지역의 문화창달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처럼 고인은 나눔경영 실천에 솔선수범해 국가발전에 크게 이바지해 온 원로경제인이자 교육자였다.

안정적인 경영활동과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 경력은 그에게 많은 훈장과 공로상을 안겨줬다. 1984년에 석탑산업훈장을, 2007년에는 건설 60년 유공으로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1997년 한국건설 50주년 기념일에는 정주영 고(故) 현대건설 명예회장과 함께 ‘위대한 건설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