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년 11월 15일 밤 (2)

조광조 평전
기묘년 11월 15일 밤 (2)
  • 입력 : 2020. 10.13(화) 13:14
  • 화순군민신문
하옥으로 사건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 이후로도 진행되는 일이 있었으되 사관을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사실을 밝힌 셈이다. 임금이 신하와 만나는 자리에는 항시 사관이 동행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사관들을 배제한다? 이 밤의 느닷없는 사건도 의아하기 그지없거니와, 게다가 사관이 참여해서는 안 될 이유는 또 무엇인가. 왜, 누가, 자신들의 이야기가 ‘역사’로 남겨지는 것을 두려워했을까. 아무래도 어떤 음모나 어두운 거래, 대략 그런 사건이기 십상이다.

다행히도 실록은 이 밤의 이야기를 이어서 전해주기는 한다. 밤 5고 무렵, 그러니까 앞서의 사건 이후 몇 시간 뒤 편전에서 펼쳐진 장면이다. 문제는 그 몇 시간 동안 벌어진 일들, 그리고 사건이 기록되기 전인 밤 2고 이전에 벌어지고 있었을 일들에 대해 보고 들은 사관이 없다는 점이다. 일단 밤 5고 무렵 실록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날 밤에 승정원·홍문관·대간·한림을 다 체직시켰으므로 그때의 일을 기록한 사람이 없었다. (중략) 임금이 새 승지 성운을 불러서 이르기를 “조정의 큰일이 이미 정해졌으니, 중간에서 지체하여 도리어 어린아이 장난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빨리 전지傳旨하라(조광조에게 죄주라는 전지다). 입계를 두세 번 재촉했는데도 밤이 다 가도록 결정하지 못하니 매우 옳지 않다.” 하였다.
-《중종실록》 1519년 11월 15일 네 번째 기사


흥미로운 이야기다. 이 범에 대간과 시종, 승지와 사관들이 모두 체직되었다. 그야말로 왕의 최측근이라 할 만한 모두의 자리를 갈음한 것이다. 중종의 말은 더욱 눈길을 끈다. 중종은 ‘조정의 큰일이 이미 정해졌다’는 사실을 알린 후, ‘중간에서 지체하여 어린아이 장난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며 혹여 시간을 끌어 사건을 잘 매듭짓지 못할까 염려한다. 그러면서 거듭된 재촉에도 밤이 다 지나도록 결정하지 못한 신하들을 꾸짖으며 조바심을 내비치고 있다. 그런데 중종이 재촉한 내용이란 무엇인가. 바로 ‘조광조에게 죄주는’ 문제를 어서 결정하라는 것이다.

이 기사만으로 보자면 문제의 하옥 사건은 중종이 주도하고 있거나, 혹은 주도하는 누군가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상한 일 아닌가. 죄가 있는 신하에 대해 이를 다스릴 권한을 가진 사람이 바로 왕이다. 당당히 그 죄를 물어 밝히고 그에 맞는 처벌을 내리면 될 일. 그런데 무엇 때문에 중종은 한밤중에 느닷없이 이런 ‘일’을 꾸민 것인가. 마치 정변政變의 어느 밤을 보는 듯하다.
화순군민신문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