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금)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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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더 심하다. 참다못한 상가 거주민이 군청 대신 직접 삽을 들었다. 이른바 셀프 행정. 해당 공사는 본지에 의해 3차례나 심도 있게 다뤄졌음에도 불구, 전혀 시정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 실망감을 가중시킨다. (관계 기사 : [기획특집] ① 2년 넘은 자치샘거리 공사...읍내 상가는 ‘몸살’, 군민 안전은 ‘뒷전’)
▶ ‘감독 체계 붕괴’부터 행정 신뢰 ‘제로’까지…끝없는 문제점들
본지 보도 후 지역사회에서 담론화된 지 약 두달 째. 다시 방문한 현장은 난장판이었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돌조각들부터 공사자재까지. 현장 정리라는 개념은 원래부터 없는 듯한 광경이었다.
근본적인 의문은 이것이다. 간부급 공무원은 대체 어디로 갔으며, 공사 현장에 대한 화순군의 ‘관리 감독 체계’라는 것이 존재하긴 할까. 일련의 행정 절차와 실무 현장을 지휘하는 간부가 있고, 그를 따르는 구성원과 ‘조직’이 있다면 이렇게 장기적으로 엉망일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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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면에서 부군수와 기획감사실장은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다. 이 공사가 이토록 지난해진 데에는 ‘교통정리’가 안 됐던 이유가 크다. 도시과와 건설과, 상하수도사업소, 여기에 KT 등의 민간업체들까지 복잡하게 얽혀 불협화음이 일었던 것. 이른바 ‘4급 라인’의 강력한 행정력과 통솔력이 다소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중앙 컨트롤 타워는 다름 아닌 그들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적 지휘를 맡은 도시과장과 상하수도사업소장 등의 책임이 중한 것은 당연지사다.
핑계 또한 과하다. 군 관계자는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이유로 ‘코로나19로 인한 행정력 분산’과 ‘수해, 태풍 등의 자연재해’를 꼽았다. 이에 옹색한 변명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첫 삽을 뜬 지난 18년 8월 이후 비바람과 태풍이 불면 얼마나 불었냐는 주장이다. 코로나19도 같은 맥락이다. 쓰레기 방치 및 미흡한 현장 뒷정리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결과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결국 애꿎은 행정 신뢰도만 땅에 떨어졌다. 거의 ‘제로’에 수렴했다는 표현도 과하지 않다. 사실, 이 모든 과정을 보고도 여전히 행정을 신뢰한다면 그것이 더 놀라운 일이다. 구충곤 군수가 민선 6기부터 간신히 쌓아온 신뢰와 이미지를 크게 깎아먹은 셈이다. 현장 또한 유독 눈에 잘 띄는 곳에 있다. 공교롭게도 해당 구간은 군의 입구이자 시가지 중앙에 위치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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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충 하는 것은 공무원인데…군민 고통 극에 달했다
지난 24일, 자치샘로 상가 주민 A씨는 <화순읍 자치샘로 일대 공사> 일부 구간을 본인이 '직접' 시공했다고 밝혔다. 늦어지는 공사가 매출에도 악영향을 끼쳐 생계 곤란을 겪게 되면서다.
A씨는 “이제 체념의 단계”라는 입장이다. 분노하고 호소하는 단계는 일찍이 지났다. 수십 차례 문의해도 군청에서 돌아오는 것은 원론적인 답변이었다. 지난 7월, 신문 보도 이후 잠시 나아지는 듯했으나 그때뿐이었다. 불편한 보행환경 탓에 손님이 급격하게 줄고, 그로 인해 생계 유지가 막막해졌다. A씨 셀프 행정의 이유다.
결국 A씨는 삽을 들었다. 지자체가 벌려놓은 사고를 군민이 직접 수습한 역대급 사건은 이런 이유로 시작됐다. 직접 시공하는 탓에 육체적으로 고되고 금전적인 지출도 크지만 차라리 마음은 편하다. 막연한 기다림보다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직접 처리하는 게 낫다는 점에서다.
문제는 심각하다. 지자체의 규칙적이고 장기적인 헛발질은 도보 환경 이상의 영향을 끼친다. A씨를 비롯하여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기 시작했단 얘기다. 군민을 위한 행정이, 군민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관련하여 A씨는 “좋은 시대가 아니었다면 누군가 들고 일어나도 수백번 들고 일어났을 사항이다”며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상가주민들이 받는 상황에서 이제 더는 기다리지 못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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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현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