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공사 구간. 상가 정면을 가로막고 있다.

화순군에서 기상천외한 일이 일어났다. 군청의 졸속 공사 대신, 군민이 ‘직접’ 시공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른바 셀프 행정.

특히 해당 공사는 본지에 의해 3차례나 심도 있게 다뤄졌음에도 불구, 전혀 시정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 실망감을 가중시킨다. 지역사회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 이에 인근 거주민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폭주 중이다. (관계 기사 : [기획특집] ① 2년 넘은 자치샘거리 공사...읍내 상가는 ‘몸살’, 군민 안전은 ‘뒷전’)

지난 24일, 자치샘로 상가 주민 A씨는 <화순읍 자치샘로 일대 공사> 일부 구간을 본인이 '직접' 시공했다고 밝혔다. 늦어지는 공사가 매출에도 악영향을 끼쳐 생계 곤란을 겪게 됐기 때문이다.

공사 현장 모습. 하나같이 인근 상점들을 가로막았다.

십수 년. 상인 A씨가 중앙로 상가에서 거주한 기간이다. 강산이 수차례 바뀌고 정권 교체 또한 여러 번 있었지만 최근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고. 불편한 보행환경 탓에 손님이 급격하게 줄고, 그로 인해 자녀의 학비를 댈 방법이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해당 공사는 당초 보행환경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중단되고 재개된 것만 수차례. 8개월의 예정 기간은 무려 2년 이상으로 늘어났다. 2년. 대한민국 정규군에 입대하여 전역하기까지도 2년보다는 짧다. 멀쩡한 도로를 박살낸 지 2년이란 얘기다. 하필 교통량도 많다. 길이도 짧지 않다. 자치샘로 909m, 칠충로 336m에 달해 보행자에겐 다소 부담스러운 거리다.

문제는 심각하다. 지자체의 규칙적이고 장기적인 헛발질은 단순 교통체증 이상의 영향을 끼친다. A씨를 비롯하여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기 시작했단 얘기다. 군민을 위한 행정이, 군민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A씨 셀프 행정의 이유다.

직접 시공 중인 A씨.

군의 대외적 이미지도 망쳐놨다. 공교롭게도 해당 구간은 군의 입구이자 시가지 중앙에 위치한 탓이다. 타 지자체의 방문객들은 어지간하면 공사 구간을 지나치는 구조다. 명품화순의 입구부터 불편함을 제공한다. 구충곤 군수가 민선 6기부터 간신히 쌓은 명품 이미지를 스스로 깎았다.

일각에선, 구 군수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공무원들이 빚어낸 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화순군의 규모가 큰 사업은 모두 구 군수의 ‘교통정리’ 및 개인기로 해결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작년에 진행된 모 사업은 몇 개월간의 지지부진했다. 실무자끼리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우왕좌왕한 것만 여러 차례다. 하지만 구 군수의 직접적인 개입 끝에 교통정리가 됐다는 후문이다.

A씨는 “이제 체념의 단계”라는 입장이다. 분노하고 호소하는 단계는 일찍이 지났다. 수십 차례 문의해도 군청에서 돌아오는 것은 원론적인 답변이었다. 지난 7월, 신문 보도 이후 잠시 나아지는 듯했으나 그때뿐이었다.

결국 A씨는 삽을 들었다. 지자체가 벌려놓은 사고를 군민이 직접 수습한 역대급 사건은 이런 이유로 시작됐다. 직접 시공하는 탓에 육체적으로 고되고 금전적인 지출도 크지만 차라리 마음은 편하다. 막연한 기다림보다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직접 처리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관련하여 A씨는 “좋은 시대가 아니었다면 누군가 들고 일어나도 수백번 들고 일어났을 사항이다”며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상가주민들이 받는 상황에서 이제 더는 기다리지 못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