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샘거리 공사 장기 지연 사태로 군의 업체 관리·감독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에 대한 근본적 원인으로 화순군에는 지중화 공사와 같이 동시·합동으로 진행하는 공사의 경우, 공사 전체를 조율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앞서 본지에서는 자치샘공사 현장에 드러난 군민들의 피해상황을 20년 7월 2일 자 <2년 넘는 자치샘거리 공사, 읍내 상가는 ‘몸살’, 군민 안전은 ‘뒷전’> 제하의 기사로, 자치샘거리 공사 지연의 원인과 그 경과 상황을 7월 8일 자 <자치샘거리 공사 지연...‘복지부동’의 민낯에 업체 봐주기 의혹까지> 제하의 기사로 보도한 바 있다. 이어 이번 기사에서는 자치샘거리 공사가 2년 넘게 지체된 근본적 원인을 화순군의 공사업체 관리감독 실태와 공사 전체에 대한 컨트롤 타워 부재의 문제로 살펴봤다.

자치샘거리 공사 장기 지연 사태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면, 자치샘거리 공사는 보행환경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화순읍 교리, 향청리 일원에 보도를 설치하는 사업으로 시작했다. 18년 8월부터 진행이 예정됐던 이 사업은 당시 보도설치를 맡았던 모 업체가 진행 중 내부 문제로 인해 공사를 관두게 되어 중단하게 됐고, 자치샘 거리 일원에서는 지중화공사를 위한 군과 업체들 간의 일정 조율 실패로 공사 진행이 미뤄졌다.

이듬해 19년 4월경 ‘자치샘거리 보행환경 개선사업 합동 주민설명회’를 열어 4월 말부터 공사에 착수해 8월 중에 이를 완료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또 다시 업체들 간의 지중화 공사 관련 일정 조율의 실패로 공사는 계속 지연 됐다. 그리고 올해 9월경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공문을 자치샘거리 일원 상가 주민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본지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공사는 시작부터 엉망이었다. 보도설치를 전담한 업체는 내부 문제로 갑작스레 중단을 하게 돼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고, 상하수도사업소는 도시과와 별도로 본래의 예정대로 단독으로 공사 진행을 해버렸다. 그리고 지중화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이것이 바닥을 여러 번 들어낸 이유였다.

자치샘거리 지중화공사에는 KT, 한전, 공과통신(케이블 등) 5개사 등 대략 7개의 업체가 함께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화순군은 참가 업체 중 일부와 협약을 맺는 단계에서부터 상당한 시간을 지체했고, 일부 업체는 공사 자재 조차도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아 공사 일정은 또 다시 연기가 됐다.

한 번 밀린 공사는 다른 업체들 간의 일정 조율에 영향을 미치게 됐고, 전체 공사 일정은 나비효과처럼 줄줄이 지체되어 결국에는 예정보다 1년여를 훨씬 넘는 기간이 소요하게 됐다.

여기서 되짚어봐야 할 이번 사태의 핵심은 전체 공사 일정이 지체되고 있는 동안 화순군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나 지중화 공사 역시 전체 공사 금액의 50%를 화순군이 부담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공사참여 업체들의 일정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며 전체 공사 시기 조율에 실패를 거듭해 왔다.

화순군이 사업 전체를 제대로 조율하고 관리하지 못한 한계는 결국 공사 전체를 총괄할 컨트롤 타워가 애초에 없었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었다.

부처 간 협력은 물론 여러 업체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 장기간 지체가 된다면 이를 단순한 공사 지연 수준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더 큰 피해를 미리 예방해야 한다는 선제적 인식을 가져야 함에도 화순군은 그러하지 못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된다면 이번 사태처럼 기약 없는 공사가 되어 버릴 공산이 크다는 것을 관계자들은 경험칙 상 납득했을, 아니 납득해야 할 것이다.

공사 지연으로 중복되고 낭비되는 비용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들이 입게 된다. 공사의 기약 없는 장기화는 군민들을 긴 시간 동안 비산 먼지, 진동, 소음 등의 고통 속에 노출시키기 때문이다.

군은 군민의 안전을 지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하는 당연 책무를 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화순군은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동시 추진되는 사업이나 공사들에 대한 특별한 매뉴얼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화순군은 부서·업체 간의 유기적인 조율을 수행하고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공사나 사업을 이끌어 갈 컨트롤 타워의 부재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컨트롤 타워를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특별 매뉴얼 등의 마련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