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올해 임시정부 수립 및 3·1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본식으로 지어진 동면·이서면·남면·북면 등을 다른 이름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였고, 결국 주민 찬반투표를 통해 동서남북으로 방위를 구분한 일본식 행정지명을 일부 변경하기로 했다.

군은 지난 11일 행정구역 명칭을 변경하는 내용의 주민 찬반투표 결과를 집계한 결과 남면을 사평면으로, 북면을 백아면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남면은 19세 이상 주민 2천43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 615명이 참여해 88.7%인 546명이 찬성했고, 북면은 세대주 948세대 가운데 493명이 투표에 참여해 75.8%인 374세대가 명칭 변경에 찬성했다.

투표 대상자 선정은 각 면 단위에서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군은 관련 조례와 규칙을 개정한 뒤 군의회의 동의를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변경된 명칭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서면 주민들도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면 명칭 변경을 희망했고 무등산면 또는 적벽면이 후보에 올랐다가 무등산면으로 의견이 기울었지만 무등산의 경우 여러 자치단체에 걸쳐 있어 관련 명칭을 사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여 잠정 보류됐다.

과거 대법원은 영주시가 그 관할구역 안의 면의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 자치사무라고 하더라도 ‘단산면’의 명칭을 ‘소백산면’으로 변경하는 것은 지방자치법 제148조에서 정한 분쟁조정 대상 사무에 해당하고, 분쟁조정 대상 사무가 될 수 있는 자치사무에 관하여 분쟁조정결정이 있었음에도 그 조정결정사항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 대하여 조정결정사항의 이행을 위하여 직무이행명령을 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대법2012추121).

동면은 마땅한 명칭을 찾지 못해 기존의 이름을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이는 설문조사에서 명칭 변경을 원치 않는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과거 일본은 1914년 4월 1일 부제(府制)를 실시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행정구역 통폐합을 단행하였고 이때 고유지명들이 일본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른바 ‘창지개명(創地改名)’이다. 한일강제병합 이전부터 조선 민족의 정체성과 민족의식, 애국심의 뿌리를 차단함으로써 조선을 원활히 지배하기 위한 치밀하고도 주도면밀한 전략이었다.

이에 군 관계자는 "화순군의 이러한 일본식 행정지명 변경은 일제잔재의 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고 군의 역사를 복원하는 숭고한 작업이라 할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