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동 구도심 재생 복합문화공간 ‘김냇과’ 개관, 수완지구 영무예다음에 작가 창작스튜디오 운영, 광주문화재단 ‘문화보둠10000운동’ 1천5백만 원 기부, 모델하우스 내 지역작가 작품 배치 및 홍보, 소외된 이웃 돕는 사내 봉사단 운영… 19년 동안 꾸준히 지역 문화예술기부를 이어나가고 있는 이 사람.

지난 23일 광주문화재단 문화예술작은도서관에서 열린 인문학강좌 ‘문화는 미래의 먹거리다’ 강사로 초청된 박헌택 ㈜영무토건 대표이사(55)다. 박 대표는 지난 1998년부터 ㈜영무토건의 수장을 맡아 끊임없이 건설과 문화를 결합하는 시도를 해오면서 광주의 문화예술 활성화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 광주문화재단 빛고을시민문화관 근처에 자리한 ㈜영무토건은 직원 150여 명이 점심시간이면 문화예술작은도서관을 이용하는 등 생활 속 문화를 실천하고 있다. 19년째 기업의 문화예술 기여를 실천하고 있는 박헌택 대표이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남다르신 것 같은데요?
전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서 9년 정도 근무한 뒤 친형님인 박재홍 ㈜영무건설 대표이사에 이어 ㈜영무토건의 대표를 맡았다. 늘 생활 속에 문화를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회사를 경영해왔다.

우리 회사 CI는 빨간 네모 배경에 ‘ViE’와 ‘Life as Art’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ViE’는 프랑스어로 생활, 안정을 뜻하며 ‘비타민(Vitamin)’과 아름다움(Beauty)’의 조합어로 고객 인생의 비타민이 되는 집을 의미한다. ‘Life as Art’는 ‘예술로서의 삶’으로 사람이 사는 아파트는 예술이 함께 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 이름인 ‘예다음(藝茶音)’도 예술로 승화시킨 공간 속에서 차 한 잔의 여유와 선율을 즐기는 인생을 추구한다.

어떻게 아파트 단지 안에 창작스튜디오를 만들게 되었나요?
지난 2009년 수완지구에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1개동 1층 전체를 창작․전시․교육이 가능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었다. 주로 아파트 1층은 헬스장 등이 들어서는 게 일반적인데 그런 공간들이 나중에는 어느새 빈 공간이 되어 안타까웠다. 그래서 생각해 낸 대안이 ‘창작스튜디오’였다.

5개 입주공간을 두고 장현우(서양화), 백준선(사군자.서예), 윤일권(소묘·한국화), 이용철(도자기), 이지은(아동미술) 등 국내작가 5인을 입주시켰다. 주민들을 위한 강의 등도 진행하기 위해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초대작가 등을 대상으로 선정해 모셨다.

처음엔 일부 입주민들의 반대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많은 분들이 아파트 안에 문화예술공간이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꼈고, 현재는 매년 5월 주민자치 문화행사에서 입주작가와 함께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매해 입주작가도 입주자 대표회의를 통해 선정하고 작가들과 주민이 함께하는 사생대회를 열고 있다.

대인동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김냇과’도 화제였는데?
1965년부터 50년 넘게 동구 대인동을 지켜온 ‘김내과 의원’을 문화와 접목시켜 지난 6월 힐링 공간인 ‘김냇과’로 탄생시켰다. 지하 1층 상업 갤러리, 1층 카페, 2층 도서관과 100명 정도 공연이 가능한 대안예술공간, 3층 6개실이 있는 호텔, 그리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넓은 옥상도 있다.

‘김냇과’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꿔달라는 제안을 받은 건 지난 2016년이다. 세월의 풍파 속에 문을 닫고 흉물이 돼 버린 ‘김내과 의원’의 바닥, 기둥 등을 최대한 살려 새롭게 바꾸었다. 3층 숙박공간은 입원실로 사용했던 곳으로 취사가 가능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디자인했다.

2층 대안예술공간은 대인예술시장에서 활동했던 조승기 ‘미테우그로’ 대표가 맡아 운영한다. 조 대표와는 지난 2002년 화정동 영무예다음을 건설할 때 그의 작품을 아파트에 설치하면서 인연을 맺은 뒤 16년째 이어오고 있다. 영무건설 1층 ‘영무예다음 갤러리’도 조 대표가 맡아 운영했는데, 앞으로 이 갤러리는 지역작가 이기원 조각가에게 맡길 예정이다.

1층 카페는 모든 분들이 잠시 쉬어가는 공간으로 한켠에 지역작가 아트상품을 판매하는 장소를 마련했다. 정향은 작가의 접시, 한은혜 작가의 컵 등 도자작품을 판매 중이고 해남 농부화가 김순복 씨의 작품들도 볼 수 있다. 지하 1층은 판매 및 구매 가능한 작품들을 배치해 상업 갤러리로 운영할 계획이다.

직원과의 소통이나 조직문화도 좀 특별하다고 하던데요?
150명 정도 되는 직원과 매월 1회 직급별 모임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 회식보다는 ‘소통의 날’로 정해 식당이 아니라 회사 1층에 모여서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각자 마련한 음식과 맥주 등을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회식 비용이 절약돼 이웃에게 기부하는 데 쓰고 있다.

2003년 첫 모델하우스를 오픈할 때 주변 지인들에게 화환 보다는 현금으로 축하해 달라고 부탁했다. 지인들은 참 황당했을 것이다.(웃음) 하지만 그 비용을 모아 기부할 거라고 설명 드리니 다들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었다. 모인 비용은 YMCA에 쌀로 기부했다. 2005년부터는 사내에 ‘예다음 봉사단’을 만들어 연탄 전달 등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직원들은 1년에 36시간 의무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고 연말 포상을 통해 봉사를 장려하고 있다.

사내 동호회도 볼링, 골프, 독서 등 다양한데 나는 현재 독서모임만 하고 있다. 매달 책 1권을 선택해 읽고 토론하는데 광주문화재단 문화예술작은도서관이 생기면서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활용해 독서를 하면서 아주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다.

기업의 문화예술 기부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지역의 많은 기업이 문화예술 기부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늘 나부터 먼저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년부터 광주문화재단 ‘문화보둠10000운동’에 참여해 5년 동안 매해 3백만 원씩 총1천5백만을 기부하기로 했다. 모든 분들이 ‘나부터 실천해야 주변 사람들도 동참하게 된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2003년도 첫 모델하우스를 오픈했을 때도 문화와 접목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예쁜 식기구와 장식품 이외에 실제 지역작가의 작품을 걸어두었는데 방문한 분들이 그 작품을 사가는 경우도 많았다. 작은 것이라도 지역작가의 작품을 구매하고, 문화접촉이 어려운 소외지역에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나가는 것, 문화는 어렵지 않고 생활 속에 있다는 인식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우리 회사 CI처럼 앞으로도 시민들이 비타민 같이 활기찬 삶을 즐기고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해나갈 생각이다.

한편, ㈜영무건설은 지난 2016년 9월 신인 작가 발굴 및 정보교류와 광주형 문화메세나운동 문화보둠10000운동 동참 등을 골자로 광주문화재단과 업무협약 MOU를 체결했다. 박헌택 대표이사는 문화예술작은도서관 인문학 강좌로 지난 24일 ‘기업과 문화의 연계성’을 강의했고, 오는 31일은 ‘스토리텔링을 통한 문화복합공간’을 주제로 강의한다. 31일 강좌는 오는 30일까지 전화 접수 가능하다.

문의 문화예술작은도서관 062-670-7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