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송희 명창

지난 2015년 ‘현역 최고령 소리꾼’인 여든 여덟의 박송희 명창이 국립국악원 무대에 올랐다. 스승인 박록주 명창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박 명창은 이 자리에서 스승이 생을 마감하기 전날 남긴 글에 소리를 붙인 단가 ‘인생백년’을 불러 깊은 감동을 전했다.

화순 출신 박송희(1927∼2017·본명 박정자) 명창이 19일 오전 7시 10분께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동편제 거목’ 박녹주 선생의 맥을 이어온 박 명창은 특히 호방하고 우직한 동편제 ‘흥보가’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1927년 2월 3일 화순군 화순읍 만연리에서 6남매중 막내딸로 태어난 박 명창은 보통학교 4학년 때 어머니를 따라 광주에서 첫 선생 박영구를 만나 ‘소리’의 세계로 접어든다.

동일창극단을 시작으로 여성국극동호회, 새한국극단, 햇님국극단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며 무대 경험을 쌓은 박 명창은 이후 당대 최고 명창들의 가르침으로 판소리 다섯 바탕을 섭렵했다.

1963년부터 춘향가 예능보유자인 김소희 명창에게서 ‘춘향가’와 ‘심청가’를, ‘적벽가’ 예능보유자인 박봉술 명창에게서 ‘적벽가’와 ‘수궁가’를, ‘심청가’ 예능보유자인 정권진 명창에게서 ‘심청가’를 배웠다.

박녹주 선생에게 ‘흥보가’를 사사할 때는 “돈은 없고 선생님의 소리를 배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배울 수가 있느냐”는 그녀의 말에 스승이“목이 좋으면 되었지”하면서 승낙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박 명창은 2002년 2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됐으며 2003년 제13회 동리대상을 수상했고, 2006년 문화훈장 은관, 2010년 제17회 방일영 국악상을 받았다.

박 명창은 제자들에게 흥보가 등을 가르치는 것 이외에도 판소리 다섯 바탕을 제외하고 근대로 넘어오면서 맥이 끊긴 ‘소리’를 전승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스승 박녹주에게 이어받은 판소리 ‘숙영낭자가’가 대표적으로 당초 후반부만 전승되던 소리를 박 명창이 음악적 흐름에 맞춰 전반부 이야기를 완성, 1995년 완창했고, 이후 제자들이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빈소는 고양시 명지병원 장례식장 특9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3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