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나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총선으로 옮겨졌다. 19대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출마 준비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광주·전남·전북 지역 현역 의원 31명 가운데 5개월 후 19대 총선에서 살아남을 의원은 몇 명이나 될까. 내년 총선은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면서 수도권에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로 민심의 준엄함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텃밭’에 안주해 ‘집토끼’나 키우려는 안이한 정당에게는 여지없이 ‘레드카드’를 꺼냈다. 민주당은 시민단체를 대표해 나선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밀려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전통 야당을 자부해온 민주당에게는 치욕적인 결과였다.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진정한 변화를 국민에게 과시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공감대다. 변화를 예고하는 부분이다. ▲호남물갈이론 ▲야권통합 바람 ▲세대교체와 탈지역 바람이라는 3대 관전 포인트와 ▲소지역주의 대결구도 여전 ▲자치단체장들 출마 러시 ▲대권 전초전과 한나라당의 정치 실험 등 내년 전라도 총선정국에서 나타날 3대 벼수 등 6가지 특징적 키워드를 내다봤다.

◆호남 물갈이론
민주당의 아성으로 불리는 호남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크게 한바탕 요동칠 전망이다. 그만큼 내년 총선에서 ‘물갈이’ 바람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일보가 지난 7월 광주·전남 지역민 2천69명을 대상으로 정치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절반이 현역 교체를 요구하거나 ‘지지하지 않겠다’고 했다.

광주 지역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7.4%가 ‘민주당 개혁 차원에서 현역 의원 대폭 물갈이가 필요하다’라고 응답했다. 전남 지역은 51.7%가 현역 의원 퇴출을 요구했다. 각 지역구 현역 의원에 대해 유권자 절반이 ‘지지하지 않겠다’라고 답했다. 광주에서는 50.2%, 전남은 46.8%였다.

여론조사 결과로 보면 광주·전남 지역의 총선 민심은 확연하게 ‘현역 퇴출’ ‘혁명적 물갈이’로 집약된다.

최소한 민주당 현역 의원 절반 정도는 바꿔야 한다는 민심의 준엄한 명령인 셈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가득하다. 총선 승리 위해서는 경쟁력 약한 초선과 무게중심이 떨어지는 중진들은 전면 교체해야 한다는 조심스런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 세대교체 바람 출발지는 광주 전남북이 될 전망이다.

◆야권통합 바람
야권통합 바람이 거셀 전망이다. 수도권의 통합 운동은 역으로 호남에서 민주당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또 순천 보궐 선거에서도 야권 통합 후보인 민노당 김선동 후보가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을 누르고 당선되었다.

민주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 야권 통합 또는 단일화를 추진하면서 호남 지역구를 비민주당에게 양보할 경우 ‘통합 후보 대 무소속’ 간 격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대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총선인 만큼 호남권에서 ‘비(非)민주당 실험’ 가능성도 커졌다. 일부 시민들은 “이제는 호남에서도 민주노동당이나, 한나라당 후보 1명 정도는 당선되어야 한다”라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광주·전남 유권자의 정당 선호도가 민주당 독점 구조에서 김대중 대통령 서거 이후 민노당·국민참여당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지난해 7·27 광주 남구 보궐 선거에서 민노당 오병윤 후보가 거물급 민주당 후보인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장관에 맞서 44.1%라는 놀라운 득표율을 보인 데서 여실히 증명된 바 있다.

◆세대교체와 탈지역 바람
거물 정치인의 ‘탈지역과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4선의 정세균 전 대표와 3선의 김효석 의원은 호남 지역구를 포기하고 수도권 출마를 선언했다. 장영달 전 의원도 사지(死地)나 다름없는 영남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이들은 모두 기득권을 버린 셈이다.

반면 오랜 정치 생활을 한 중진급 인사들이 ‘또다시 지역구 사수’를 노리고 있다.

박상천(74, 고흥·보성), 최인기(68, 나주 화순) 의원은 지역구 사수에 나선다. 비례대표인 김충조(68) 의원은 여수 갑구 출마를 노리고 있다. 유인학(73, 영암 강진 장흥), 한화갑(72, 무안 신안), 국창근(73, 담양 곡성 구례), 박병윤 (70세, 나주 화순) 전 의원도 고향 지역구 복귀를 노리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기득권 사수를 위해 지역구 출마를 다지고 있다. 민주당의 얼굴로 활약했던 박상천 의원이나 한화갑 대표이지만 이제는 70을 넘긴 나이가 부담이 되고 있다.

탈 지역구 움직임 속 이들 원로가 텃밭 공천을 받을 수 있을 지도 불확실하지만 받더라도 국민들의 정서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지역정서는 “‘올드보이 귀환’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북은 내년 총선에서 3선 이상 다선 도전자가 전체 의원 11명 가운데 7명으로 무려 64%에 이른다. 광주·전남 못지않게 ‘세대교체’ 요구의 목소리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