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 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 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보고자 우리 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예순 세번째로 도곡면 죽청리 이경영 이장을 만나 보았다. <편집자 주>

●지명유래 = 죽청리(竹靑里) 의 지명은 죽청(竹靑) 마을의 이름을 취하여 이름하였다. 죽청리는 하죽청마을, 상죽청마을 등 2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죽청마을의 뜻은 예전에 마을 주위에 시누대가 많이 자라고 있어 이를 보고 대포리라 하였는데 이를 한자로 표기하면서 대죽자를 취하여 죽청리라 하였다고 전한다.

●마을형성 = 하죽청마을은 동쪽으로는 안산, 자산들(잣들), 잣들냇가, 서쪽으로는 주내들, 남쪽으로는 건넌들, 양연보, 북쪽으로는 뒤까끔이 있다. 마을의 방향은 남동쪽을 향하고 있다. 고려말에 상곡 죽청제 저수지 자리에 양씨, 허씨, 김씨, 이씨가 거주하였다고 구전되고 있다.

화순 북부를 서류하며 시원하게 쭉 뻗은 화순천을 따라가다 보면 중앙을 북류하는 지석천과 만나는 지점에 죽청리라는 살기 좋기로 소문자자한 작은 마을 하나가 조용히 웅크리고 있다. 오늘 소개할 이장이 바로 이곳 도곡면 죽청1구의 이경영 이장님이다.

●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 추수가 마무리되는 11월 초, 힘든 농번기를 지나 한가함이 묻어날 될 법한 시기인데도 빨간 스쿠터 한 대를 몰며 마을 여기저기를 바삐 둘러보는 이가 있었다. 그가 바로 4년째 이마을의 대소사를 처리하며 마을의 일꾼을 자처하는 죽청1구 이경영 이장님이다.

“추수가 끝났어도 나는 항상 바쁘지”하는 이 이장님. 마을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조금한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항상 주민들과 소통하며 꼼꼼히 챙기려는 책임감 속에 나오는 마음가짐인 것 같다.

●우리 마을의 자랑! = “우리마을의 다른 이름이 박사골이야”라며 흐뭇해하는 이장님. 박사골이란 이름에서 풍기듯이 다양한 분야의 석․박사들을 수두룩하게 배출한 교육마을이라는 것이다. 또한 조선시대(17, 18세기) 이 지역 부농가의 가옥구조를 살필 수 있는 귀중한 가옥으로 역사․건축학적 가치가 높아 전라남도 지방 민속자료 제40호로 지정된 이경휴 가옥도 이곳에 위치하고 있어 관광객은 물론 마을에 자리 잡는 외지인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이장님의 애로사항 = “개나 돼지도 얼마 키우지 않는 깨끗한 청정마을인데 군에서 퇴비처리장을 세운다고 하니 걱정”이라며 씁쓸해 하는 이장님이다. 얼마 전 화순군은 마을인근에 이미 자리 잡은 하수종말처리장에 이어 가축분뇨자원화시설부지로 죽청리를 선정했다. 이 때문에 이장님의 근심이 만만치 않다는 것.

“지금도 바람이 마을 쪽으로 불면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나오는 악취 때문에 창문도 못 여는 실정인데 퇴비처리장까지 들어서면 그 감당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라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실 너무 걱정돼 이미 퇴비처리장이 들어서있는 무안군도 가봤지, 그 곳 시설만 가지고 말하자면 퇴비에서 솔향기가 날 정도로 냄새처리를 잘 하더라고, 하지만 지금은 우분만 취급한다고 하는데 믿을 수가 있어야지, 하수종말처리장 들어설 때도 더 이상 혐오시설은 안세우기로 약속까지 한 화순군인데…”라며 한숨짓는 이장님.

가축분뇨자원화시설이 들어설 부지.

●이장님의 바라는 점 = “사람 좋고, 살기 좋고, 풍광 좋은 이마을에 더 이상 바랄 것은 없다”며 “다만 평화로운 마을에 더 이상 혐오시설이 들어서지 않는 것이 마지막 바램”이라고 한다.

●맺는 글 = 이장님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마을 이곳저곳을 구경하니 오랜만에 늦가을의 정취를 한껏 만끽할 수 있었다. 또한 이로 인해 마을을 살피는 이장님의 애틋한 눈길을 이해할 것 같기도 했다. 사람 좋고 풍광 좋아 걱정거리 하나 없다는 죽청마을 이장님. 추수가 끝나 그을린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야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마을걱정에 근심이 잔뜩 서려있지만 항상 힘내시길 기원하며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