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의회가 극단적인 파국으로 치닫고 있어 이를 지켜보는 지역민들의 한숨소리와 원성이 더욱 커져만 간다.

17일 화순군의회 최영호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임지락, 강순팔, 오방록, 박광재, 류경숙 의원 등은 지난 7월 20일께 벌어졌던 ‘조유송 의장 총무과 난동사건’과 관련해 화순군의회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모인 6명의 의원들은 이번 사태의 해당의원들이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표명이 없어 군민들에게 그동안 화순군의회에 있었던 실상을 밝히고 환골탈퇴하는 마음으로 군민을 섬기는 의회상을 정립하고자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태의 시발점인 의회사무과 사무관 인사부터 벌어진 일련의 모든 상황들은 전체의원들의 뜻이 아니라 일부의원들의 뜻으로 진행된 것이지만 의회차원에서 모든 의원들이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운영위원장과 산업건설위원장이 자진 사퇴하겠다는 뜻도 내비췄다.

그러면서 동료의원과 협의도 하지 않은 내용을 마치 전체의원들의 입장인양 행사하는 일방적인 의회운영과 군민을 우롱하는 처사에 대해서는 해당의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주요 골자를 살펴보면 이번 사태의 해당의원들이 군민들에게 먼저 사죄하고 입장을 밝히기를 기다리던 다른 의원들이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해당의원들의 모양새에 분개해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의 전반적인 실태를 군민들에게 밝히고 책임 소재에 대한 명확한 선을 긋는 자리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을 두고 다른 시각의 분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화순군의원 9명은 기자회견에 앞서 7월 25일, 8월 11일 등 총 3차례에 걸쳐 의원총회를 열었었다. 그리고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한 6명의 의원들은 의원총회와 별도로 민주당사에서 따로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을 유추해 봤을 때에 이번 의원들의 회동이 당 차원의 움직임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 일각의 분석이다. 이유는 현재 민주당 전남도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당 소속 조유송 의장에 대한 제명 조치를 중앙당에 요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민주당 전남도당의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조 의장이 제명된다고 가정했을 때 과반수가 넘는 민주당 소속의원들은 민주당에서 제명당한 무소속 의장과 다시 의장 선출을 한다고 해도 조 의장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이선 부의장 그리고 총무위원장인 문행주 의원 등을 머리위에 두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의회 운영과 예산 등에 민주당 입김이 약해질 것은 자명한 일.

이런 상황 속에 사건의 당사자도 아닌 최영호 운영위원장과 임지락 산업건설위원장의 책임통감한 도의적 자진사퇴는 암묵적으로 기존 의장단 전원사퇴를 압박하는 것과 다를바 없으며 의회 ‘새판 짜기’를 염두한 포석이라는 것이 이를 지켜보는 일각의 지배적인 시선이다.

이와 관련해 임지락 의원은 “이번 기자회견과 위원장 자진사퇴는 주민들께 진정성을 호소하기 위한 일환이 뿐 새로운 의장단 구성은 논의된 적도 없고 해당의원들에게 사퇴를 종용한 적도 없다”고 밝히면서도 만약 새로운 의장단 구성과 관련해 기존 의장단은 전원 배제시킬 것인가에 대한 본 기자의 질문에는 “(지방자치법상)그렇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의원들도 배제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결국 ‘새 술이 새 부대에 담기는 것’이 아니고 술병 모양만 바뀌게 되는 형국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대부분의 언론사 기자들은 이번 사태의 당사자들이 없는 상황에 명확한 답이 나올리 없는 이런 기자회견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며 기자회견 시기의 적절성과 의원들의 진정성, 기자회견의 의도 등에 대한 의구심을 지속적으로 표출했고 어느 기자는 “이런 기자회견은 우리 기자들을 우롱하는 자리다 어처구니가 없다”며 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