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제때 물이 빠지지 않아 물이 고여 모란 뿌리가 썩어가고 있다.

지역 내 한 업체가 지역 농지를 사들여 매립해 신축공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이웃해 있는 농가와 배수로 설치를 약속해 놓고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재배 작목의 뿌리가 썩어가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동면 농공단지 입구 대포리에서 특화작물인 모란을 재작년부터 재배 중인 서홍원씨는 이로 인해 2년여를 피땀 흘려 재배한 자식 같은 모란 뿌리가 썩어가는 모습을 망연자실 바라봐야만 했다. 서씨는 이 같은 피해를 입고도 보상은커녕 하소연할 곳조차 없다고 낙담한다.

더욱이 장마철을 맞아 피해가 더욱 늘어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건축현장 관계자와 피해농민 당사자가 해결할 문제라며 대책 없는 쌍방 중재안만을 해결책이라고 내놓는 군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서씨에 따르면 지난 4월 자신이 경작하고 있는 모란밭과 이웃해 있는 논이 어느 누군가에게 팔리고 난 뒤 매립되는 과정에서 한 쪽 배수로가 막힌 사실을 확인하고 공사현장에 가서 항의했다고 한다.

그러자 당시 현장에서 공사의 책임을 맡고 있던 현장 책임자는 작목에 피해가 가지 않게 원하는 수로를 설치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설치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밭두렁에 고인 물은 점차 빠져나갈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애가 탄 서씨는 지난달 다시 화순군에 조치를 취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고 화순군에서는 해당부서 직원이 지난달 17일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파악하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그 뿐 그 뒤로도 배수로 설치에 대한 움직임은커녕 건축주며 건설현장 관계자 그 어느 누구에게서도 전화 한통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장마철이 도래하고 배수가 되지 않은 밭에선 약 30%에 달하는 모란 뿌리가 썩어 있더란 것이다.

서홍원씨는 “더도 덜도 말고 배수로만 설치해 달라는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렇게 자꾸 시간만 끌면서 피땀 흘려 일궈 온 농사까지 망치게 하는지 모를 일이다”며 “우리같이 아무것도 모르고 힘없는 사람들은 이대로 당하고만 있어야 되느냐”고 분노했다.

이에 대해 화순군 관계자는 “서씨의 얘기대로 민원을 접수하고 담당직원과 건축사가 현장에 찾아가 설계상의 하자와 결함여부 등을 확인도 했다”며 “민원인이 제기한 피해 부분에 대해서는 건축주에게 ‘최대한 민원인의 의견을 수용해서 시공해 달라’고 조언도 하며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했다”고 답변해 왔다.

그러면서 서씨의 모란밭은 원래 용도가 논으로 등록되어 있음에도 밭의 용도로 쓰고 있었으며 모란밭 물고임의 피해 역시 신축공사 현장으로 인한 피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의구심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에 취재진이 담당계장에게 “현장상황에 비추어 피해농민의 주장이 사실이고 건축주가 배수로 설치를 계속해서 미룰 경우엔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묻자 “조사결과 피해 농민의 주장이 사실이고 군의 중재 노력에도 건축주가 계속 배구로 설치를 미룰 경우엔 제2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행정적 조취를 취할 것” 이라고 답변해 왔다.

한편 취재진의 이 같은 취재가 있던 다음날 8일 화순군은 담당공무원을 신축현장에 파견하여 피해농민과 현장건설 책임자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 자리에서 현장 건설책임자는 피해농민에게 수로설치에 대한 구체적 형태나 세부적인 논의 없이 막연하게 11일 까지 기다려주면 어떻게든 설치해 주겠다고 했다고 서씨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