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회의원 총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정치권에서는 때 이른 ‘물갈이론’이 요동치고 있다. 한나라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선거에 출마한 원희룡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 역시 출마한 유승민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현역의원 대부분이 다시 공천이 되면 수도권이든 영남이든 총선을 치르겠는가?”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도권과 영남의 현역의원들로는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른바 물갈이론이다.

한나라당 발 ‘물갈이’론이 민주당에 쓰나미로 몰려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대대적 물갈이 등을 통해 변화를 모색할 경우 민주당도 그에 상응하는 공천쇄신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의 물갈이는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이뤄져야 그 상징성이 극대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호남 물갈이’ 즉 호남 출신 현역 의원들이 타켓이 될 수 밖에 없다.

변화와 쇄신을 이유로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호남 물갈이론’에 대해 1일 개최한 의원총회에서 격한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의총에서 일부 호남 출신 의원들은 “호남에 편견을 갖는 것은 문제”, “선수와 경험이 쌓이면 존경받는 것이 아니라 물갈이 대상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라는 발언들이 나왔다.

개혁특위는 총선 공천 방식을 오픈프라이머리(100% 국민 경선)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를 두고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은 지명도가 높은 현역 의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민주당의 ‘개혁과 쇄신’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총선이 다가 올수록 ‘물갈이론’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물갈이론은 역대 총선 때마다 대세를 이뤘다. 국회가 임기를 마칠 때가 되면 임기 4년간 반복된 몸싸움과 날치기, 비생산적 논쟁, 비리 등으로 인해 국민적 불신이 최고조에 이르고, 지도부에선 총선 승리를 위해 국민을 상대로 ‘개혁과 쇄신’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최근 불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소위 ‘호남 물갈이론’에 대해 “당연히 물갈이는 필요하지만 호남에 국한돼서는 안되고 전국적으로 의원이나 지역위원장을 포함해서 젊은 30~40대 인사들을 과감하게 수혈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호남 물갈이’도 좋지만 정치신인들의 진입벽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공정한 룰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위원장이 전횡를 일삼는 공천룰이 되면 호남은 물론 국민에게 따돌림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호남 물갈이’가 작은 물살로 올 지 아니면 커다란 쓰나미로 다가올 지에 따라 호남권 현역 의원들의 공천 확보력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화순·나주 지역위원회, 최인기 의원, 그리고 19대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입지자들은 이른바 ‘호남 물갈이론’의 추이와 중앙당 개혁특위의 개혁안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인기 의원의 3선' 가장 큰 변수 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