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지리 양돈단지내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폐 양돈축사

화순읍 다지리에 거주하는 ㄱ씨는 지난주 새벽에 논에 나갔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자신의 논고랑에 무언가 시커먼 것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뛰어가 보니 논두렁 상류에서 축산분뇨가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마을 주민들은 상류에 위치한 양돈단지로 인해 가뜩이나 악취와 수질오염 등의 피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차였다.

ㄱ씨는 곧장 해당업체를 찾아가 항의했고 업체 관계자는 “분뇨처리과정에서 기계고장으로 분뇨가 넘쳐나 인근 농가에 까지 피해를 준 것 같다”며 피해 농민들에 대한 피해보상을 약속했고 단잠을 설치며 사태파악에 나섰던 주민들은 업체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에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일은 다행히 주민과 양돈업체의 원만한 합의하에 잘 풀릴 수 있었으나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일이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음에도 이에 합당한 방지책은 전무하다는데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양돈단지 바로 아래서 논농사를 짓고 있는 마을주민 ㅇ씨는 “물 맑고 공기 좋던 마을에 양돈단지가 들어서고 나서부터 마을 전역에 진동하는 악취로 머리가 다 지끈거릴 지경”이라고 말하고 그나마 지금은 농가의 숫자도 줄고 액비화 시스템 등으로 악취가 그나마 덜한 편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주민은 “지난해에는 한 양돈업체가 축산폐수를 비오는 날을 택해 몰래 배출하다 주민들의 눈에 띠어 고발하는 사태까지 있었다.”며 “주민피해가 이렇게 까지 심각함에도 행정당국은 사후약방문처럼 민원이 제기될 때만 잠깐 와서 보는 게 고작이었다.”고 말해 화순군의 안일한 행정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22일 오전 취재진이 이곳 양돈단지 주변을 살펴 본 결과 축산 오염물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으며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빗물에 실려 마을 하천에 그대로 흘러드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방치된 폐 양돈농가에서 버려진 각종 생활쓰레기와 양돈 폐기물

이에 대해 화순군 해당 실무자는 “해마다 한차례에 걸쳐 오염행위에 대한 정기점검과 순찰 등을 통해 지도와 점검을 하고 있으며 불법 투기와 무단방류 등의 행위를 집중단속하고 있다.”며 “민원이 제기됐을 때는 현장에 신속히 도착하여 상황에 따른 행정적․법률적 처방을 내리고 있다.”고 답변했다.

취재진이 최근 방문 날짜와 방문업체에 대한 질문을 하자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올봄에 업체 한 곳을 방문해 축산분뇨와 폐수 등의 배출 경로 등을 역 추적해 살펴 봤으며 다른 업체는 주변상황을 살펴봤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 실무자는 이와 함께 “화순군 관내 축사농가만 300여 곳이 넘는다.”고 말한 뒤 “그럼에도 장맛철 무단폐수 등의 경우에 대비 우천시에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다지리 양돈업체 현황에 대해 질문하자 16개동이 등록돼 있다고 아는데 가동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며 소관부서도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애초에 다지리에 양돈단지가 들어선 것부터가 이미 잘못된 발상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한 주민은 “군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시행했는지 조차 의문”이라고 비판한 뒤 지난 시절 농림부장관을 역임했던 김영진장관을 비롯한 역대화순군수 등 유수의 인사들 모두에게 우리 주민들의 피해사실을 알리고 개선해줄 것을 건의 했건만 돌아온 건 빈 메아리뿐 이었다며 억울함을 하소연 했다.

이를 듣던 또 다른 주민은 “악취와 하천오염 등 일차적인 피해 뿐 아니라 한 여름 들어 해충이 들끓어 못살겠다.”며 군은 2차 피해예방 차원에서라도 다지리 일대 방역을 한층 강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하루에도 수십 차례 분진과 소음을 내며 마을을 가로질러 오가는 트럭들 때문에 주민들이 시달리고 있으니 감도리 1구구간의 임도를 확 포장해 우회도로를 개설해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