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진폐재해자협회 전남지회 이원조회장

“지난시절 나라와 지역경제를 발전을 위해 지하막장 갱도에서 청춘을 다 바쳐 일한 탄광노동자에게 돌아온 건 절망적인 진폐 판정뿐이었습니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고 싶습니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방울에 후줄근해진 작업복을 입고 돌가루․탄가루 매캐한 갱내를 누비며 누가 뭐래도 이 땅의 빛나는 산업역군으로 칭송 받던 시절 그들은 이 나라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지역경제를 일구는 귀중한 자산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석탄이 석유로 가스로 원자력으로 대체되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하나둘 일자리를 잃어가기 시작했고 한창 일하던 그때는 몰랐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숨이 차오르고 마른기침을 하는가 하면 자다가도 발작을 일으키며 때때로 가슴이 아파오는 증세를 보이고 기침이 잦을 땐 피를 토하고 손톱이 퍼렇게 변색되기도 했다. 병원에 가도 딱히 치료할 방법이 없고 단지 증세를 완화 시킬 방법밖에 없다는 절망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담배도 안 피웠던 동료는 폐암에 걸려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난 지 오래다.

전국진폐재해자협회 전남지회 이원조회장은 “지난해 화순군은 진폐복지센터 건립비 명목으로 7억 원의 예산이 상정되어 군 의회에서도 무사히 통과해 확정된 것으로 아는데 무슨 이유에선가 이 예산이 집행되지 않은 채 슬그머니 소멸되어 버린 것으로 안다.”며 이의 합당한 이유와 근거제시를 요구했다.

또 “5년 전에 1억 8,9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건립된 화순광업소 내 위령공원은 아직껏 준공식조차 못하고 있다.”며 “진폐증으로 신음하다 먼저 간 400여 동료들의 넋을 추모하는 의미에서라도 그들의 비문이 새겨진 위령공원 준공식을 조속히 거행”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화순폐광대체산업 법인설립준비위원회가 출범한 것으로 안다며 광주도시철도공사는 직원 채용 시 5.18 유공자 자녀에게 인센티브를 적용해 채용하듯 산업법인도 직원 채용 시 진폐협회 회원의 자녀에게도 인센티브를 적용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 회장은 읍 교리에 위치한 전남지회 사무실에서 재직 중인 간사의 인건비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하고 “화순군은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폐광진흥개발비 명목으로 1,340억 원을 정부에서 지원받은 것으로 안다.”며 “이 돈의 일부 금액만이라도 진폐환자를 위해 써야 한다.”고 요구했다.

덧붙여 회원들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관계로 광주에 있는 근로복지공단에 가려면 이서, 북면, 남면, 한천, 이양, 청풍, 도곡면 등에 거주하는 회원들은 이동하기가 여간 불편해 이에 대한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한다.

“나라와 지역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다 소리 없이 찾아든 진폐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의료와 후생복지 등 모든 면에서 해마다 후퇴하고 있다”며 애통해 하는 이 회장은 “그동안 산업재해보상을 받아 100여만 원이 넘는 보상을 받아왔는데 지난 2008년 개정된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고 나서는 연금이 70여만 원으로 대폭 하락해 이 금액 가지고는 생계를 꾸리기조차 힘들다”고 하소연 했다.

억울한 사정 얘기하자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고 얘기하는 이 회장은 “우리들의 아픔을 위로하려거든 생색내기용 전시행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 생계지원금을 보장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국가와 자치단체 뿐 아니라 정치인들도 선거철에만 잠깐씩 얼굴을 비추고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돌변할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병원을 찾아 고통 받는 환자의 아픔을 위로해 주는 모습도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한 편 6월 현재 전남 지역 진폐환자 수는 700여명. 이 중 200여명은 고려병원, 중앙병원, 성심병원, 순천병원 등 4곳에 요양 중에 있다. 전남지회가 발족한 1988년 1,233명 이던 회원이 해마다 30여명 꼴로 사망하고 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우리 진폐환자들은 그야말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거나 다름없다.”고 자조 섞인 푸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