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광업소앞 표지석. 심하게 오염 돼 글자를 읽을 수 없는 등 표지석으로서의 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화순의 5.18 얼마나 아십니까?’

5.18 광주항쟁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는 등 세계인이 5.18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고 있음에도 정작 광주와 가장 인접해 있으면서 광주의 아픔을 함께 했던 지역 화순에서는 5․18과 이를 알리는 유적지에 대한 인식과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또 이들 표지석과 안내판이 건물이나 시설물 등에 가리워져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순군 관내 5.18 관련 유적지는 표지석과 안내판을 포함 모두 13곳에 설치되어 있다.

80년 5월 당시 도민들에게 광주의 참상을 알리는 집회가 열렸던 화순군청 주차장과 옛 시외버스터미널 터, 시민군이 최초로 총을 들게 되는 계기가 된 화순역 광장 옛 파출소 터엔 표지석과 안내판이 각각 설치돼 있다.

또 화순군민을 향한 계엄군의 무차별 총기난사 장소인 이십곡리 너릿재, 시민군이 무기를 탈취했던 화순경찰서(현재 화순읍파출소 자리), 화순경찰서 4거리, 만연사 입구, 역청공장, 화순광업소, 옛 714대대 앞 등의 자리에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이렇듯 지역 내 5.18 관련 유적지가 결코 적지 않음에도 취재진의 조사 결과 관리 감독의 책임을 지고 있는 화순군은 이들 유적지에 대한 위치와 숫자 파악마저도 전혀 안 돼 있었다.

5월 행사 기간을 앞두고 전남도에서 1년에 한 번 실시하는 점검에 편승해 해당 소재지인 화순읍에 관리 용역을 맡겨 이들이 찍어 오는 사진을 점검하는 게 점검의 전부. 이러한 사실은 실무직원이 취재진에게도 현장에 가보지 않았다고 확인해 주었다.

문제는 이들 표지석이나 안내판이 사적으로 지정된 광주와는 달리 단순한 시설물 차원에서 관리되다 보니 이 같이 무관심 등 관리 소홀의 문제도 언제든 제기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표지석이 훼손되어 글자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오염이 심한가 하면 건물과 건물사이 혹은 시설물과 시설물 사이에 끼어 안 보이는 표지석이 태반이었다.

실제로 화순광업소 입구 오른쪽 5m지점에 세워진 표지석 같은 경우 글자가 안보일 정도로 오염돼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고 화순읍파출소 앞에 세워진 표지석은 금융권 365코너에 가려 좀처럼 찾기마저 힘든 상황.

화순읍 파출소앞 표지석. 금융권 365 코너 틈새에 끼어 있어 인근 주민들 조차 존재여부를 모를 정도로 지나치기 일쑤.

취재진이 이곳 화순읍 파출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표지석의 존재여부를 묻자 집보다 근무시간이 더 많다는 파출소 앞 표지석이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겠다는 직원이 전체 직원 중 3분의 1을 차지했다. 또 이 앞을 지나는 행인에게 물어봐도 질문자 5명 모두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마찬가지로 인근 상인 중 이 표지석을 한번 쯤 봤다는 상인조차 이 표지석이 무엇인지 어떤 내용인지 아는 상인은 아무도 없었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전남도는 지난 1998년 8개 시.군 73개소에 도.군비 각 50%씩 총 사업비 3억 5천만 원을 들여 5.18 기념 시설물을 설치했는데 각 시.군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도에서는 매년마다 관리에 대한 실태점검을 유도하고 있음에도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시설물이 다소 낡고 오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들이 광주처럼 사적지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자랑스런 전남도민의 특별 시설물인 만큼 세심한 관리를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