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읍 대리와 벽나리, 그리고 삼천리 등 이 지역 일원에서 논을 경작하고 있는 농민들은 군의 잘못된 공사설계로 인해 모내기를 앞두고 제 때 농수를 공급하지 못해 피해가 극심하다며 극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들 농민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아무런 이상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던 물줄기가 삼천리 일대 화순천에 세워진 학사리보를 새롭게 교체하는 과정에서 물줄기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농사에 막대한 지장을 받았다는 것이다.

벽나리에서 10만평 규모의 논농사를 짓고 있다는 한 농민은 “작년 언제인가부터 멀쩡하던 보를 부수더니 새로운 보를 설치한다고 해서 그러려니 했더니 이 공사가 시작된 후 농수로를 통해 유입되는 물의 양이 전년에 비해 무려 70%나 줄었다.”고 말한 뒤 “이유를 알기 위해 현장에 가봤더니 새로 설치되는 보의 높이가 턱없이 낮아 항의를 하니까 근본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양수기를 동원해 물을 대 주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만 해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화순군 관계자는 지난 2009년부터 국비와 군비 포함 총 42억 9천8백만 원의 예산을 들여 시행중인 화순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의 일환으로 낡고 노후 된 콘크리트 재질의 삼천리학사리보를 친환경 ‘가동보’로 교체, 설치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며 용역을 통해 발주하게 된 설계시공회사에서 농가에 보급되는 농업용수에 대한 고려 없이 설계되어 기존의 보 높이와는 18cm 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설계회사측도 소하천 기본계획에 의하면 해당 하천의 유심과 폭 등을 고려할 때 적당한 높이였다는 것.

이 관계자는 “삼천리 학사리가동보에 대해 인근 농민들의 반발이 있다는 소식은 현장 시공감독을 통해 들었다.”며 “농민들의 의견을 십분 반영해 예전 보 높이에 맞게 설계변경에 착수 했다”고 말했다. 이에 취재진이 변경된 안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자 내부적 논의는 다 끝난 상태이며 변경된 설계안은 다음 주에는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해왔다.

뒤늦게나마 농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재시공에 나선 건 환영할 만한 일이나 그동안 농업용수가 부족해 피해를 보면서도 벙어리 냉가슴 앓았을 해당지역 농민들의 피해는 어디에서도 보상받을 길이 없을 뿐더러 이에 대한 책임과 사과도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또한 당초 잘못된 설계시공을 세밀한 검토도 없이 밀어붙이다 문제가 닥치자 주먹구구식 대응으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부랴부랴 늑장대응으로 설계변경을 하는 등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는 탁상행정의 정형적 사례라는 지적이다.

또 설계단계에서부터 꼼꼼한 점검과 검토 없이 시공된 공사라면 문제가 되고 있는 삼천리 보 공사 외에 또 다른 시설에서의 부실여부도 생겨날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변경된 설계안에 따른 예산낭비 부분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를 두고 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생태환경 복원과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뜻 깊은 당초의 취지에도 이렇듯 그 취지마저 무색케 하는 일이 한 번씩 벌어지고 나면 ‘생태복원사업’ 전반에 대한 지역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커져갈 것”임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