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란 햇살장애인센터장

“편견은 차별을 낳고 배려는 평등을 낳습니다”
지난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전남도는 화순 하니움 문화스포츠센터내 실내체육관에서 기념행사를 치렀다. 올해로 31주년을 맞는 장애인의 날 구호다.

하지만 정작 이날의 주인공인 13명의 지적장애인들은 이 자리에서마저 소외되고 차별받는 이방인이었다.
햇살장애인주간보호센터 김재란 센터장은 이날 기념식장 곳곳에 내걸린 펼침막에 새겨진 ‘31회 장애인의 날을 축하합니다. 라는 문구를 되뇌며 내내 먹먹했던 기억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대체 뭘 축하한다는 말인가? 정작 생일상을 받아야하는 주인공들은 오늘도 이렇게 힘겹게 이 자리에 왔건만 흥겨운 공연과 놀이시간도 즐길 수 없는 지적장애를 가진 우리 회원들은 대체 어디서 위로를 받아야 하는가?”

화순군 관내에는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지적장애를 가진 장애인이 160여명에 달하고 있으나 이들의 자활을 돕고 교육하는 기관은 그 어디에도 없다.

김 센터장은 광주의 한 구청에서 사회복지관련 사례관리업무를 수행하면서 지적장애인들을 돌보게 되었다가 이들이야말로 사랑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함을 깨닫고, 장애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닌 동향이자 대학 동기인 지부 사무국장인 박소영 선생님과 의기투합, 고향인 화순에서 이들을 위한 봉사의 길을 가리라 다짐하게 됐다고.

이후 하니움 실내체육관옆에 터를 마련해 (사)전남지적장애인복지협회 화순군 지부 창립과 더불어 부설 햇살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열게 됐다.

장애인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많이 오진 않았다.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벌써 13명. 작은 센터가 부족하다.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한번은 한 회원 어머님께서 제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연신 감사를 표하더니 ‘우리 아이가 평생을 방안에서 지내며 세상 구경조차 못하며 지낸다는 것이 한으로 남았었는데 선생님을 만나 세상과 소통해 가는 모습을 보니 이런 천국이 따로 없다’고 말하셨다”고 말해 장애인들에게 이곳 햇살주간보호센터의 생활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끼게 했다.

농촌지역 특성상 지적장애인들의 상당수는 제도적 교육 경험이 전무하거나, 가정 내 장기간 방치되어 있음으로 인해 인지능력의 저하 뿐 아니라 사회적응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들을 위한 한글문해교육이나, 수셈교육 등 다양한 인지학습프로그램을 운용하여 인지능력 보완․화재예방교육․구강보건교육․성교육 등 일상생활에서 지적 장애인들에게 직접적으로 필요로 하는 영역의 교육프로그램 뿐 아니라 마트 등지에서 물건을 사고 값을 치르는 현장체험학습 등을 통한 사회적응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정상적인 일반인도 마찬가지겠지만 소통과 이동권의 제약 등으로 인해 방안에 홀로 방치된 지적장애인들은 사회에 대한 적응이 퇴화되지 않게 돌봐 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외부로부터의 어떠한 수익도 지원도 없다. 센터의 모든 운영은 건물임대료, 차량관리운행비 및 점심식사(간식포함)등은 물론 각종 프로그램 운영비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운영비는 지부 사무국장과 센터장이 사비로 충당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 센터를 이용하는 13명의 이용인 중 반수가 넘는 인원이 기초생활수급가정으로 법적 실비이용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이용료의 제도적 보전 없이 운영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웃들의 쌈짓돈, 소리 없는 봉사가 전부다. 크게는 장애인 학부모의 도움으로부터 작게는 이웃가게 아주머니의 우유기부까지 지적장애인주간보호센터의 뜻에 동감하는 모든 지역민과 이웃들이 십시일반 기부한다.

장애인들이 스스로 요리하는 시간도 센터의 즐거운 프로그램중 하나다.

‘후보님들! 우리도 투표권 있어요!’

센터 운영에 드는 비용의 문제 역시 김 센터장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센터 개원에 앞서 군청과 의회등지를 찾아다니며 보조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개원 전에는 ‘운영실적을 봐야하니 개원하고 나서 보자’하고 개원 후에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뤘다. 다행이 전 군수가 올 1월 추경 예산안에 반영토록 할 것을 약속했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린다.

“지금 우리 지역은 선거를 앞두고 선거열기가 뜨거운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마하신 후보들 어느 누구도 우리센터를 방문 하신 적이 없습니다. 물론 운동원들 조차도요. 장애인들도 엄연히 선거권이 있으며 선거라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지후보를 뽑을 수 있는 정당한 유권자라는 말이죠. 라며 서운한 감정을 표현한다.

김 센터장은 “관계기관에서는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장애인들을 ‘몇 급, 몇 급’으로 나눠 분류를 하는데 사실 장애에 대한 급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장애의 특징이 다르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그들을 같은 눈높이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고 얘기한다.

“이렇게 힘없는 장애인들은 서로 돕고 연대를 통해 권익을 향상 시켜야 합니다. 그럼에도 지적장애인들은 화순군장애인협회에서 마저도 소외의 대상입니다. 차별과 편견을 털어내고 사회공동체 일원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지역에서 나서야 합니다.”고 말한다.

김 센터장은 마지막으로 “센터 운영자금에 대한 보조금 후원이 절실하다”고 밝히고 “후원금 기부와 함께 재능지원 자원봉사자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원문의 : (사)전남지적장애인복지협회 화순군 지부 부설 햇살장애인주간보호센터 ☎ 373-8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