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간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부정·혼탁선거의 고리를 이번 선거에서는 끊을 수 있을까?
14일 오전 광주-화순간 톨게이트 진입로에는 형형색색의 유니폼을 입은 선거운동원들의 모습이 출근길 시민들의 사로잡았다.

13일 오후 6시 화순군수 후보 등록을 마친 민주당 홍이식후보, 민주노동당 백남수후보, 진보신당 백남수후보, 무소속 임호경후보(기호순)등은 이날 화순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에서 공정한 정책선거를 다짐하는 ‘메니페스토 실천협약식’을 갖고 2주간의 걸쳐 본격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13일 중앙선관위의 발표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 화순군이 28.7%의 높은 수치로 과열·혼탁도가 평균치를 2배 이상 앞서 선관위 차원에서 집중관리에 들어가는 등 이번 재보선에 쏠리는 시선은 지역민 뿐 아니라 그만큼 광주·전남 정계에도 미치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화순은 지난 2006년 재보선 당시 투표율이 51%였다. 투표율이 30%를 웃도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역민의 정치참여도를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렇듯 뜨거운 투표열기가 올해도 역시 ‘달아오를 수 있느냐’와 또 그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영남 전 군수의 뒤를 이어 출마한 임호경 무소속 후보는 “첫 보궐선거를 자초한 당사자로서 항상 군민들께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최선을 다해 군정을 수행했었다”며 “이번에 기회를 다시 준다면 다시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단임제 공약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 홍이식 후보는 재선거의 근본 원인 당사자인 임후보의 자질 논란을 부각시키며 “피폐해진 민심을 화합으로 달래는 역할”을 수행할 것임을 강조하고 분당의 어려운 시기에도 꿋꿋이 민주당을 지켜온 민주당의 충신임을 강조하며 지역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반면 지역 내 열악한 지지기반에도 불구하고 출사표를 던진 민주노동당 백남수 후보와 진보신당 최만원 후보는 “양대 토호세력(임·전 전 군수)은 화순의 실추시키고 군민들을 절망에 빠뜨렸으며 화순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비판하고 민주당 홍이식 후보 역시 “전형준 전군수의 대리인에 불과하다”고 깍아 내리며 두 후보 모두 복지정책에 중점을 둔 공약을 내세웠다.

투표율의 ‘변수’ 누구에게 유리할까?

지역 정가에서는 지역세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임 전 군수의 경우 확고한 고정표를 가지고 있는 반면 민주당 홍이식 후보의 경우 전 전군수의 표를 전부 흡수할 수 없을지 몰라도 민주당이라는 당세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지역주민 ‘ㄱ’씨(화순읍 훈리. 상업 48세)는 “임·전씨 양대 집안이 지역정치를 번갈아 독식하는 10여 년 동안 지역민의 정서는 이미 황폐화 됐다. 이제는 정치라면 신물이 난다”고 말해 전·임 전군수의 군정폐해가 정치적 불신까지 초래했음을 짐작케 한다. ‘ㄱ'씨의 반응대로라면 싸늘해진 지역민심은 결국 투표율 하락을 낳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는 대목이다.

반면 ‘ㄱ'씨(화순읍 광덕리 35)는 “화순이 광주보다 집값이 저렴하고 근무지도 화순과 가까워 화순에 살고 있지만 직장은 광주에 있어서 솔직히 지역에 대한 애착이 없습니다. 군수가 누가되든 별 관심도 없어서 그동안 투표도 안하고 지내 왔는데 이번에는 투표하러 갈까 하는데 솔직히 별로 참신한 얼굴이 눈에 띠지 않습니다.”라고 말해 신시가지 젊은 주민들의 성향과 투표율의 연관성을 짐작케 한다.

이와 관련해 군의 한 관계자는 “이번처럼 두 호보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군민들의 투표참여율에 따라 각 후보 진영의 희비가 엇갈릴 것 같다”고 예상하고 “아무래도 투표율이 높아질 경우 민주당의 조직세가 조금 더 우세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런 전망도 내놓았다.

부동표를 잡아라!

이 관계는 덧붙여 “우리 지역은 주소지를 이곳에 두고 있지만 생활권은 광주인 주민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주민은 주로 30~40대 젊은 직장인들이며 신시가지 일대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이야 말로 승리의 관건이 아니겠느냐”고 귀띔 해주었다.

이번 선거를 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진보정당의 약진 여부이다.
군 농민회 관계자는 “가뜩이나 상황이 열악한 지역의 사정에 비춰 진보세력의 뿌리내림이 절실한데 진보정당 마저 둘로 쪼개져 출마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 이라면서도 “주변에서 그간의 정치에 염증을 느낀 지역민들이 진보정당에 투표를 하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해 이번 선거는 진보세력에 대한 지역민의 정서를 살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