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지역 노인들이 쌀·반찬 지급 등 복지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화순군이 새해부터 노인을 대상으로 주·부식사업을 추진키로 했지만 80일째 아무런 조치가 없어 노인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군청, 노인부식지원 ‘하세월’
군은 지난해 12월 읍·면 지역내 경로당 400여곳을 대상으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쌀·반찬 등 주·부식지원사업을 펼치기로 하고 이와 관련해 예산 7억6천만원, 3억5천만원을 각각 책정했다.

이 사업의 주요 골자는 65세이상 노인 5천500여명을 대상으로 하루 1식 기준으로 반찬(반찬값)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군은 이를 위해 농한기인 올해 1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노인복지 차원에서 마련된 이 사업은 그러나 18일 현재까지 80일째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군은 예산까지 확보된 상황에서 이 사업을 하세월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군의회, 여타 사업 볼모 ‘논란’
문제는 지난해 노인 주·부식지원사업을 두고서 군과 군의회간 논란이 일었다.
의회는 예산승인 과정에서 ‘반찬 지원’을 ‘현금(반찬값) 지급’으로 변경했다. 의회는 “노인들의 다양한 식습관을 맞출 수가 없기 때문에 현금 지급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조건부 승인’을 하게 됐다.

이에 대해 군은 ▲정산과 제조과정의 불편 ▲물가 상승 ▲현금지급으로 인한 주민간 갈등 등을 내세워 “현금지급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의회는 노인 주·부식지원사업을 여타 사업과 연계해서 처리하겠다며 조건부승인을 하고 있으며, 군은 의회의 승인을 받은 사업을 아직까지 집행하고 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의회 관계자는 “조건부승인은 의회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이뤄지고 있는 관례”라면서 “군청이 대의기관인 의회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지 않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행정안전부 재정정책담당자는 “지방의회의 조건부승인이라는 절차는 행정법상 존재하지 않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꼴”
군과 의회의 갈등으로 반찬지원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쌀 또한 지원되고 있지 않아 또다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마을경로당 공동급식지원사업’의 경우 노인들의 건강증진 및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11개월간 지원한다는 사업이다. 물론 이를 위해 3억5천만원의 예산까지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

부식(반찬) 지원사업의 경우 6개월동안 한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지급 시기 및 방법론을 둘러싼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는 하지만 주식(쌀) 지원은 사실상 연중 사업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지급돼야 할 쌀을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군 관계자는 “쌀과 반찬은 함께 지급돼야 할 양식이며 행정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도 쌀만 우선 지급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반찬이 지원되지 않은 상황에서 쌀을 지급한다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선 의회 부의장은 “반찬의 경우 군과 의회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집행이 늦춰진다고는 하지만 쌀이 왜 여태까지 지급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사실상 노인을 볼모로 군과 의회 등 두 기관이 자신의 유리한 논리만 앞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논리(의회)와 경제논리(군) 사이에 노인들의 깊은 한숨소리는 더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