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주 화순역장

기차가 능주면 인근 강변을 지난다. 차창 밖으로 논두렁 밭두렁이 보인다. 지어미는 논두렁 밭두렁에서 봄을 캐고 지아비는 워낭 소리 울리며 밭을 가는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굣길 아이들이 집을 가는 듯 기차를 바라보며 저 멀리서 손을 흔든다. 추억을 찾아 나선 이들의 쉼표와 느낌표를 실은 기차가 마침표 없는 선로를 달린다.

이렇듯 기차는 왠지 모를 추억과 설레임을 가져다준다. 화순읍 벽라리에 위치하고 있는 화순역에는 바로 곁에서 추억을 바라보고 있는 이가 있다.

#18년간 화순역과 동고동락
배정주 역장. 화순역을 책임지고 있는 배 역장은 철도청에서 무려 36년동안 근무한 베테랑이다. 그리고 그 절반의 시간(18년)을 화순역과 동고동락해 왔다.

그는 “화순역에 오면 누구든지 아름다움을 느끼고 정서적으로 편안한 감동을 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그도 그런것이 역내 화장실은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곳이다. 천장이 유리창으로 뒤덮여 있어 하늘의 운치를 그대로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여성과 장애인을 배려한 시설에서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이 때문인지 화순역 화장실은 중앙정부와 한 시민단체가 선정한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에서 금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화순역~복암리 철길 11㎞ 관광상품화 되었으면

배 역장은 기차역이 단순한 교통수단에서 벗어나 문화관광상품으로 탈바꿈 되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추면서 “화순지역의 경우 관광산업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인근 곡성군의 경우 기차마을을 조성해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으며, 강원도 정선군도 버려진 철길을 재활용하여 레일바이크를 제작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화순역에서 동면 복암리까지 이어진 철길 11㎞를 활용해 관광코스로 만들고 싶다”라는 소망을 드러냈다.

#만남과 추억이 서려있는 역
배 역장은 어르신은 물론 어린이에게도 친절한 미소로 맞이하고 있다.
“역 업무라는 게 교통업무라는 본연의 업무도 있지만 어쩌면 서비스업에 가깝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면서도 ‘친절’을 통해 고객만족을 주고 있다.”

그는 어릴적 고향 능주면에서 화순읍까지 기차로 통학을 하기도 했고, 기차를 타고서 연애를 즐기기도 했다. 어쩌면 화순역은 그에게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화순역에 대한 옛 추억이 남아있는 배 역장은 “화순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우리 지역을 홍보하는 일도 하고 있다”고 일러주었다.

승용차나 고속버스, KTX 등은 초고속시대에 걸맞는 교통수단임에 다름없다. 이에 반면 마을과 마을 사이를 달리는 기차는 이따금씩 오는 기차 시간에 맞춰야 하고 한참 뒤떨어지는 듯 하다.

시속 300㎞로 날아다니는 KTX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속도경쟁 시대에 워낭소리 울리는 달구지처럼 느릿느릿 길을 떠나는 화순역에서 기차여행은 느림과 여유의 맛과 멋을 되찾아주는 ‘슬로 트레인’이라고 할까.

■ 약력사항
‧ 1976년 순천지방철도청 화순역 구내수
‧ 1980년 순천지방철도청 순천열차사무소 차장
‧ 1999년 순천지방철도청 효천역 부역장
‧ 2003년 5급(행정사무관)대우 영업 1팀장
‧ 2006년 광주지사 화순역 역장
‧ 2010년 광주본부 화순역 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