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대는 글로벌 무한경쟁의 시대로 컴퓨터 한대만 있으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고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자기 나라를 마케팅하는 현장 경영의 시대이다.

우리군 본청을 방문해 보면 이미 지방자치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군사정부 시절의 실과장실은 폐쇄되고 전 직원과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 책상 하나, 컴퓨터 한 대, 손님을 맞이할 수 있는 테이블이 고작인 것을 볼 수 있으며 업무태도 또한 구시대의 권위와 오만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우리 화순군 대다수의 읍면장실을 보면 시대의 변화에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부 지역민들 사이에서 높게 일고 있어 심도 있게 짚고 넘어가야할 것으로 보여 진다.

화순군 대부분의 읍면장실은 집무실 크기만 봐도 보통 10평 정도의 규모에 실무용 사무집기와는 거리가 먼 안락한 고급 소파와 장식들로 도배되어 있다.

과거, 덕망과 지혜를 겸비한 지역유지가 면장을 하던 시절에는 그야말로 지역의 어른이며 지도자로서 존경을 받지 못하면 자리를 유지 할 수가 없었기에 지역주민들도 읍면장을 정신적 지주로 예우하며 집무실도 그에 걸맞은 규모와 크기로 예우함을 당연시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15년이 지났고 민선5기에 들어선 현 시점에서도 단절과 비효율로 상징되는 읍․면장실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시대의 요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꾸로 가는 행정이라는 비난을 살 수도 있다.

읍․면장은 예우를 들먹일 자리는 아니다. 최일선의 공무원일 뿐.

현재 화순군의 13개 읍․면의 수장들은 일반직공무원 5급이며 이는 군청의 과장들과 동급이다. 5급 공무원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무형 직책일 뿐, 예우 받고 거드름 피우라는 자리가 결코 아니라는 뜻이다.

20세 이상 (1991년 12월 31일 이전출생자)의 젊은 인재들이 행정고등고시를 합격하여 처음 임명되면 5급사무관으로 임용된다. 젊었을 때 현장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고 배우라는 직책이며 오늘날 상급행정기관으로 갈수록 사무관들은 실제로 일선의 실무자로서 가장 역동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화순군 5급사무관인 대다수의 읍․면장들은 읍면장실이 거의 2층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민원인이 읍면사무소를 방문해도 누가왔는지, 무슨일인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세심한 읍․면사정들은 서류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화순읍에 사는 김 모씨는 “예전에 1층에 있던 읍장실을 2층으로 옮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같은 일반사람들도 들어갈 수 있는 자리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능주면의 이 모씨는 “지금은 면장님께 찾아가면 직접 커피도 타주며 친절히 반겨 주시지만 처음에는 2층에 있는 면장실로 혼자 들어가서 면담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이미 가까운 무안, 강진군 등은 기존 읍면장실의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한 후 읍면장실을 없애거나 주민휴게실, 청소년정보실, 소규모 친목회의, 영농교육 등 주민편의를 위한 다양한 용도로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특히 강진군의 경우 군 행정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읍․면정의 활성화를 위해 지난 달 8일 읍․면장실을 없애고 읍․면장들이 1층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찾아오는 주민들의 책임 있는 상담과 대화를 통해 열린 행정을 적극 펼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는 강진군이 그 동안 사무실 위주의 책상 업무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이제는 직접 주민들을 찾아나서는 서비스 행정을 보여주겠다는 주민들을 위한 행정전략에서 비롯된 시책이다.

화순군도 타 지자체의 본받을만한 행정은 하루속히 수용하여야 한다. 읍․면장실을 폐쇄하고 읍․면장을 일선현장에 전진 배치함으로서 소속 직원들의 관리는 물론 한발 더 다가선, 또한 주민들의 세심한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진정한 섬김 행정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비효율과 낭비의 온상인 읍면장실을 걷어 내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읍면사무소에 방문하는 주민들에게 땀 흘려 일하는 읍면장의 모습을 보여줄 때 비로소 군민과 함께하는 진정한 자치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여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