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화순 지역의 미담사례로 고려병원에 입원중인 조길용(51세, 1급 시각장애자) 씨와 그의 어머니 문봉순(80) 씨를 만나보았다. 주변 사람들, 특히 대한노인회 화순지부회 조백환 회장의 추천과 간호사, 간병인, 환자 등 모두가 입을 모아 “이런 효자가 없다”고 칭찬을 해 만나기 전부터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조길용씨는 15년전에 중풍으로 쓰러진 어머니(문봉순 80)의 수발을 지극 정성으로 도우며 북면 수리마을에 살고 있다. 그는 태어나면서 시각 장애를 안은 1급 시각장애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장님과 가까울 정도이며, 눈을 거의 감은 채로 생활을 한다.

어머니는 누워있으며 아들이 없이는 생활을 할 수가 없다. 식사와 목욕, 소변 뿐만 아니라 대변 기저귀 가는 것 까지 아들의 도움 없이는 생활을 할 수 없다. 당시 재활센타에서 나온 두 명의 간병인들은 “사실은 저희들도 귀찮은 일인데 여자도 아닌 남자가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은 보기 힘든 일이다”라고 하며 이구동성으로 “이런 효자가 없다”며 칭찬을 했다. 조길용 씨는 귀찮은 기색 없이 어머니의 기저귀를 간다. 이런 모습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다.

점심 식사 시간 때 거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어렵게 반찬을 어머니 입으로 집어 넣어주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 아들의 간호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제대로 밥을 입으로 못 넣어준다고 불평한다.

조길용 씨는 “낳아주신 것 만도 감사한데 이렇게 어머니를 간호하는 것은 아들로서 당연한 일이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어머니와 48세 동생 조점복 씨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동생도 3급 정신장애자인 것이다. 정신장애 동생이 자주 먹물과 똥물을 섞어 비눗물과 함께 지폐를 흰색 종이가 되도록 씻는다. 그는 그렇게 만원짜리 지폐를 흰종이로 만들어 한덩이가 되도록 모아 놓는다. 동생은 옆에서 누가 말리면 사람을 때리기도 한다. 현재 형 조길용 씨도 동생이 때려서 허리부상으로 병원에 입원중이다.

집안에 똥 냄새가 진동하고, 어려운 형편에 어처구니 없이 버려지는 돈을 보며 누가 인내 할 수 있겠는가!

조길용 씨 가정은 현재 기초수급대상자로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며 생활을 하고있다. 한 달 생활비가 빠듯하다. 그가 사는 집은 가스가 공급이 되지 않는 허름한 옛날 시골집이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웠는데 기름 한 드럼이 24만원이 넘어 기름 보일러를 돌리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는 “동생을 요양원에 보내 보았으나, 건강보험재단에서는 재정사정이 넉넉하지 못해 계속 있게 할 수 없다며 집으로 데려 가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진퇴양난, 오리무중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중풍과 신장병으로 누워있는 80세 어머니와 정신장애자로서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위험한 동생을 옆에서 지켜 보아야 한다.

조길용 씨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자 조심스레 “컴퓨터 오디오시스템과 세탁기가 수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슬펐던 일을 물어 보았는데 그는 "위로 5살 많은 누나가 있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중풍인지 소아마비인지 알 수 없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의 얼굴에는 51세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어린이같은 소박함과 순수함이 묻어난다. 아들로서 어머니를 돌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취재를 과분하게 여기는 그는 가식이 아닌 본성에서 나오는 참된 효심을 갖춘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감았는지 떴는지 모르는 육신의 눈은 비록 장애가 있지만 순수함이 가득한 눈으로 우리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만 같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힘쓰는 단체와 사람들의 따뜻한 후원이 작으나마 그를 격려할 수 있는 힘이 되길 바란다.

후원 문의 : 061-374-8855

중풍과 신장질환으로 누워있는 조길용 씨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