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와 의회의 알력싸움으로 관내 410개소의 경로당 부식비지원사업이 2월 현재 시행되고 있지 않아 이를 기다리는 5천 6백여 노인들의 걱정과 불만이 쌓여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당초 화순군에서는 노인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함께 저소득, 거동불편, 가사사정 등으로 끼니를 거르는 노인수가 증가함을 인식, 경로당을 마을생활중심권 공간으로 지정해 반찬형태의 부식비지원사업을 운영해왔다.

이에 집행부에서는 2011년 경로당 부식비지원사업 계획으로 15여억 원의 예산을 수립하고 화순군의회에 요구했었지만 의회는 현금지급방식의 조건으로, 절반 삭감한 7억6천여만 원을 승인했었다.

화순군의회의 의원들은 지난 16일 “현금지급이 노인들을 위한 최선책이다.”며 집행부에 현금형태의 경로당 부식비지원사업 실행을 요구 했다.

의회, "현금방식이 노인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화순군의회 문행주 총무위원장은 16일 행정지원과 업무보고에서 “한정된 사업예산으로 노인들이 조금이나마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려면 현금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문 위원장은 “집행부가 반찬지원을 고수하며 의회를 기만한 이런 식의 지역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집행을 계속하겠다면 본인이 총무위원장으로 있는 한 노인복지와 관련된 모든 심의는 하지 않겠다.”라며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주민들과 직접 만나서 민원을 들어보니 반찬형태의 지원은 상당한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찬을 공급하는 수행기관은 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업체도 있지만 대부분 영업허가와 위생상 아무 검사가 없다는 것이며 음식의 질과 양의 수준이 현저히 떨어지고 특히 노인들의 입맛과 기호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7억6천으로 예산이 한정 되어있는 가운데 반찬으로 지원하게 된다면 인건비로 소요되는 돈이 총 예산의 10%라는 지적도 있었다. 차라리 그 예산을 노인들에게 지급해 조금이나마 넉넉해진 자금으로 특정업체가 일괄공급하는 음식이 아닌 신선하고 먹고 싶은 음식을 스스로 선택해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의회에서는 부식비지원사업의 현금지급과 관련해 복잡한 정산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관내 대형마트와 MOU체결을 맺고 노인들을 지원하자는 대안제시도 했었다.

또한 문 위원장은 “선거와 연관성 있는 특정업체가 반찬사업을 통해 주민들과 만나려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반찬사업 경우 선거와 연동해 있는 특정 업체가 반찬을 이용해 주민을 만나고 민심을 선거와 연관시켜 조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행부에서는 의회의 승인조건이었던 현금형태의 지원방식이 아닌 반찬형태의 지원방식을 고수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410개소의 경로당에 부식비지원을 미루고 있다.

집행부, "현금방식은 여러 가지의 문제점을 초래한다", "먼저 시행했던 담양군, 쏟아지는 민원에 몸살."

현금형태의 부식비지원은 화순관내 65세 이상 노인 총14,159명(2010년 기준) 중 40%에 해당하는 5,658명의 노인들에게 6개월 동안 매월(20일 기준) 하루 1,000원씩 계산 되어 지원하게 된다.

하지만 현금형태의 지원은 매일 급식준비에 따른 인력 부재와 지원단가에 따른 부식비 부족현상, 복잡한 보조금 정산, 보조금 사용자에 대한 불신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집행부의 입장이다.

특히 식중독 등 음식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시 책임한계가 명확치 않다는 것과 화순읍을 제한 면 단위 농협 하나로 마트의 부식판매여부나 부식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본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천, 청풍, 도곡, 도암, 이서, 북면에 위치한 농협 하나로 마트는 부식을 판매하지 않고 공산품만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군 관계자에 따르면 “현금으로 부식비지원을 하게 된다면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복잡한 보조금 정산까지, 모두 노인들의 몫”이라며 “돕고자 하는 사업이 오히려 노인들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로당에 식사와 관련된 지원은 화순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화순군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현금지급방식이라는 같은 맥락의 담양군은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연 30억 규모의 경로식당운영사업으로 노인들을 지원해 오고 있다.

하지만 전체 경로당 44%에 해당하는 149개소 경로식당의 운영결과는 참담했다. 담양군은 5년간의 사업을 진행해본 결과 투입효과 미미, 주민상호간의 대립과 갈등심화로 주민들의 화합과 단결저해의 문제, 제도의 개선 등의 문제가 발생됐고 이와 관련된 수많은 민원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화순군 반찬사업 수행업체 관계자는 “관내 모든 노인들이 직접 자금을 운영해서 식사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수단이 중요한가? 결과가 중요한가?

지금의 화순군은 노인들을 위한 경로당 부식비지원사업이 집행부와 의회의 팽팽한 신경전과 알력싸움, 그리고 눈치 보기로 인해 시동도 켜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군이 시행한 부식비지원사업 지원방식 선호도 조사에서 현금 64개소(15%) 반찬 343개소(83%)의 수치가 나왔지만 의회에서는 “조장행정”이라며 집행부가 반찬으로 지원하기 위해 여론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의견이 “무조건 맞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집행부에서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듯이” 군민들의 대의기관인 의회가 제시한 방법을 기만하며 시행도 해보지 않고 예상되는 문제점만 들춰내며 의회가 지치길 바라듯이 사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는 화순군을 대표하는 두 기관이 서로가 서로를 인정 안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노인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둘러싸고 특정업체 운운하며 선거와 연관을 짓거나 한 쪽이 동쪽으로 가자고 하니 별의별 이유를 대며 무조건 서쪽으로 갈려고 하는 모습이 진정 군민들을 위한 충정이라고는 보여 지지 않는다.

대립하는 두 기관이 서로의 방법만이 최선이라며 갑론을박의 탁상공론을 펼치고 있을 때 13개 읍·면 5,658명의 노인들은 자신들 때문에 대립과 갈등이 생기는 것으로 오해하며 치유하기 힘든 깊은 상처가 마음속에 생길 수 있다.

이에 시기적으론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집행부와 의회는 지금이라도 동일한 목적과 수단을 가지고 군민들을 위한, 군민들을 위해, 군민밖에 모르는 그런 멋진 행·의정의 모습이 절실히 필요할 것으로 보여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