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화순고인돌 답사 - ‘원형’회고와 문제점
② 화순의 새문화지평 열기위한 ‘두가지 제언’

구동수 박사

고인돌 주변, 원형에 비해 너무 변해 있어 “혼란”
화순고인돌 발굴지에 건립된 ‘보호각’은 춘양면 대신리 지동마을로 향하는 진입로에서 멀지않은 곳 오른편에 위치하고 있었다.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마치 중국 시안에 있는 진시황 병마용 박물관처럼 높은 천정에다 햇볕과 통풍이 잘 들도록 시설을 배치한 건물이었다.

필자가 젊은 기자시절인 1987년 중국내륙 고도(古都) 시안의 진시황 군병마전시관 방문을 했을 때, 지하의 병마들을 일부분만 발굴해 전시하면서 땅속에 수 천 년 매몰 돼있던 것처럼 상온보호-전시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화순고인돌 보호각도 습한 맨 땅위 고인돌 장묘부장품들을 상온보존하기 위해 애쓴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유리천정을 통한 햇볕과 전시관 사방에 창을 내어 통풍을 원할케 했을 뿐 아니라, 환풍기를 계속 틀어주어 원형보존에 애쓴 흔적들이 그것을 방증했다. 그렇지만 고인돌 출토유물을 전시하기 위한 보호각시설은 어쩔 수 없다 할지라도, 춘양면 대신리 고인돌서 출발 도곡면 효산리까지 이르는 도로양옆에 산재한 유적지들을 모두 둘러보고 난 느낌은 주변환경이 너무 인위적으로 손질되고 있다는 인식을 받았다. 이점은 앞으로도 꼭 유념해야 할 대목이 아닌가 한다.

영국고인돌 ‘스톤헨지’에 가면 원형유물만 전시
참고로, 유럽을 대표하는 고인돌인 영국의 스톤헨지(Stone Henge)에 갔을 때(1982년), 필자는 거기서 고인돌유적 외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기억이 있다. 널따란 평지에 스톤헨지 유적만 있고 주변에는 온통 파란잔디만 드넓게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스톤헨지는 성인남자 키 두 배남짓 크기에 반팔정도 두께의 고인돌(선돌) 수십 개가 200～300여m 크기의 1개원형을 이루고 있었다.

중간 중간 선돌겸 기단위로 드러누운 돌이 몇 개 얹혀진 모습을 하고 있다. 설혹 선돌위에 누운 가로막대 돌이 땅에 떨어지거나, 선돌이 넘어져 있어도 다시 바로세우지 아니하고 그대로 넘어진 채 전시해 두고 있음을 보았다. 영국인들의 선사유물 보존형태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필자는 화순고인돌의 ‘원형보존’ 당위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아울러, 이런 소중한 역사문화유산의 가치를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겠는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왔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크게 인지할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화순고인돌은 우리 지역사회 것만이 아닌, 지구촌 온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이미 자리매김 됐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처럼 귀중한 문화유산을 우리 안의 좁은 테두리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한민족사와 인류사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화순고인돌은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한때 찬란한 선사문화가 창발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고인돌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가 엄연히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화순고인돌은 지역문화창출의 훌륭한 기제로 삼기에 아주 적합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렇듯 세계문화유산이자, 한국고인돌을 대표하는 화순고인돌을 보면서, 동시에 ‘미래문화지형’을 떠 올리면서 필자는 다음의 두 가지를 제언코자 한다.

세계유산-화순고인돌 ‘축제’로 되살렸으면…
첫째, 세계의 선사유적 화순고인돌을 소재로, 새로운 차원의 ‘역사문화축제’를 개최했으면 한다. 필자의 생각으론, 우리 화순고인돌이 선대조의 훌륭한 유물이자 새로운 차원의 역사문화창출 기제로 삼기에 아주 적합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화순고인돌문화축제’를 회생시켰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당초 ‘화순고인돌축제’ 명칭을 바꿔, 단순한 민속축제인양 ‘풍류문화큰잔치’라는 이름으로 함몰시킬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세계문화유산이 된 마당에, ‘고인돌의 세계화’를 선언하고 이를 확장할 일이지 상징성마저 뺀 ‘풍류잔치’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화순고인돌축제는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소재이며 다시없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함평나비축제를 떠 올려보자. 두 말할 나위 없이, 그것은 대한민국에서 지방문화축제의 대표적 성공모델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나비축제’는 처음 화순군에 배당되었다고 한다. 필자가 전남도청 문화담당한테 직접 들은 얘기다.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당시 화순군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몇 가지 검토하다가 끝내 포기했다고 전해진다. L모군수 시절에 벌어진 일이다. 도청직원 말에 의하면, 화순군측이 “무슨 생뚱맞게 나비축제냐”고 일갈하면서 사업(예산)을 반납하더라고 했다.

함평 이석형 군수는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젊은 이석형 군수의 안목과 현실인식은 탁월했다. 그는 지방변두리인 함평을 몇 해 안 가, 대한민국 지방문화의 중심지형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기회를 창출할 때이다.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이 나비만 못하겠나? 함평나비축제는 선견지명을 가진 리더! 그 한사람을 바로 세우면 세상은 금새 바뀐다는 사실을 대변해 준다.

21세기는 문화-네트웍 시대다. 20세기 냉전시대에 가장 빈번했던 질문은 ‘당신은 누구편인가?’였다. 21세기 정보문화시대에 가장 자주하는 질문은 ‘당신은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이다. 바꿔 말하면 20세기 동서냉전시대는 적대적인 ‘편가르기’의 시대였다면, 21세기 문화시대는 ‘상호연결’ 곧 네트웍(Net-Work)시대를 뜻한다.

21세기 문화시대엔 ‘열린 토론문화’가 해답
둘째, 21세기 문화-네트웍시대, ‘화순토론문화’를 열어갔으면 한다. 필자는 “세계문화유산 화순고인돌이 우리가 하기에 따라 함평나비축제를 능가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문화와 예술을 알고, 화순을 아는 사람들이 강변한 말이다. 이미 2000년도에 화순군청서 열린 ‘세계거석문화 국제학술대회’에서 나온 담론이기도하다. 누군가 “화순은 고인돌과 역사문화만 가지고도 먹고 살만하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

하지만 섣부른 결론은 금물. ‘화순고인돌문화축제’(가제)를 놓고 이제부터 심층토론 해 가야할 것이다. 질적 토론문화를 성숙시켜 가면서, 문화-네트웍시대 상호연결하고 때로 격론에 붙여 입심토론하고, 그런 연후에 의사결정에 따르면 될 일이다. 이제는 상호소통하고 협력하는 길만이 생존의 길이다. 공존공생의 방안이다.

끝으로, 화순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인간은 문화를 만들고, 문화는 인간을 만든다. 화순이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면, 문화는 화순을 아름답게 만든다. 화순고인돌이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지 어느새 10년이 됐다. 그것은 화순지역에 뿌리를 둔 전통문화이자, 인류의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고인돌은 과거의 장구한 역사에만 머물지 아니하고, 오늘의 화순문화를 빛낼 뿐 아니라 미래를 찬란하게 열어 갈 위대한 문화유산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이처럼 훌륭한 문화유산을 화순군민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끼리 다투고 딴 짓할 틈이 없다.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이유다

열린문화, 열린토론이 답이다. 시대변화가 열린문화와 토론을 요구한다. 세계문화유산을 가진 화순이 세계화라는 시대변화에 둔감해서야 되겠는가. 화순의 자치행정도, 교육도, 도시발전도 마찬가지. 열린행정, 열린교육으로 가야한다. 인간이 도시를 만들지만 도시는 다시 인간을 만든다. 아름다운 삶은 아름다운 도시에서 가능하고, 열린 삶은 열린 도시에서 시작된다. 이제는 우리고장 화순도 ‘열린토론문화’로, 21세기 화순의 미래를 활짝 열어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