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채 전남 문화관광해설사

15년 전. 국가부도사태라는 IMF가 발생할 조짐들이 도처에 나타나 世上人心을 흉흉하게 할 때. 나는 당돌하게도 현실을 무시하고 파산 직전의 제자들과 어쩔 수 없는 인연들에게 호기롭게 보증을 서주고 어려운 형편을 챙겨주다가 그만 쪽박신세가 돼 버렸다. 한마디로 오갈 데 없는 빈털터리가 되었다.

늙은 선생의 몰골이 너무나 측은하게 보였던지 제자 몇몇이 十匙一飯하여 모은 돈으로 화순읍 벽라리에 소재한 임대아파트 한 칸을 마련해 주었다. 나와 화순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도청 앞 금남로 카톨릭 센터 뒤쪽 광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에 살면서 우쭐대며 택시로 학교에 출근 하다가 졸지에 알거지가 되어 이른 새벽부터 완행 군내버스를 타고 광주에 있는 학교로 서둘러 출근하는 따분한 신세가 되어버렸다.

재직 중에 짬만 나면 늘 생각했던 퇴직 후의 나의 인생은 이러했다. 山戰水戰 이 꼴 저 꼴 온갖 일 다 겪으면서, 喜怒哀樂을 다 누리면서 살아온 인생인데…, 더 이상 잘 난체, 아는 체 핏대 세우며 살지 말자고 다짐했다.

나 자신을 한껏 낮춰 겸손하게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진짜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높은 지위와 많은 재물은 옳게 쓰지 않으면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하는 毒藥이라고 생각했다. 매사에 욕심내지 말고 분수에 맞게 긍정적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정년퇴직 후 무엇을 할까 궁리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은 화순의 역사, 문화와 자연환경에 심취하던 터라 문화와 역사 해설안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남도 여성회관에서 실시한 문화관광해설사 교육을 받으면서 틈나는 대로 화순관내 문화유적지 탐방을 했다. 문화유적지에서 탐방객을 만나면 서투른 해설을 하려다가 가방끈 짧은 실력 때문에 창피도 당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고인돌 유적지를 오르내리며 묵묵히 쓰레기를 주었다. 한동안 그렇게 지내다가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 고인돌에 꽂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화순의 문화전령사가 되어…
강화, 고창고인돌 유적지까지 찾아다니면서 화순고인돌의 남다른 특징을 새삼스럽게 깨달으면서 화순 고인돌의 우수성을 알리는 해설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처음 출발할 때 고인돌 지킴이는 나를 포함하여 24명이었는데 나만 빼고 모두가 여자들이었다.

고인돌 지킴이 회장이라는 책임을 맡고 나니 마음이 무거웠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무보수로 고인돌 해설 안내와 쓰레기 수거하는 지킴이들이 안쓰럽게 보여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개의치 않고 거의 매일 점심 대접을 했다. 여자 분들은 내심으로 일정기간 봉사하면 살림에 보태 쓸 정도의 활동비를 받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6개월도 채 안되어 무보수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반절이상의 인원이 고인돌 지킴이 자원봉사활동을 그만 두고 말았다. 남은 우리들은 실망도 크고 좌절감도 컸지만 그러나 꾸준히 봉사활동에 매진했다.

자원봉사활동 2년 후인 2006년 10월경에 들어서서야 1일 교통비와 점심값 정도의  활동비가 지급되었다. 무보수로 자원봉사하면 언젠가는 일용잡급 수준의 수고비를 기대했던 고인돌지킴이들은 크게 실망하고 하나, 둘 딴 길을 찾아 떠나가 버렸다. 한때는 양해숙 해설사와 단둘이 남아 고인돌 유적지 해설안내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2007년에 들어서야 화순군청이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국 10대 살기 좋은 군 만들기 등 ‘vision 1030’과 ‘아이 러브 화순’ 활동 등이 화순군의 역점사업으로 활발하게 추진되면서 덩달아 문화해설활동도 탄력을 받았다.

양해숙씨와 나는 2007년에는 버스투어만 120회, 2008년 130회, 2009년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버스투어 그린투어 등 각종 해설 요청을 받았다. 2010년에도 마찬가지로 쉴 사이가 없었다. 이처럼 해설사들이 화순 홍보에 정열을 쏟을 수 있도록 해설 기회를 준 화순군에 감사드린다.

2008년에는 양해숙 해설사 등의 노력으로 청정골 화순군이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우리나라 名所에서 가볼만한 곳 5곳 중 1곳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 이유는 예술성 있는 다양한 화순 문화재의 가치가 세상에 새롭게 평가된 이유도 있겠지만, 화순 전면적의 74%인 청정골 화순의 이미지에 테라피 화순이 곁들어지면서 ‘하니움 문화스포츠센터’라는 名物 랜드 마크가 크게 한 몫 한 것 같다.

그리고 남면 유마계곡과 동복면 유천계곡의 홍수 피해 복구비로 국비가 지원되어 모후산 계곡은 물론 동복 유천리에 인삼 박물관, 최씨 부인 생가 터가 복원되고 남면 유마리에 목재 영상 체험관, 명품숲길, 야생화 생태 탐방길 등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뤄 조성되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전국각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 까닭이라고 생각한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멋진 화순사람이 되고파
15년 전 빈털터리가 되어 도망치듯 떠밀려온 광주 변두리 화순 땅에서 천식 해소로 망가진 건강도 회복하고 경제적인 시련도 극복하고 KBS-2TV 인간극장에 출연하는 등 각종 언론매체에 자주 실려 명예도 얻고, 괴짜선생 좌충우돌기 등 책3권, 화순 역사문화 등 자료집 2권도 출판하고, 해설활동을 왕성하게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우리고장 화순군민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화순에서 얻은 이토록 과분한 ‘행복한 인생 2막’을 어떻게 報恩할까 걱정이다. 본인 스스로 일백 번 자문 해봐도 한결같은 정답은, ‘화순의 역사와 문화에 미친 사람’이라는 별명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우리고장 화순의 참 모습을 널리 알리고 자랑하고 가꾸는 일이 예향 화순에 빚진 은혜를 갚는 길이라는 것이다.

청정골 화순의 무공해 식재료와 피톤치드가 풍부한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화순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으면서, 뒷모습이 아름다운 멋진 화순사람이 되자고 거듭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