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화순고인돌 답사 - ‘원형’회고와 문제점
② 화순의 새문화지평 열기위한 ‘두가지 제언’

구동수 박사

세계문화유산인 화순고인돌을 최근 다시 둘러보고 여러가지 감회가 깊었다. 10년 만에 다시 본 고인돌 외양은 옛 모습 그대로였지만, 유적지를 둘러보고 난 감상은 이전과 사뭇 달랐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World Cultural Heritage)'으로 등록된 이후 급격하게 변화된 고인돌유적지 주변환경 때문이다.

고인돌-세계유산등록일 12월2일 아닌 11월29일
필자는 화순고인돌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등록된 날인 2000년 11월29일 호주 동북부 소도시이자 자연유산의 보고(寶庫)인 케언즈市 유네스코총회 현장에 있었다. 나는 문화정책전문위원 자격으로, 문화재청 김종혁 기획실장을 비롯한 실무자들과 함께 화순고인돌의 세계문화유산등록 업무지원차 해외출장을 갔었다.

2000년 당시 11월27일부터 12월2일까지 개최된 제24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ssion)총회장에서는 개막 3일째인 11월29일 화순과 고창, 강화의 ‘한국고인돌’을 심의한 끝에 세계문화유산으로의 ‘정식등록’을 공표했다. 그 순간 우리는 총회장이 떠나갈듯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화순군은 고인돌 세계문화유산 등록일을 12월2일로 알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11월29일이 맞다. 3일차이지만 1달 앞당겨 ‘가을’이라는 효과가 있다. 증인은 많다. 그 때 정책전문위원으로 현장서 메모취재한 본인 외에도, 정부를 대표한 문화재청 사람들 그리고 화순군에서 염규상 부군수와 구복규 문화관광과장이 총회장에 동참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하기도 했다.

그에 앞서 2000년2월, 필자는 화순고인돌군 현장답사 차 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들과 동행 한 적이 있다. 유산위원들은 당시 “고인돌 채석장은 처음본다” “200톤 규모의 세계최대 고인돌이 놀랍기만 하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춘양 대신리 감태바위채석장위에 잘 손질하여 다듬어 놓은 듯한 대형돌과 도곡 효산리 마당바위채석장 일대의 매끈한 바위돌들을 보고 어떤 위원은 “얼마 전까지도 고인돌을 깨낸 장소처럼 생생하다”며 경하어린 표정을 짓기도 했다.

유네스코 전문가들은 “선사시대사람들이 고인돌을 깰 때 물기 젖은 나무막대기를 바위틈새에 박아두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바위벽에 금이 가 생각보다 쉽게 채석했다”고 설명했다. 역시 문화유적전문가들이라서 그런지, 2천500～3천년으로 추정되는 선사시대 유산 화순고인돌의 기원을 막힘없이 설명해 주었다.

그밖에도 고인돌현장을 탐사하면서, 세계유산위원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며 반복한 말이 하나 있다. “원형보존이 문화유적의 생명이다”라는 언급이다. 고인돌주변을 정비(整備)한답시고 큰 소나무를 마구베어 놓은 걸 가리키며, “나무나 풀뿌리까지도 원래모습 그대로 간직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필자는 지금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전시관은 무방해도, 고인돌 주변 원형 너무변해 “당혹”
그로부터 10년세월. 그동안 화순고인돌의 원형보존은 잘 돼가고 있을까? 아울러, 화순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고창군, 강화군은 고인돌을 어떻게 보존관리하고 있을까도 궁금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우리고장 화순고인돌이 ‘한국고인돌’을 대표하고 있다고 감히 단언한다. 이유는 간명하다. 화순에 고인돌(지석묘)이 가장 많이 분포할 뿐만 아니라, 고인(支)돌(石) 형태도 기반식, 개석식, 탁자식 등으로 아주다양하고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한국고인돌은 전 세계 고인돌의 45%인 2만5천기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 전남이 최다분포지역으로 20개소에 1만9천기가 산재하며, 그 가운데서도 화순에 가장 많은 1천682기(1998년 지표조사)가 있다.1) 춘양면 대신리와 도곡면 효산리를 잇는 보검재(보성재) 계곡일대(5km)에 밀집해 있는 화순고인돌은 총596기(대신리319기, 효산리277기)이다.2) 화순고인돌의 대표성은 앞서 유네스코 현장답사팀 위원들이 언급한 바대로 세계최초의 ‘고인돌채석장’ ‘세계최대(200톤)고인돌’에다, 다향한 형태로 고인돌의 모든 전형을 담고있다고 보아 당연한 귀착이라 여긴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고인돌유적지를 돌아보면서 설렘과 기대, 안타까운 마음이 동시에 몰려들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하지만 2010년12월10일 유적지현장을 답사해 본 결과, 화순고인돌 주변은 ‘10년강산’ 그 이상으로 급변해 있었다. 먼저 대신리 고인돌발굴지에 건립된 보호각부터 찾았다. 그런데 인류문화유산인 화순고인돌입구에 표지판도 잘 안보였다.

진입도로 또한 차 한 대가 겨우 지날정도로 협소해 이곳이 과연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곳인가 의아할 정도였다. 춘양면의 배려로 유적지현장을 안내한 전영훈씨는 “사실 춘양서 고인돌유적지로 진입하는 길목은 찾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진입로를 더 넓히고, 안내간판도 운전자가 보아 한 눈에 띄도록 다시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부연설명도 해주었다.
<②편에 계속>

1)『화순문화저널』2000가을 창간호,「특집 ‘화순의 고인돌’」pp.56～67 & ‘세계거석문화 국제학술대회’(2000.10.9 화순군청 대회의실) 중계 자료 - 동『화순문화저널』pp.59～61.
2)‘세계유산-화순고인돌’, 화순군 안내브로셔 참조

<구 동 수 박사 / 호남대 초빙교수(‘유럽문화’ 담당)>
- 미국 워싱턴대(UW) 철학과 졸
- 캘리포니아 주립대(CSULA) 대학원 교육학수료
- 고려대학교 정치학석사/한양대 국제정치학박사
- 전 화순군 공무원(5급) / 춘양 출생
- 전 중앙일보 기자, 문화특집부 차장
- 전 민주당(여당) 정책실 교육문화 전문위원
- 현 나주동신대 겸임교수 & 호남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