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신관4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6대 화순군의회 의원과 군민 간담회’는 의회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각이 현재 어느 정도인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자리였다.

이날 간담회는 당초 제2회 추경안 심의에 대한 내용과 10월 1일부터 갖게될 행정사무감사에 대한 내용을 놓고 의회와 주민간 대화의 창이 마련될 예정이었으나 준비한 유인물이 선거법에 저촉돼 참석한 주민들에게 배포할수 없게되자 즉석에서 일문일답식으로 진행되게 됐다.

그러나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의회에 반영, 열린의정을 구현하고자 했던 의회의 바람과는 달리 최근 화순군이 제출한 예산이 연이어 삭감된 것과 관련한 지역민들의 질의와 항의가 이어졌다.

먼저 물꼬를 튼 것은 9월 13일 열린 화순군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집행부에서 올린 경로당 반찬제공사업비 3억2천만원을 전액 삭감한데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었다.

00아파트 노인회장인 주민A씨는 “의회에서 경로당에 제공되는 반찬을 주지 못하게 막았다고 들었다”며 “1주일에 1번 5일 분량의 반찬을 제공해주는 부식사업은 노인들한테는 피부에 와닿는 현장정책인 만큼 멈추지 말고 꾸준히 지급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화순관내 409개소의 경로당에 연중 지원되고 있는 부식사업을 의회에서는 행정미비를 지적하며 제동을 거는데 위생검사를 어느 기준까지 맞춰야 문제가 없는거냐”며 항의했다.

이에 대해 문행주 의원은 “반찬제공사업은 당초 동절기 난방비절감을 위해 경로당에서 함께 생활하는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시작됐었다”며 “그러나 반찬 공급업체지정에 있어 투명성이 보장되지 못했고 공급방식 또한 객관적인 자격기준이나 허가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현 방식으로는 더 이상의 사업진행은 안된다고 판단, 예산을 삭감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여러 경로를 통해 의견수렴을 한 결과 상당수의 주민들이 일괄적인 반찬지원 보다는 현금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집행부에서 업체선정과 공급방식을 변경해 예산승인을 요구한다면 언제든지 승인할 용의가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를 두고 주민 모씨는 “부식비 중단에 흥분해서 노인들이 이 자리에 왔다”며 “화순군과 협의해서 좋게 해결해야지 덮어놓고 삭감부터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다.

화순군과 의회간 대립구도에 민심 흔들
화순관내 고교생에 대한 수업료 지원사업의 표류 또한 이슈로 떠올랐다. 전완준 군수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수업료 지원사업이 당초 9월부터 이루어질 예정이었으나 9월 9일 화순군의회 총무위원회(위원장 문행주)가 화순장학회 재정지원에 관한 전부개정조례안을 수정가결 함으로써 지원시기가 불투명해진 것과 관련한 질문이 이어진 것.

고교생 자녀를 두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수업료 지원으로 가계 부담을 덜 수 있어 기대하고 있었는데 의회에서 이를 막았다고 들었다”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 물었다.

문행주 의원은 “수업료지원은 전완준 군수의 공약이며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군민들로부터 승인 된 사항인 만큼 원칙적으로 존중하고 찬성한다”며 “그러나 애초 군비에서 수업료지원을 한다고 해놓고는 이제와서 화순군장학회의 장학기금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은 공약의 변형이다”고 못박았다.

이어 “군비에서 지원하라는 의회의 요구를 집행부가 받아들였다”며 “그럼에도 이번 조례에 당초 2억 5천만원의 절반인 1억 2천만원밖에 안올린 집행부에 대해 사업 의지의 여부를 두고 따져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를 두고 한 주민은 “목적이 같다면 방법상의 차이는 문제될 것이 없지 않느냐”며 “과연 의회가 자녀를 둔 학부모의 입장에서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고 이같이 결정했는지 알고싶다”고 항의했다.

또 다른 주민은 풍류문화큰잔치에 대한 대폭적인 예산삭감을 두고 “현재 각 마을에서는 연습이 한창인데 도대체 축제를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풍류축제가 전남도가 발표한 평가에서 하위에 머무르긴 했지만 화순군의원이라면 안아주는 맛이 있어야 되지 않냐”고 물었다.

능주향교 홍기평 전교는 “의회는 군민과의 대화보다는 군과의 소통이 먼저라고 본다”며 “물론 군정의 견제와 감시가 중요하지만 밖에서 보면 의회와 화순군이 화합하지 못하고 힘겨루기 하는 걸로 밖에 안보여 안타깝다”고 밝혔다.

도곡면의 한 주민은 “복지국가로 가는 것이 세계적인 대세인데도 수업료, 노인복지, 축제 등의 예산이 삭감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하고 “집행부에 문제가 있으면 감사를 통해 시정 조치 해야지 예산삭감이라는 칼을 든 것은 군정 발목잡기로밖에 안보인다”고 했다.

주민들의 날선 질문은 청문회 방불케 해
이날 간담회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의회를 향한 주민들의 날선 질문으로 청문회를 방물케했다. 의회에서는 군정의 견제와 감시, 예산의 심의 의결이라는 의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며 ‘열린의정’의 기치를 들고 이날의 자리를 마련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민심은 냉랭하기만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군정의 견제와 감시 뿐 아니라 집행부와의 협력이라는 삼박자를 갖춘 의회. 주민과 의회, 화순군이 하나되는 삼위일체에서 비롯되는 생활의 안정감에 더 무게를 두었다.

불만섞인 질문과 고성이 오가는 간담회장 내에서 의회와 의원에 대한 존경심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의회와 의원 스스로 민심을 제대로 읽고 민의를 대변했는지, 아니면 권위를 세우는데 더 급급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볼 필요를 느끼게 하는 자리였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조유송 의장을 포함한 이선 부의장, 최영호, 문행주, 임지락, 류경숙 의원 등 6명만이 참석해 자리를 가득 메운 200여명의 주민들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