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관(47) 화순중학교 야구부 감독

28개팀이 출전해 8일간의 열전을 펼친 제40회 대통령기 전국중학야구대회에서 김부관 감독이 이끄는 화순중학교 야구부가 값진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마지막 날인 8월 29일 화순중(교장 노재찬)은 홈팀인 부산 개성중과 결승전에서 맞붙었으나 1회 3점, 2회, 2점 등 초반에 쉽게 점수를 내주며 어렵게 경기를 이끌어갔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3회 4점, 7회 1점 등 5점을 따라붙었으나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8대5로 석패했다.

화순중 김부관(47) 감독은 “어려운 경기였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싸워줘 고맙다”고 말한다. 그래서 경기를 놓친 아쉬움보다는 믿고 따라준 제자들에 대한 고마움이 더 많이 남는 경기였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김 감독은 경기 시작전 선수들을 모아놓고 “우리의 실력을 믿고 부담없이 즐기면서 경기에 임하자”고 독려했다. 특히 중3 선수들은 이번이 마지막 대회인 만큼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빡빡한 경기일정으로 휴식이 부족했던 화순중은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혀야 했고 이는 초반 어이없는 실점으로 이어졌다. 3회까지 6점을 실점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선수들을 보자 김 감독은 화가 났다.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상대의 기에 눌린 선수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김 감독의 독려로 3회 4점을 따라 붙으며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듯 했으나 7회말 1사 만루에서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면서 병살타를 기록해 결국 8대5로 주저앉고 말았다. 중심타선이 뒤에 대기하고 있었지만 기회를 잡지 못한 채 경기가 종료돼 아쉬움이 더 컸다.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은 우승을 놓친 것에 눈물을 흘렸지만 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선수들의 눈물과 땀이야말로 승패에 상관없이 아낌없는 박수를 받아야 한다는 평소 김 감독의 지론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에는 좋은 결과를 위해 뛰지만 끝난 후에는 그 과정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스포츠정신이다”고 말한다. 물론 승패를 떠나서 말이다.

야구불모지 화순을 전국대회 강자로 만든 김부관 감독
전국대회에서 화순중학교와 만나는 상대팀은 경기 시작 전부터 주눅이 든다. 2007년 제54회 전국 중학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을 포함해 출전하는 대회마다 상위권에 입상하는 등 어엿한 야구 강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군 단위의 작은 학교가 이렇게 빛을 발휘하는 데는 뭐니 뭐니 해도 김부관 화순중 야구감독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 된다. 86년 1월 1일자로 부임한 이래 25년 동안 화순중 야구부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 감독은 당시만 해도 화순은 야구의 야자도 붙일 수 없을 만큼 야구불모지였다고 회상한다.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화순에 와서 말 그대로 밑바닥부터 야구의 기반을 잡아나가야만 했다. 목포 영흥고 시절 부상으로 인해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던 아픔은 묻어둔 채 선수들과 울고 웃으며 야구에 빠져 지낸지 올해로 스물다섯 해. 그래서 김 감독에겐 화순이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그만큼 화순에 대한 애착심도 강해 화순지역 야구부흥에 대한 기대도 클 수 밖에 없다.

김부관 감독을 비롯한 화순중 선수들이 제40회 대통령기 전국중학야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지 감독들이 부임하면 잠깐 머물다 가면서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까지 함께 데려가 버리곤 합니다. 그렇게 되면 화순의 선수층이 얇아지고 이는 결국 성적으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어제의 동료가 경쟁팀으로 자리를 옮겨 결국 그 선수의 활약으로 무릎꿇어야 했던 인근 고교야구를 예를 들며 무분별한 스카웃에 대해 경고하는 김 감독의 말이다. 프로와 달리 선수난에 허덕이고 있는 아마추어의 특성상 선수 개개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다 초, 중, 고로 이어지는 지역야구의 진학라인이 무너질까 걱정에서다.

김 감독은 또 “야구는 인기종목이지만 화순에서는 홀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한다. 배드민턴의 경우 전용구장까지 세워지는 반면 화순고 야구부는 연습할 운동장이 없어 동면 천운운동장을 임대해서 쓰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그래서 제대로 된 야구전용구장 하나 세워지는 것이 현재 김 감독의 최대 바람이다. 감독과 선수가 아무리 똘똘뭉쳐 열심히 한다 해도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는다면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순고 야구부의 경우 최악의 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면까지 가서 연습을 해야되는데다 제대로된 기숙사도 갖춰져있지 않아요. 그런데도 현재 기아에서 뛰고 있는 김선빈 선수나 메이져리그에 스카웃된 신진호 포수 등 좋은 선수들을 많이 배출했습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김 감독은 요행을 바라고 스포츠를 키워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이럴 때일수록 자치단체에서 관심을 갖고 과감한 지원을 해준다면 그 힘으로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키워내 야구명문 화순, 즉 함평의 신지애(골프)나 화순의 이용대(배드민턴) 선수 같은 지역을 대표하는 심볼이 되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화순에는 화순초, 화순중, 화순고가 야구부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화순중학교 야구부에는 30명(1학년 12, 2학년 10, 3학년 8)의 선수가 내일의 꿈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소년체전 우승만 해보면 다 해본다”고 말하는 김 감독은 벌써부터 내년 대회를 준비하느라 한창이다.

화순초와 화순고의 중간에서 지역야구의 튼튼한 허리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싶다고 포부를 밝히는 김 감독은 야구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화순중 노재찬 교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 제40회 대통령기 전국중학야구대회 화순중학교 수상자 명단
- 타격상(1위), 감투상 : 김명진(3학년)
- 감독상 : 김부관 화순중 감독
- 지도자상, 공로상 : 노재찬 화순중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