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 광주는 철저히 고립되었고, 광주의 젊은이들은 처절하게 쓰러졌고 죽어갔습니다. 그 때 그 자리에 있었고 8,90년대 민주화 투쟁 한복판에 키가 훌쩍 큰 그가 있었습니다. 이지현

그 시절 이지현 형은 데모대들 중에서도 유독 큰 키 때문에 눈에 띄곤 했습니다. 5·18부상자 동지회 초대 회장으로 이회장이라 불리었던 이지현 형은 모든 시국선언에서 맨 앞장을 서서 주도하기도 했지요.

큰 키 때문에 눈에 잘 띄기도 했지만 시국사건을 주도하면서 정보당국과 공안당국의 핵심 要注意 인사로 분류되어 그들의 눈으로부터 띌 수밖에 없었다지요.

80년 오월에 죽지 않고 살아남은 죄, 그 부끄러움 때문에 더욱 더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매진을 했다지요. 그 암울하기만 하고 군사정권의 어두운 터널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이지현 兄은 희망을 잃지 않고 우뚝한 자세로 선배들과 후배들 그리고 동지들과 함께 가열찬 투쟁을 준비하고 전개했지요.

兄에 대한 또 하나의 기억이 있군요. 문흥동국립호텔(광주교도소)에서 항시 손에 책을 떼지 않고 사회·과학서적 등을 탐독하던 그 모습이 선합니다.

5·18과 뗄 수 없는 이지현! 투사의 모습이 강렬하게 남아 있는 이지현 형의 소식을 부인인 이양청풍농협 김영자 상무로부터 한권의 책을 전달 받으면서 ‘문예시대’란 문학지에서 신인문학상 ‘詩’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되었다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군요. 이지현 형의 새로운 변화와 시인의 길로 들어선 것을 참으로 반기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이지현 시

가냘픈 몸뚱이로
해맑은 미소를 연출하고
작은 사랑을 실천할 줄 아는
당신이 순수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중략

그 희망으로
어여쁜 노를 만들어
산더미 같은 파도
해일의 바다를 삼켜도
어기영차 어야디여
행복섬까지 꼬옥 헤쳐가겠습니다.

삶의 연륜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이지현 형의 희망과 사랑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렵지 않고 복잡하지 않은 문체와 시어들로 서정적인 詩를 생산하는 根基(근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병란 시인의 심사평과 이지현 당선자의 당선소감을 싣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침하고자 합니다. 다시 한 번 신인문학상에 당선된 것 축하하며 詩人의 길 전도양양하시길 비옵니다.

◆ [심사평] 시인 문병란
이지현군은 5·18항쟁 당시 영창에서 만난 동지이고 동향의 후배이다. 줄곧 구속자 부상자 그런 모임에서 그 항쟁을 민주화운동으로 승화시키고자 애써왔다.

어느 날 조선대 평생교육원 문창반 명단에서 그를 발견하고 반가우면서도 궁금증도 여전하였다. 꼬박 꼬박 강의도 듣고 과제물도 열심히 제출하였다. 30년 전 그 뜨거운 열기가 덜 가신 민주화의 열망이 번뜩거렸다. 강의가 끝날 무렵 그는 거의 한권분량의 시작묶음을 나에게 제출하였다.

할 말이 많아서인지 호흡이 길고 그 열정이 압도하여 외침과 흥분이 넘치기도 하였다. 그러나 설익은 표현들이 많고 시의 단시성이나 여백의 미, 과감한 생략이나 함축, 할 말을 아낄줄 아는 시적 묘미가 부족하였다. 앞으로 그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더욱더 각고의 노력을 당부하며 100여 편 가운데서 잘 익은 것으로 골라 선보인다.

한반도의 미래는 전적으로 남북을 아우르는 통일시대의 커다란 포부 속에서 시가 쓰여 져야 한다. 그 거점 도시의 한축이 광주와 부산임을 감안할 때 쓸 만한 지면의 당부를 받아들여 지령 16년의 부산의 대표적 문예지 문예시대를 골랐다. 부마항쟁과 더불어 5·18의 그 정신이 찬란히 꽃피어 나기 바란다.

◆ [당선소감] 신인문학상 수상자 이지현
상무대 영창에서 낯을 익혔던 민족시인 문병란 교수님, 동향의 대선배님임을 알고 그 길을 따르고자 애썼습니다. 5·18민중항쟁 30주년, 무언가 족적을 남기고 뜻있는 삶을 살아보겠다는 생각에 시의 길을 택하였습니다.

선배님을 스승삼아 고행의 가시밭길 시를 무기 삼고자 하였으나 흉내나마 제대로 되었는지 부끄럽습니다. 교수님의 지도편달을 구하면서 졸작 묶음을 보내드립니다. 5·18항쟁의 아픔과 고난이 향기로운 꽃이 되고 소담스런 열매가 된다면 더없는 기쁨이겠습니다.


◆ 약 력
전남 화순군 청풍 출생
보성중, 광주상고(현 동성고), 광주대 경제학과 졸업
재경 호남 고교 야구 응원단장
5·18 부상자 동지회 초대 회장
민주화 투쟁으로 2년 7개월 감옥 생활
국제 로타리 3710지구 광주 무진 로타리 클럽 회장
빛고을 섹소폰 연주단과 국악 전수관 전속 봉사단 활동
조선대 평생교육원 문창반 수료


이지현 010-4190-5180